☆ 잘 되나 두고 보자
그래 너 얼마나 잘 되나 두고 보자.. 라는 말은 무섭기 보다는 우스운 말이었다.
며칠 전까지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말 자체보다는
그 말에 꽃다지 노래가 연관되었다는 말에
꽃다지 노래를 참으로 좋아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직원 세 명과 작은 회사를 꾸려가는 사람인데.. 불황이라는 게 이런 영세 사업장에
더욱 세차게 몰아치게 마련이다..
몇 달 전부터 하청받는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악화된 회사의 재무상황이
사무실을 처분하고 직원 두 명을 해고해야할 상황이 된 모양이다..
회사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으나 반발이 거세어서 결국은 공식 해고통지서를 전달할 지경이 되었는데..
그 상황에 해고될 두 직원이 그러더란다..
"꽃다지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네가 어떻게 우리를 해고할 수 있느냐?"(그래 그런 생각할만도 하지)
"꽃다지 잘 되나 두고 보자"(허걱.. 음..)
그 말을 전한 사람은 꽃다지 홈페이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 울컥하는 심정에 꽃다지에 누가되는 글을 올릴까봐..
뭐 이런 상황이 되면 나는 so cool해진다..
"어쩔 수 없는거지.. 운영을 어떻게 그 지경에 이르게 했다니? 양쪽 다 걱정이구나..
홈페이지에 올라오면 그대로 둘거야.. 그건 신경쓰지 말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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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의 노래를 좋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어떤 의미의 노래인지는 알고 있었으니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해고통지를 받는 순간 얼마나 암담했으면 저런 말이 나왔을까?
비약의 지나침에 황당하기보다는 그 절박한 심정이 짐작되어 착찹하기짝이 없다..
☆ 새벽의 문자들
새벽에 문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기륭 침탈 당함. 닭장차에 있음"
그 문자를 받고 당장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과 지금 가봐야 무슨 소용있겠어라는 생각이 티격태격하다가
그냥 집에 있었다;;
이틀내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 아닌 고민 속에 빠져있다.
뭐 그렇다고 이 정도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쟤들이 그렇게 질기면 우리는 더욱 질기면 되는거지.. 라고 생각하나..
여튼 추스릴 시간은 필요하다.
그 시간동안..
어느 누군가의 일상은 뒤에서 뭔가가 잡아당기는 느낌 속에 계속 될테고
또 어느 누군가는 분기탱천하며 재조직을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또 많은 누군가는 그 중간 쯤에서 서성일 것이다..
☆ 우리의 노래는
해고를 한 자도 우리의 노래를
해고당한 자도 우리의 노래를.. 듣고
때로 위로 받고.. 때로 힘을 내었을 것이다.
혹은 꿈이라는 것을 갖고 있던 때를 회상하는 배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노래는..
노래는.. 저마다의 제 쓰임새에 만족하고 있을까?
우리는 가끔씩 노래를 너무 영웅시하기도 하고..
너무 초라하게 하기도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노래는 노래일뿐 이라는 말은 변명일 뿐이다..
자기 기망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