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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에 대한 단상

 

단편영화에 대한 단상                                                          20011165 연극학과

                                                                                                           김봉재


 ‘단편영화’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의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어렵다’ 일수도 있고 ‘지루하다’일수도 있고, ‘강렬하다’ 일수도 있지만 단편영화는 분명 지루할 때가 많습니다. 단편영화가 만들어지는 환경(거의 대부분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만들지만)상 많은 돈을 들여 훌륭한 비쥬얼을 만들기 힘듭니다. 그리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지는 강박관념들, 무엇인가를 성찰해야 하고 관조해야 하며 새로운 화두를 던져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인해 영화는 매우 관념적으로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이것들이 조합되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하다’ 나 ‘어렵다’라는 반응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단편영화에서 만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그 어떤 것이든 영화화 시킬 수 있으며, 그것이 꼭 일반적인 드라마형식의 내러티브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창조된 인물이 겪는 그 순간의 심리상태나 그 밖의 것들을 형상하는데 단편이 가지는 장점이 장편보다는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장편으로 끌고 가기 부담스러운 것들, 혹은 그 상황을 다룰 때 단편은 ‘완결성’이라는 무기를 지닙니다. ‘영화화 하고자 하는 것’을 ‘열고’, ‘닫으면’서 그 순간 가장 잘 짜여진 ‘영화’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것은 단편이 가진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단편은 장편의 반대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편과 장편은 반대가 아닌 별개입니다. 단편과 장편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습니다. 단편이 할 수 있는 것을 장편은 할 수 없고 장편이 할 수 있는 것을 단편은 하지 못합니다. 즉 ‘형태’의 차이이지 ‘영화’라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단편영화는 ‘마이너’하고 장편영화는 ‘메이저’하다는 인식은 그동안 우리의 영화산업이 기형적인 방법으로 감독을 생산해 내었기 때문 일수도 있습니다. 즉 단편작품을 포트폴리오로 입봉한 감독들은 장편에 뛰어든 후, 단편에 손을 대는 경우도 드물고, 손을 대기도 힘이 듭니다. 그러서 마치 과거의 순수성을 추억하기 위한 소품정도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바로 인식의 전환입니다. 단편과 장편은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위해 선택하는 ‘선택지’가 되어야 하지 ‘영화과 학생들의 전유물’이나 ‘메이저에 올라가기 전 마이너리그’라고 인식되어선 안 됩니다. 짧은 시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우리의 영화산업은 이것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산업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나라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단편을 찍는다는 것은 ‘고급예술’을 하는 것도, ‘저항운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순수하게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낼 그릇으로 ‘단편영화’를 골랐을 뿐입니다. 따라서 단편영화가 ‘영화의 정수’이고 영화의 순수성을 지향한다는 주장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단편영화를 하는 그 자체가 인디정신을 자체를 상징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또한 장편영화를 하는 감독들이 무조건적으로 상업성에 기댄 상품만 찍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장편과 단편은 그저 ‘영화’라는 자장 안에서 논의 되어야 합니다.

 단편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가질 기회가 우리에겐 너무나도 적습니다. 영화가 상영되지 않고 이야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영화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단편영화들은 (우리의 현실에서)그 영화가 만들어진 학교 안에서, 혹은 단편영화를 (어떠한 이유에서건) 향유하고 공유하는 일부 그룹 안에서만 선을 보이고 사라질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무수한 영화들이 소비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면 그 순간부터 단편영화는 영화가 아닌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영화는 보아줄 사람들 앞에서 손을 들고 서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그것들을 꺼내어 이야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단편영화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권리이자 책임이기도 합니다. 물론 현실적 방법의 접근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러나 알아주길 바라는 그 수많은 단편영화들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단편영화에 대하여 취해야할 첫 번째 태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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