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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무가는길> 간체-시가체-사카-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장무

 

결국 라싸에서 열흘 정도를 머물고 나니 이제 떠나야 할 날짜가 다가온다. 라싸에 있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이 네팔로 넘어가는 일정인데 그간 네팔 상황이 좋지 않아 시간을 두고 관망하고 있던 사람들이 네팔 정국이 조금씩 안정되어 간다는 소식에 슬슬 떠날 준비들을 시작하는 것이다. 네팔로 가기 위해서는 중국 측 국경인 장무에서 네팔측 국경인 코다리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티벳은 라싸와 시가체를 제외한 다른 지역이 공식적으로 여행허가가 필요한 곳이라 대부분은 랜드크루저를 빌려-이 경우 허가증은 여행사가 대행해준다- 가고 싶은 도시를 들러 국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냥 허가증 없이 개인적으로 가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고 그냥 육로로 이동하는 여행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 마지막까지 그냥 이동할 생각을 해본다.


돈 아낄려고 점심도 굶는다는 짠돌이 남학생과 인도에 봉사하러 가기 위해 빨리 네팔에 들어가야 한다는 여학생 하나가 다른 도시를 들리지 않고 국경으로 직행하는 버스를 타고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명도 의견이 분분해진다. 나랑 사진작가 친구는 처음부터 육로, 육로 했기 때문에 랜드크루저 승차 인원에서 제외되어 있었는데 나머지 다섯명 중 세명이 남쵸를 다녀 온 밤에 전격적으로 서티벳 행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나머지 두명이 애매한 처지에 놓인다. 그즈음 우리 역시 육로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과 결국 비용도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랜드크루저로 떠날 생각을 한다. 랜드크루저를 탄다면 어차피 들리고 싶은 도시도 다 들르는데다 육로로는 갈 수 없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며칠 뒤 떠나는 서티벳팀을 뒤로 하고 네 명이 랜드크루저를 타기로 한다.


티벳을 가기 위해 다시 들어온 중국에서 정작 티벳에서 보낸 시간은 불과 두주일 남짓이고 나머지 두달은 운남과 사천에서 빈둥거린 셈이니 어쩐지 좀 이상한 일이다 싶긴 하지만 라싸에 별다른 미련도 없다. 그저 여느 도시처럼 생각하면 되는 것을 괜한 의미를 애써 부여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여행이란 그저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지 정도로 생각해 두기로 한다. 여튼 사진작가 친구와 나, 그리고 부실한 대구 청년과 글 써서 먹고 산다는 황작가 이렇게 네 명이 한팀이 되어 라싸를 떠난다. 라싸를 출발해 간체에서 하루자고 다시 시가체를 거쳐 사카에서 다시 하루밤 그리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하루밤을 더 지낸 뒤 국경까지 가는 총 3박 4일의 여정이다. 장무까지 가는 길은 고산지대답게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들이 이어진다. 이 풍경은 4일 내내 거의 바뀌지 않는데 이렇게 척박한 땅에 삶을 일구고 사는 사람들에게 새삼스런 경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첫날은 암드록쵸 호수를 거쳐 간체로 향하는 일정이다. 암드록쵸는 남쵸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빛이 유난히 예쁘다는 호수로 차로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 거의 정상에 이를 무렵 그 모습을 드러내 감탄을 자아낸다. 얌드록쵸를 지나자 끝없는 산들과 황량한 벌판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간체가는 길에 보여주는 티벳의 황량한 아름다움은 마치 이 곳이 지구가 아니라 다른 별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차는 오후가 훌쩍 지나서야 간체에 들어선다. 서둘러 짐을 풀고 간체 시내에 나가본다. 1904년과 5년 영국군이 침공해 왔을 때 영국군을 상대로 두달 이상 버티었다는 간체성을 지나 펠코르 체데라는 사원까지 걸어가 본다. 이곳도 역시 입장료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 이제 돈 내고는 입장하지 않는 습성이 몸에 배어버린 탓이지 모두들 입구에서 그냥 돌아선다. 티베탄 마을 사이에 서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 사원도, 마을도 내려다보며 여기서도 다 보이는데 뭐 하며 시시덕거리다 내려온다. 확실히 라싸를 벗어나니 전형적인 티벳탄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얌드록쵸 호수


간체 가는 길


간체 마을에 있는 간체성, 물론 올라가지는 않았다.


다음날도 아침 일찍 랜드크루저를 타고 시가체로 출발한다. 시가체는 라싸 다음으로 큰 티벳 제2의 도시인데 달라이라마에 이은 제2의 실권자인 판첸 라마가 사는 타쉬룬포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시가체에 있는 판첸라마는 중국이 세운 허수아비로 티벳인들은 그를 판첸라마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진짜라고 믿고 있는 판첸라마는 북경에 억류되어 있는데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둘째날은 가는 길이 멀어 시가체에서는 그저 삼사십분 타쉬룬포사만 둘러보기로 한다. 그러나 습관이 어디 가랴..이번에도 매표소 앞에서 이제 티벳 사원은 지겹다.. 진짜 판첸라마도 아니라는데 하며 일제히 돌아선다. 정말 이젠 아쉽지도 않은 것이 고만고만한 티벳 사원들이 더 이상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가체에서 떠나 라체에서 점심을 먹고 사카로 향한다. 라체에서 사카까지의 길은 장난이 아니다. 일단 비포장인데다 길 전체가 공사 중이라 도무지 창문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다. 두어 시간을 차 속에서 흔들리다 사카에 도착하니 기진맥진이다. 이젠 사카에 있다는 사카사원 입구에 가보자는 소리조차 아무도 꺼내지 않는다. 그저 숙소 식당에서 맥주나 마시며 노닥거린다.


 시가체에 있는 타쉬룬포사

 


사카 가는 길

 


티벳의 아이들


셋째날은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구간이다.  이 구간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하는 길도 만마치 않지만 밤에 몹시 춥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증언이 추워서 죽을 뻔 했다이니 아무래도 만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라싸를 떠나면 버리려고 했던 겨울옷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바리바리 싸오긴 햇지만 남쵸애서의 악몽이 슬며시 되살아난다. 사카에서 베이스캠프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 공원 입구에서 타고 온 랜드크루즈는 세워둔 채 다시 돈을 내고 공원에서 운영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한 시간 남짓 올라가야 하는데 이곳 또한 베이스캠프는 아니고 베이스캠프 아래에 있는 롱복 사원까지만 데려다 준다. 이는 좋게 해석하면 자연 보호를 위한 행위라 생각되지만 개인당 65원의 입장료를 받는데다 그것도 모자라 차 한대당 405원의 입장료를 또 징수하고도 다시 차비로 80원을 더 받는 행위로 미루어 보건데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닌가 일말의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여튼 베이스캠프는 다시 여기서 걸어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데 걸어갈 수도 있고 얼마간의 돈을 내고 마차를 타고 갈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에베레스트베이스 캠프 가는 길


 에베레스트베이스 캠프에서, 뒤에 보이는 것이 에베레스트이다


오갈 때는 마차를 탄다. 대략 일행들과 마차를 탔다는 건 살짝 숨기기로 약속했건만..    다들 비밀입니다^^


숙소 역시 롱복 사원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거나 아예 베이스캠프까지 가서 그곳에 있는 천막에서 잘 수도 있다는데 남쵸에서 질린 우리 일행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게스트하우스 방을 먼저 잡아둔다. 그리고 마차를 타고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사실 에베레스트를 말타고 갔다는게 좀 그렇잖아 해가며 이 부분은 깨끗이 편집해 버리기로 약속을 했는데 쩝-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네팔 쪽에 하나, 티벳 쪽에 하나가 있다는데 네팔 쪽 사정이야 어떤지 모르겠으나 티벳 쪽은 거의 관광지가 다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차에서 내리면 주욱 늘어선 천막들이 찻집 겸 숙소인데 그 호객 행위가 어느 관광지 저리 가라이다. 춥기도 추운데다 멀리 에베레스트 봉우리가 보이기는 하나 더 걸어가 봐야 그 풍경이 그 풍경이라 한시간 뒤에 돌아간다는 마차가 왜 이리 늦게 오나 싶은 지경이다. 다시 마차를 타고 돌아와 추위에 떨며 하루밤을 보낸다. 이 추위가 당분간은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꾹 참는다. 하루만 지나면 고도는 낮고 온도는 높은 곳에 있을 거란 생각이 그 마지막 밤을 견디게 해 준다. 결국 담날 일출이고 뭐고 공원입구로 내려가는 제일 빠른 버스를 수소문해 타고 내려온다.


 장무 가는 길1, 설산을 하나 넘고서야


 장무 가는 길2, 드디어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3박 4일을 함께 달린 일행들-왼쪽부터 사진작가, 글쓰는 작가, 부실한 대구청년 나, 티벳탄 드라이버- 그리고 일제도요타 랜드크루저 4500


마지막날은 국경도시 장무로 가는 길이다. 기사야 저녁까지 장무에 데려다 주면 되지만 우리는 당일로 카투만두까지 갈 생각이라 맘이 바쁘다. 다행히 네팔은 중국보디 2시간 15분이나 늦어 하루가 26시간 15분인 셈이니 당일로 넘어가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전 내내 길이라 할 수 없는 갈을 달리다 점심을 먹고 마지막으로 설산을 넘어 나니 고도가 조금 낮아지는지 푸른빛의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경도시 장무에 도착한 시간은 5시가 조금 넘어있다. 중국측 국경이 6시에 닫힌다니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게 웬일.. 국경도시답게 오가던 화물차들 덕분에 도로가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결국 배낭을 메고 이미그레이션까지 걸어기서 간신히 수속을 마친다. 여기서 네팔 국경까진 다시 8km나 되는 산길이다. 그냥 봉고차 하나를 잡아타고 산을 넘어 네팔 국경을 통과한다. 당연히 카트만두를 가는 버스는 없을테니 호객하는 택시를 잡아 보자며 넘은 국경엔 이게 웬일 그 흔한 삐끼 하나가 안 붙는다. 이런 결국 물어물어 만만치 않은 가격에 택시하나를 빌려 카트만두로 향한다.


국경도시에서 카트만두까지는 버스로 5시간이 걸린다는데 이 택시 총알택시도 아닌 것이 굽이굽이 산길을 거의 80km로 내달린다. 보다못한 일행 하나가 천천히 가자고 하니 산아래에 6시까지 도착을 못하면 산을 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아.. 아건 또 언제 생긴 법이란 말이냐.. 그저 손잡이만 꼭 붙들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검문소를 정확히 6시에 빠져 나간다. 그후로 좀 천천히 가나 했더니 이번엔 폭우가 쏟아진다. 결국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헤드라이트에 의지한 채 가다가 급기야 타이어도 한 번 갈아주고도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3시간 만에 카트만두에 들어온다. 일행 중 두명이 네팔에 수차례^^ 다녀간 경험이 있어 손쉽게 숙소를 잡는다. 늦었지만 씻고 저녁을 먹으니 비로소 네팔에 온 기분이 든다. 드디어 중국을 벗어난 것이다. 네팔, 어딘지 모르게 동남아 분위기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온다는 건 여러모로 마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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