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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에 대한 단상> 예술은 진보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진보하는 것이 아니다

- 단편영화에 대한 단상

 

20041181 연극학과 박선영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말.

세월이 흐를수록 시대는 변하고, 사회는 발전한다. 카세트가 사라지고, 초소형 MP3가 등장했다. 롤러 스케이트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되고, BOOK이 E-BOOK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거기에 걸맞게 예술도 당연히 진보하고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예술은 진보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기술적인 측면은 발전했을지 모르나,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사상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 옛 것이니까 촌스러울 거라는, 후질 거라는, 유치할 거라는 식상한 편견을 가지고 우리나라 70-80년대, 90년대 단편 영화들을 감상했다. 하지만 영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아니 저 시절에도 저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저러한 실험 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었단 말인가. 여기서 말하는 저러한 은 말 그대로 저러한 것을 말한다. 그들은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들이고, 그들의 친구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틀에 박히고 보수적이고 권위적일거라 생각되는 내 주변의 어른들이라는 말인데, 그들에게도 자유로운 영혼이 존재한, 자유롭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단 말인가? 나는 오늘날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실험적이면서 자유롭고 독특한 표현과 이야기에 감탄의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영화들이 재밌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옛 영화들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나에게 영화들은 신선함과 기발함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색동>(이 영화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의 스토리 구성이 매우 흥미로웠다.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진행되는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컷들의 빠른 변화와 오버랩되어 진행되는 장면들이 사이드 조명처럼 흥미롭고 재밌어 눈을 떼지 못했다. 또한 어색하지만 과감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그 시절을 방문하고 싶게끔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이 개인적인 것보다 사회적인 측면이 많았다는 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고발하고 있었다는 점이 나를 끊임없이 고뇌하게 만들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그리고 내가 감상하게 된 90년대 영화들이 특히나 그 시대의 암울하고 우울한 측면을 부각시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내 마음 또한 우울해졌다. 그 시절은 꼭 모든 이들이 그렇게 살았을 것 같았고, 모두가 힘들고 우울했을 것 같았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는 일말의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그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그 시절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무거운 돌들을 집어 든 느낌이다.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되겠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돌들을 드는 것은 힘에 벅찬 법이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무겁고 튼튼한 벽돌이 필요하지만 그들 사이에 가벼운 벽돌들도 가끔씩은 들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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