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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nken

어떤 제목을 붙일까 하다가 이 영화의 팜플릿에 나온 사이트 주소를 보니 http://www.cinecube.net/cine/drunken 이었다. drunken...참 간단하게 잘도 지었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지난달 <블러디 선데이> 보기전에 나왔던 예고편이 제목의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했었다.

 

<화씨 911>때문에 1관이 아닌 스크린 작고 80석도 채 안되는 2관에서 상영하는 것에 대단한 분노를 가지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기다가 왜 이 시간에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거야? 나이든 어르신들이 극장의 반들 채우고 있었고, 오후 3시경이었음에도 빈자리는 거의 없었다. 아니 단체관람이라도 온건가? 에잇...차라리 조조할인을 볼껄 그랬군이라는 후회를 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게 영화관람이 편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고통과 슬픔의 시간이었다. 코피는 코를 틀어 막아야 흘러내리지 않게 할수 있지만 눈물이 흘리지 않기 위해서는 눈에 힘을 잔뜩주고 눈물을 눈으로 삼켜야 하는 법이다.  보는 내내 눈물을 눈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줄거리를 알고 보면 더 없이 재미없는게 영화니까...

 

몇가지 씬들에 대해 이야기만 한다면...

 

영화 초반부에서...

 

"인생이란 놈은 나를 산과 계곡으로 떠돌게 하고 나이 들게 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아이들은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추위를 잘 견뎌서 물건을 잘 나를 수 있도록 노새들에게 술을 먹이는데, 그날 따라 너무 추워 술을 4병 먹였더니 노새들이 너무 취해 쓰러지고 만다... 도대체 잘해보자고 한게 완전히 약주고 병주고가 된것이다...동생 마디를 수술시키기 위해 누나 로진은 팔려가다시피 결혼을 하고,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소년가장 아윱은  누나의 결혼을 통해 얻은 노새를 팔아 동생 마디의 수술비를 마련해 수술시키기 위해서는 바로 이 언덕을 넘어 이라크로 가야 하건만...술에 취해 쓰러진 노새를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쓰며 아윱은 절규한다...

 

왜 제목이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인지 알 수 있었다. 노새와 아이들의 삶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바로 그 추위를 이기기 위해 취해있는 말과 노새는 아이들 자신이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고 밖에 나왔는데 왜 이리 해는 쨍쨍한건지...막창에 소주가 생각이 났지만, 돈도 없고 마실 인간도 없어서 어제의 책에 들려 외상으로 책몇권 사가지고 왔다.

 

어릴적 기억을 되살리며...

 

영화초반부에 영화를 이끌어가는 나레이션의 주인공 아마네가 오빠 아윱에게 새공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아윱은 며칠 후 공책을 구해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교실에서 아마네에게 공책을 전해준다. 공책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공책을 열심히 살펴보는 아마네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한데...음...갑자기 어릴적 생각이 났다. 어릴적 학교에 가면 각지게 칼로 깎여 있는 내 연필과 부드럽게 연필깎기로 깍여 있는 친구들의 연필이 비교가 되었다. 가난해서 연필깎기를 사주시지 못하던 아버지는 대신 당신의 손이 연필깎기가 되어주셨다. 처음에 칼로 뭉뜽그려 깎은 다음 아버지는 칼로 마치 대패질 하듯이 부드럽게 만들어 주셨던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아버지가 손으로 깎은 연필이 연필깎기로 깎은 연필보다 더 부드럽게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자신있게 필통을 책상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80년초 중동으로 이주노동자가 되어 떠났던 아버지는 귀국할때 미제 연필깎기와 연필등 학용품을 사가지고 오셨다. 그당시 한국 제품들(기차모양으로 생긴 은색 연필깎기)에 비해 그 연필깎기는 더 좋았던것 같지는 않았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집에 있었던 것 같은데...

 

<천국의 아이들>을 보고도 옛날 기억이 떠오른 적이 있다. 내게도 달리기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들이 있다. 그건 나중에...

 

ps : 이 영화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보지 말고, 직접 극장가서 보자...8월 중순이면 영화 간판 내릴지도 모른다...<블러디 선데이> 이후 아주 좋은 영화를 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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