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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월요일 오후 광화문 한복판은 휴가철이라 그런지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씨네큐브 강의를 듣기 위해 광화문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배가 고파 교보빌딩 뒷편에 있는 설렁탕으로 유명한 이문장에서 설렁탕 한그릇을 시켜놓고 먹었다.

 

먹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코가 간지러워 왼쪽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더니 갑자기 빨간 물이 떨어진다. 잽싸게 네프킨으로 코를 막고 고개를 뒤로 졌혔다. 아직 저녁 먹을 시간은 아닌지라 식당안에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얼음물수건을 주시겠다고 하는걸 정중히 사양했다. 설렁탕이 많이 남아 있었고, 배가 무지 고팠기에 코를 막고 설렁탕을 비웠다.새파랗게 젊은 놈이 코피나 흘리고 있다니...

 

7월 한달간 정말 바쁘게 지냈다. 바쁘게 지내면 돈도 들어와야 되는데, 돈하고 별로 관련이 없는 일에 바빴었고, 돈이 들어와야 할 곳에서 두달 가까이 입금이 늦어지고 있는 탓에 어머니께 돈까지 꾸어가며 생활했다...그리고, 워낙 밥을 잘 안챙겨 먹다 보니 코피가 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그렇다고 요즘 술을 열라 먹고 다닌 것도 아닌데...ㅋㅋ

 

지난 2주가 제일 힘들었다. 이주프로젝트 프리뷰에 편집대본작성에다가 가편도 해야하는데, 아이들 강의까지 겹쳐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고, 날도 더운지라 체력도 바닥이 났다. 부천과 집을 오가며 프리뷰 노트를 계속 보면서 편집대본 구성을 조금씩 진행했다.

 

바로 다음날이 가편 시사인데, 대충의 구성과 약 3분의2정도 편집대본이 작성된 상황...토요일 저녁 날밤을 새고, 가편본을 가지고 미디액트로 갔다. 총 7-8명의 감독들의 가편을 6시간동안 보는 것은 때론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요구했다. 인터뷰의 특성상 비주얼한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상상해 보라...윽 얼마나 고통인가...그리고 저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란...물론 이주노동자들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보고 듣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했다.

 

반정도 되는 가편들은 각 연출자 기획의도와 특성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시사회 이후 가진 회의에서 그런 부분들이 지적되었다. 나는 날로 먹는 상황이었는데, 전혀 날로 먹는게 아니었다...열라 고민하면서 작업을 했으니까...내가 처음에 기획했던 것보다는 덜 정치적이 됐지만 나름의 연출로 지적은 덜 받았는데, 회의에서 내가 캐취하지 못한 것을 본 사람도 있어서 즐거웠다.

 

총연출을 하고 있는 주현숙 감독이 많이 지쳐있는듯 했다. 주현숙감독과는 4년전 한겨레 문화센터때 부터 알고 있던 사이다. 뒷풀이 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의미있고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게 힘내서 마무리 잘하자고 격려해 주었다.

 

이제 이번주에 마지막 최종편집을 해야 한다. 이번주는 그래도 물리적 시간이 되서 여유있게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편집은 정말 노가다다. 이제 노가다 하는일만 남았다.

 

월요일 씨네큐브 영화학교 강의는 나름대로 들을만 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가 강사인데, 초급강좌인데다가 대중적인 강좌라 그냥 편하게 들을만 했다. 가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어렵게 이야기 하는게 좀 안타깝게 보이기는 했지만...

 

최근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거나 관련 강좌를 듣다보면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거기다가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남성들 보다 더 문화적 생활을 많이 한다고 봐야 할까...암튼 보기 좋다...

 

내일은 머리를 식힐겸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이라는 영화를 혼자 볼 생각이다. 이제는 혼자서 영화보는것이 익숙해져서 오히려 혼자 보는게 더 좋을때가 있다. 8월에 볼만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도 하고 회고전도 많이 한다. 존포드, 블루스 시리즈 등등...매번 극장에서 비슷한 영화들만 보는 것은 너무 고통이다.

 

여름이 다 가기전에 어디라도 혼자 놀러 갔다 오려고 하는데 돈도 없고, 시간도 안나고 한다...8월말에 산으로 한번 떠날볼 생각이다. 여름 등산복까지 사놓고 썩히고 있는게 아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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