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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라비/피피>아쉬운 시간이 흘러간다

 

새벽에 방콕에 도착해 그날 저녁 끄라비 가는 표를 끊는다. 12월 30일 밤차는 성수기 가격이라며 차비가 1/3정도 더 올라있다. 그래도 31일과 1일에는 차가 운행을 안한다니 새해를 남부 해변에서 보내려면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 치앙라이에서 하루만 덜 놀았어야 하는데 하면서 그냥 표를 끊는다. 게스트하우스 아저씨는 남부로 가는 밤차가 험하니 지갑이니 하는 것들은 자더라도 바닥에 깔고 자라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다. 낮에 두시간 마사지를 받기는 했지만 이틀 연속 타는 밤차는 고역이다. 게다가 맨 뒤자리에 이스라엘리로보이는 상태 몹시 안좋은 남자들이 끊임없이 떠들어댄다. 확 패 주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역시 불의(?)를 보면 참는 게 최고라는 진리를 되뇌며 그냥 꾹 참고 잠이 든다. 이 버스는 남부로 가는 모든 인간을 싣고 달리더니 수랏타니에서 인간들을 분류하는데 푸켓.. 끄라비.. 피피.. 푸켓.., 끄라비.. 피피.. 이 세마디로 모든 인간의 분류가 이루어진다. 그래도 끄라비가 사람이 적은 편이다. 다시 세시간쯤 가니 끄라비다.


안숙이 인터넷에서 찍은 숙소인 반짜오파게스하우스를 찾아 헤매다 너무 덥다.. 배낭 무거워 죽겠다는 나의 징징거림에 못 이겨 결국 반짜오파는 찾지 못하고 그냥 짜오파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푼다. -나중에 보니 반짜오파는 바로 앞집이었다는^^- 결국 한해의 마지막날 남부에 도착을 하긴 한 것이다. 숙소 주인의 말로는 저녁에 파티가 있으니 참석하란다. 그러면서 한국남자 하나가 숙소에 있는데 오늘 투어를 나갔으니 저녁에 올 거라고 한다. 잘 생겼냐고 물었더니 이 아저씨 자기를 가리키며 잘생긴 건 자기란다. 원 농담도.. 왕 느끼하게 생기셨두만^^ 그러지 뭐 하면서도 파티라야 서양애들이나 벅적거릴텐데 싶어 시장과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저녁을 먹고 맥주까지 한 잔 마시고 느즈막히 숙소에 들어선다. 숙소 로비에는 서양애들은 간곳이 없고 동네 주민들이 가득 모여 술을 마시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빨리 들어오는 건데 쩝.. 막 방으로 올라갔다는 한국 남자라는 친구를 방까지 찾아가 불러냈지만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 친구 이미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다시 방에 올려 보내고 동네 주민들과 합석해서 술을 마시면서 해가 바뀌기를 기다린다. 동네의 또다른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라는 아저씨가 -그 아저씨의 느끼함도 만만치 않다^^- 안숙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짜식..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결국 새해맞이 폭죽이 터지고 해피뉴이어를 외친 뒤에야 술자리는 끝이 난다. 드디어 해가 바뀌었다. 아듀 2005.. 그리고 2006년 드디어 나는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불혹하기엔 수양이 부족한 나는 어느 소설에 나온 그만큼 혹할 일이 많아지는 나이라는 해석에 동의하기로 한다.


새해 첫날에는 그 남학생과 함께 근처에 아오낭 비치로 간다. 이 친구 태국에 오자마자 끄라비로 내려와서 일주일 가까이 끄라비에 있었다는데 아오낭 비치만 못 가봤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동행을 자처하는 데 결국 아오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자신은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다는 레이리라는 해변까지 같이 다녀온다. 덕분에 한국어 가이드 데리고 여행하는 듯 편하게 다닌다. 레이리 해변은 섬은 아니지만 제법 남쪽 해변의 바다 같은 느낌이 난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이며 야자수가 사진집에 보던 바로 그곳이다. 더구나 제법 근사한 방갈로가 자리 잡고 있어 한적한 휴가를 보내기엔 <이보다 좋을 순 없다>이다. 담에 밀월여행 오면 여기가 딱이겠다 해가며 서로 밀월여행 못 온 걸 아쉬워한다. 새해 첫날인데 떡국은 커녕 한국식당 하나 없는 이곳에서 뭐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시장에 들러 상추며 오이, 고추 등을 사서 방에서 쌈밥을 해 먹는다. 고기까지 구워 먹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럴 수는 없어 그냥 참치캔을 사서 고추장과 함께 상추에 싸 먹는다. 그래도 한 병 남겨 둔 소주와 함께 제법 한국에서 먹는 것 같은 저녁 기분을 낸다.


이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1월 2일이다. 안숙이 1월 5일에는 앙코르와트로 가야 하니 1월 3일 밤차는 타야 방콕에 돌아갈 수 있어 피피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아.. 하루만 더 있었으면 이 근처 섬을 다녀오는 보트 투어를 했으면 좋았을 텐테 특히 이 남자 친구 말로는 피피도 좋지만 그 근처 섬에서 하는 스노쿨링이 환상이라는데.. 여행이 아무리 길어도 결국 마지막에는 날짜가 아쉬워지는 모양이다. 치앙라이에서의 하루가 새삼 아쉬워진다. 끄라비에서 만난 남학생과는 방콕가는 버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피피에서 보낼 마지막 밤을 기대하면서 아침 일찍 피피로 가는 보트에 몸을 싣는다.


피피에 도착하니 성수기중에서도 최성수기답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선착장에서 숙소를 예약해서 이동하는 모양인데 좀 비싼 숙소에 묵자고 미리 생각했음에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사진만 봐서는 숙소의 상태를 알 수가 없어 그냥 한 바퀴 돌면서 직접 숙소를 고르기로 한다. 배낭을 짊어지고 해변을 따라 걸어도 해변에 면해 있는 방갈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내친 김에 좀더 걸어보자 해도 그럴 듯한 숙소는 나오질 않는다. 가이드북의 지도를 보며 한시간쯤 걸으니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결국 원하는 모양의 숙소는 눈에 띄질 않는다. 방갈로를 찾으려면 조금 떨어져 있는 해변으로 가야 하나 보다 하고 배를 알아보니 가격이 터무니없다. 별 수 없이 다시 걷다보니 어라.. 처음에 내렸던 선착장이 다시 나온다. 어이가 없다. 결국 한 바퀴를 돈 셈이다. 다시 선착장에 있는 여행사에 들어간다. 피피섬에서도 제법 안쪽에 있는 롱비치의 숙소를 알아본다. 해변에 면한 방갈로는 전부 풀이고 언덕에 있는 방갈로는 에어콘방만 있단다. 예약을 할 경우 무료로 실어다 준다고 한다. 다른 대안에 없어 1500밧이라는 거금을 주고 언덕에 있는 방갈로를 예약한다.


여행사에서 태워다주는 보트를 타고 도착한 롱비치는 파란 바다빛과 하얀 백사장이 인상적인 해변이다. 방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고 나니 어느새 오후다. 아 무슨 시간은 이리도 빨리 흐르는 건지.. 게다가 날씨가 그리 맑지는 않다. 잠깐이지만 슬쩍 비까지 내린다. 그래도 애써 빌려 온 수영복을 안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흐린대로 수영복을 입고 해변으로 나가본다. 물에 들어가니 바닥까지 보일만큼 물이 맑은 것은 물론 해변에서 일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는데 고기들이 노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두달 배운 수영실력으로 수영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듯 물장구만 치다가 그냥 백사장에서 누워 논다. 오히려 쨍한 날씨보다 그리 많이 타지 않을 것 같아 더 나은 것도 같다. 결국 사람들이 다 돌아갈 때 까지 백사장에서 누워 놀다가 들어온다. 아. 피피까지 와서 하루 밤밖에 못 자다니.. 아쉽다. 하지만 내일 배가 두시니 아침나절에 다시 한 번 해변에 나와 아쉬움을 달래기로 한다.


다음날도 날이 그리 맑질 않다. 그래도 아침을 먹자마자 다시 해변에 나가 한동안 놀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짐을 싼다. 첨에는 나가는 보트까지 무료라더니 막상 나갈 때가 되니 나가는 보트는 돈주고 타야 한다기에 그냥 배시간까지 롱비치에 머물기로 한다. 배낭을 모래사장 한 곳에 던져두고 수건 하나 깔고 앉아 있으니 그제서야 해가 난다. 여튼 날씨도 협조를 안 해준다. 우째 수영복 입고 있을 때는 얼굴도 안 뵈주더니 옷 다입고 앉아 있으니 해가 난단 말이더냐. 그래도 해는 보고 떠나네 하며 위안을 삼는다. 여튼 카메라는 아무래도 우리의 수영복 사진을 거부하기 위해 고장난 것처럼 보이니 정 궁금한 사람은 안숙의 비디오카메라에 찍힌 테잎을 재주껏 입수하도록.. 그 테이프는 이미 내손을 떠났으므로 더 이상 나에게 사진을 보여 달라고 조르지 마시기를^^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하고 피피를 나와 다시 방콕으로 돌아온다. 20여일을 같이 다녔는데도 헤어지는 시간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언제까지 같이 다닐 수도 없는 일.. 결국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안숙은 끄라비에서 만난 남학생과 방콕에서 만난 여자 둘과 함께 앙코르와트로 떠난다. 나도 내일이면 미얀마로 간다. 차라리 혼자 다니는 게 더 나았을까 안숙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냥 견뎌 봐야지.. 안숙이 나머지 여행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멍하니 있다 주섬주섬 미얀마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래도 너무 맨숭맨숭한 것 같아서.. 치앙마이 트레킹 중 폭포에서.. 안숙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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