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 태양이의 일기

 

나의 집에 거주하는 여자가 요즘 분주하다..

상자를 몇 개 가져오더니 씽크대 그릇을 다 치워버렸다..

얼마나 청소를 거하게 하려고 이러나.. 쯔쯧.. 하여튼 일 만드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여자라니까..

그런데..

거하게 시작한 청소치고는 쓱 한 번 행주질하더니 그만이다.. 그릇들은 상자 속에 1주일째 그대로 있다.

뭐지? 흠흠..

 

며칠 후.. 아침..

출근 준비를 끝낸 여자가 나의 외출복을 꺼낸다..(그래봤자 굴욕의 목줄 뿐이다.. 나도 옷 좀 한 벌 사주지?!)

이상하다.. 이럴리가 없는데.. 룰루랄라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외출이구나~~

백만이백오십삼년 만의 외출이구나..

어라.. 나 보고 차에 타란다.. 우와 신기한 게 참 많다..

두리번두리번..

이봐요 사람들~ 나 외출했어요.. 당신들은 어디 가는길이신가?

 

오랜만의 외출에 하늘을 나는 듯한 이 기분..

눈치 없는 이 여자.. 나의 이 기분 알지도 못하고 기껏한다는 말이..

"태군~ 너 너무 촌스러운거 아냐? 좀 우아하게 앞좌석에 얌전히 좀 앉아있지.."

어이~ 여자~

당신도 나처럼 백만이백오십삼년 만에 외출해 봐..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지..

 

 

★ 그 여자의 일기

 

이사에서 가장 부담되는 건 이삿짐 싸기가 아니다..

바로바로 태양군..

마을의 겁장이 태양군은 이 주인님의 친구라고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무한한 적개심을 들어내며 짖어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병원 호텔을 무진장 싫어하지만 할 수 없이 이사 전날 병원에 맡기기로 했다..

차에서 배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아침 배변을 집에서 시키고 나가려하는데

매일 일어나자마자 잘만 싸던 똥을 싸지 않는다...쩝.. 30분을 협박하다 지쳐 포기하고

차에 태우고 오는 20분 내내 차창밖을 보며 짖어댄다.

 

"야!!!! 품위 좀 지켜!!!! 촌스럽게 왜 이래???? 동네 창피해라"

킁킁.. 이거 무슨 냄새냐???? 똥?!!!! 내가 못살아..

치우려는데 뒷좌석 손이 닿지 않는다. 좌석을 뒤로 쭉 빼고 치우는데..

어느 새 출발 신호.. 좌석을 앞으로 한다는 게.. 허겁지겁대다가..

뒤로 더 밀려버렸다.. 또 한 번 시도.. 이번에는 등받이가 뒤로 재쳐진다..

아예 누워버렸다.. 내가 무슨 유치찬란 로맨스물 찍는 것도 아닌데말이다..

 

뒷차들은 클랙션을 울려대고.. 땀이 삐질삐질..

등받이 앞으로 당기려는데 태군이 어느새 올라가 계셔서 앞으로 당겨지지 않는다..

아.. 못살겠다..

저리가~~~~~~~~~~~~~~~~~~~~

큰 소리에 깜짝 놀란 태군.. 도망은 가지 않고 말똥말똥 이쁜 척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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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8 23:02 2009/03/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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