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아침뉴스타임] [뉴스타임 현장] 주민등록 말소…사연은? 2006-12-29


[5분 43초]  http://news.kbs.co.kr/news.php?id=1275600&kind=c


<앵커 멘트>

최근 한 여성이 숨진지 사흘만에 발견됐습니다.

지병을 앓아왔던이 여성은 제대로 된 진료조차 받지 못한 채 숨졌는데요.

주민등록이 말소된 게 컸습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 의료 혜택은 물론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되는데요.

최영철 기자와 주민등록 말소 실태를 알아봅니다.

최 기자! 주민등록 말소자, 어느 정도나 되나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해 온 말소자 수는 올해 무려 64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주민등록 말소자는 극빈층인데요.

과연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숨진 30대 여성이 거주하고 있던 원룸.

시신이 발견된 지 만 하루가 지났지만 옷가지와 짐, 먹다 남긴 음식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사망 소식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이웃주민 : "나는 얼굴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갑자기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 수요일, 숨진 지 무려 3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7년전부터 지병을 앓아온 여성은 발견 당시 32kg으로 몹시 마른 상태.

<인터뷰> 이화성(형사 / 마포 경찰서) : "폐결핵이 심했어요. 그래서 한 2년 전에도 석 달 동안 보건소에서 약 지어 드시고 그런 상태였어요."

그렇다면 사망한 여성이 심각한 병세에도 불구하고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이화성(형사 / 마포 경찰서) : "(벌금 때문에) 수배는 오래됐고요. 말소는 2003년도예요. 이사간 곳으로 주민등록을 옮겨야 될 것 아니에요. 안 옮기니까 동사무소에서 직권말소 시키죠."

벌금 90만원을 낼 형편이 못되다 보니 주소지를 등록하지 않았고, 그래서 거주지 불명으로 주민등록이 직권말소 됐던건데요.

때문에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주민등록 말소자의 경우, 기초생활 보장금과 연금, 의료보험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취업이나 자녀를 취학시키는 일도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동사무소 관계자 : "일단 주민등록이 말소가 되면 어느 회사든지 주민등록을 신원 파악해서 떼어 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떼어 갈 수가 없는 거죠. 의료보험도 당연히 안되겠죠? 의무취학 아동 이행이 안되죠. 일단 주민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안 되는 거예요."

국적, 호적 따위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이른바 무적(無籍)시민이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주민등록을 말소시킬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주민등록법에 의하면 신고된 주거지와 실주거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조사할 수 있고, 정해진 기간 내에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개인의 주민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카드회사나 사채업자 등 채권자들이 동사무소에 채무자의 주거지 확인을 요구할 경우, 조사가 착수됩니다.

<인터뷰> 동사무소 관계자 : "소액을 대출해서 썼다든가, 아니면 상품을 사서 돈을 못 갚는다 그럴 경우에 이해관계에 있는 자가 말소 의뢰를 하거든요. 요즘 같은 경우는 신용이 불량한 분들이 많으니까 제 3금융 이런 곳에서 많이 대출해서 쓰시잖아요."

실제 이같은 경우로 주민등록이 직권 말소되는 사람은 해마다 급증해 올해는 무려 64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국민 100명당 1.3명꼴이 말소자인셈입니다 IMF 이후 사업을 실패한 50대 김모씨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6년째 주민등록을 말소당한 경우입니다.

매일 아침 시민단체 사무실에 들러 각종 신문을 뒤적이며 일자리를 알아 보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는 회사가 많아 구직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00(주민등록말소자) : "생산직 기술직처럼 신문에 확실한 신원을 원하는 곳은 못하는 거고...세차, 주유 뭐 이런 것 하고...(수입은 얼마 정도 됩니까?)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한시간에 한 3500원. 식사 같은 것 그런 간단한 것은 해결하고 있습니다."

빚을 갚기는 커녕, 경제적 악순환의 고리에서 영영 헤어나올 수 없게돼 버렸다는 김씨.

김씨에게 남은 것은 체념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00(주민등록말소자) :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거주지가 불명확하니까 취업을 안 시켜주는 것도 있고 잘못 꼬인 것을 풀기 전에는 원상태로 돌아오기가 좀 힘들죠."

시민단체들은 주민등록 말소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과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주민등록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정의철(신용회복 구조대 소장)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국민건강보호법 등은 주민등록하고 관계없이 별도로 관리함으로서 말소자들의 인권까지 침해하지 않는 그런 범주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 주민등록법 자체가 전반적으 로 사용되다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행정기관 어디에서도 기록을 찾아볼 수 없는 무적(無籍)시민, 주민등록 말소자 64만명은 사회와 격리된 채 부유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