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뒷풀이 자리에서 음악감독이 전 매니저 정 모씨에게 물었다..

"넌 왜 꽃다지 일을 계속 도와주는 건데"

매니저 왈~ "난 꽃다지 들어오기 전에 꽃다지 팬이었고..

꽃다지를 그만 둔 후엔 다시 꽃다지 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팬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거다"

 

나 역시 마찬가지 생각..

그런데 이 속에 있으면서도 난 여전히 팬이다..

간혹 꽝인 공연을 볼 때면 마음 졸이고 팔짱 끼게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난 최대한 팬의 입장에서 우리 공연을 보고 즐기는 편이다..

 

이번 콘서트..

오랜만에 진짜 왕팬이었던 내 본래의 모습으로 즐길 수 있었다..

뭐 이렇게 말하면 자식자랑하는 팔불출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꽃다지 콘서트를 자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꽃다지 노래는 이쁜 발라드?류와 팔뚝질하게 만드는 힘찬 노래들이 주류였고

자연히 콘서트는 중간에 잔잔한 곳을 두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몰아쳐서 팔뚝질하고 일어나서 같이 고래고래 부르며

땀 한사발쯤 쏟아내게 하는 류의 것이 대세였다..

나의 30대는 그 속에서 대략 즐거웠고 대략 위안과 용기를 얻었고 만족스러웠다..

 

허나 기다려주지 않는 세월은 흘러 내 마음과 몸은 세월에 순응하며 변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팔뚝질하며 흘리는 땀 뿐만 아니라

가슴에 잔잔히 여운이 남는.. 그런 노래를 더욱 원하게 되었고

그런 노래들을 만들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롭게 거듭 태어나는 꽃다지의 노래와 활동

 

하지만 지난 3년여의 시간은 우리에게 음악만을 고민하게 하지 않았다..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적 성숙에 대한 천착에 대한 의욕은 앞섰으나

하나둘 떠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쓸쓸했고..

결국엔 2006년 새해벽두엔 남자 가수 둘만 남게 되어..

천착이니 뭐니가 문제가 아니라.. 문을 닫느냐 마느냐의 상황이 되기도 했고..

 

둘만 왔다고 게런티 깍겠다고 덤벼드는 꼴까지 당하며..

'흥! 둘이라고 못할줄 알아.."

오기가 생긴걸까..  우리는 버텼고 노래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대견스러웠냐고?

인적, 물적 제약을 뚫고 살아남은 자들의 외침이어서 감격했냐고?

천만에..

그저 우리 노래가 나만큼 나이 먹어가고 있다는 느낌..

얍삽한 중늙은이의 노회한 그 무엇이 아니라..

'아 이렇게 나이 들었구나.. 나이 든다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군..'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혹은 20대에 나를 설레이게 했고 30대에 격정적으로 함께 해왔던 꽃다지가

이제.. 40대가 된 내 나이만큼 깊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그런 싹수!를 보았기 때문이다..

(좀 야박하긴 하지만 이번엔 여기까지였다..)

 

나이 먹은 꽃다지의 노래가 당황스런 사람들도 많을터이다..

팔뚝질하고 땀 좀 진탕 흘리고 공연장을 나서는 뿌듯함을 뺏어버리고

가슴 한 켠이 아린 채로 공연장을 나서는 낯선 경험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었을터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20대에 부르던 귀엽고 상큼했던 '바위처럼'만 부른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

 

십년을 한솥밥 먹으며 노래한 태수와 성일이..

개인적 어려움에도 다시 돌아와준 매니저 장호..

비정규직 세션의 임무를 망각하고 헌신적으로 작업을 함께 한 연주자들..

율동락커 태수와 성일이의 현란한 몸짓을 신기해하면서도 조근조근 노래해준 은희씨..

그리고

절망의 노래를 부르다 희망의 노래를 만드는 공장장이  되었다고 난감해하면서도

이들 모두를 엮어 하나로 만들어준 음악감독 윤경씨..

그리고 꽃다지를 떠났으나 '이거 언제까지 만들어줘'라고 하면 군소리 않고 홍보물 작업해준 서비..

또.. 물심양면(이말이 딱이다..)으로 힘이 되어주는 꽃나사들..

(누군가는 꽃나사가 나사처럼 열심히 일하는 꽃다지라고 착각하나 본래 뜻은 '꽃다지를 나간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강추위를 뚫고 공연장으로 발걸음해준 팬들.. 더 무엇을 말하랴..

 

여튼..

피터팬증후군을 앓던 꽃다지의 노래가

비로소 다시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감에 축배~~ 라고나 할까..

꽃다지 홧팅~~~!!!

나도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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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0 00:18 2007/01/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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