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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거리, 쓸쓸한 세상

1.

내 집이 어디인가 궁금해진다.

내 집이란 게 그렇게 절박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내겐 집이란 게 하루중 한 순간을 지나는 공간일 뿐이다.

세상과 사람이 버거웠을 때 나를 숨게 해주었던 집에서 나는 서서히 기어나오고 있다.

한 때는 어쩔 수 없이 도저히 집에 머물 수 없어서

떠돌아 다니며 간절히 내 숨을 집을 필요로 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내 일상에선 그런 집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어떤가?

그것이.

괜챦은가?

지금 이 상황이.

그래..좋다 싫다가 아니라 그냥 괜챦은거다.

허나, 체력이 떨어진다.

쉬 피곤하고 알콜 해독 기능이 저하되고 눈이 감기며

뼈마디 근육이 아프다. 머리도...

그것 말고는 살만한 요즘이다.

집과 이별할 때가 다가오는 건가?

 

2.

공간을 세워내고

공간을 채울 내용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을 찾아 나서는 요즘,

연극 아카데미 포스터를 붙이러 거리에 나섰다.

오랫만에 참으로 오랫만에 그런 목적으로 나서는 거리는

새삼스러웠다.

 

대학 한 곳에 포스터를 붙이려다가

경비 아저씨와 한판 실랑이를 한다.

함께 간 친구가 화를 냈다. 그러고선 스스로가 힘들어 한다.

앞으로  연극이라는 걸 하면서, 소통이라는 걸 위해서 돌아다니다가

수도 없이 만날 장면이었다.

대학이라는 곳에 있는 게시판이 지나치게 깔끔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도대체 아무것도 타인과 소통할 것이 없는 것 처럼.

내가 살던 대학시절의 게시판들이 떠올랐다.

준비된 게시판은 늘 모자랐고

바닥이며 벽이며, 어찌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여기 저기, 이 사람 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자신들의 주장과 소통을 호소하는 내용들이

붙어 있었던 대학의 거리.

이 시대 대학생들은 소통을 거세당한 것일까?

정말, 타인과 세상을 향해 할 말이 이렇게도 없는 것일까?

아프다. 허하다.

 

젊은층이 유흥의 장소로 즐겨 찾는 다운타운을 찾았다.

거리가 가득하다.

상점과 상품들로.

종류는 셀 수도 없다. 뭐가 뭔지 목록을 정리하기도 힘들다.

문화는 없고 상품만 넘쳐난다.

물론 그곳에는 영화관도 있고 서점도 있다.

강을 낀 광장도 있다.

작은 공원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곳이 상점같다.

상품판매처.

삭막한 거리에서 잠시 빠져 나와 옛 동헌에 앉아

담배 한대를 피워 물며 공간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목이 마르다.

마른 기침이 목을 타고 오른다.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거리에 넘쳐나는 상점들 말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

반자본주의 문화의 거점.

그런데, 너무 비싸다.

반자본주의적인 삶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떠돌아 다니다가

자본주의를 철저히 만난다.

 

도심의 모든 공간이며

도심 외곽의 모든 산들은 이미 돈 가진 사람들이 모두 찜했거나

거기다 거대한 성을 쌓고 있다.

학교, 수영장, 체육관, 공원...

자본이 모두 이 세상 땅을 사들였다.

빌어먹을...

 

어떻게 하지?

이 삭막한 거리를.

어떻게 살아가지?

이 쓸쓸한 세상을.

 

화를 내고 스스로 우울해진 친구에게

내 맘속에서 말을 한다.

' 화내도 돼. 정말 화나는 세상이야. 그러니, 우울해 하지마. 그건 더 억울해'

 

그래도 간다.

하루하루 내 집에서 기어나와

그 삭막한 거리, 쓸쓸한 세상속으로 간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할 거다.

이 쓸쓸한 세상을 살아갈 대안 문화 만들어 가자고.

그걸 위한 진지를 만들자고.

 

가슴에 그래도 따스한 희망을 챙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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