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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1> 비행기가 안떠도 간다

 

그린 라인이라는 외국인 전용버스를 타고-차비도 달러로만 받는 나름 고급버스인데 어찌된 일인지 여행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편한 것만 찾게 되는지 모를 일이다^^- 다섯 시간 만에 포카라에 도착하니 날은 한참 더 더워진다. 이제 제법 아열대 기후로 접어든 것 같은데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온다는 포카라가 이 정도니 40도가 종종 넘는다는 인도는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슬며시 걱정이 된다. 먼저 간 일행이 묵고 있는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보니 일행들이 이미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 이제 트레킹용품 몇 가지를 빌리고 시장만 보면 내일부터 트레킹이 시작된다. 일행은 티벳 랜드크루저팀 네 명과 먼저 떠난 짠돌이 대학생까지 모두 다섯 명이다. 산에 올라가면 물가가 한참 비싸진다는 말을 들은 짠돌이 대학생의 제안으로 감자 5kg와 계란 두 판을 사서 숙소에다 삶아달라고 부탁한 뒤 우비며 스틱 등 트레킹에 필요한 물품을 사거나 빌리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자세히 쓴다고 해도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것이 뻔한 트레킹 루트를 설명하는 일은 대략 난감이다. 지도를 올리면 좀더 쉬울 순 있겠으나 내 경우 여행 준비하면서 지도까지 상세히 나와 있는 하우아시아의 사이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이래가지고 트레킹이나 제대로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지도를 올린다고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정 궁금하면 하우아시아에 가서 네팔 트레킹편을 참고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다^^ 여튼 아주 간단히 언급하자면 네팔에서 할 수 있는 트레킹은 대략 3가지 정도의 코스가 있다고 한다. 즉 세 종류의 다른 산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랑탕트레킹, 에베레스트 트레킹 그리고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개의 트레킹 코스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고 내가 갈 예정인 안나푸르나 트레킹만 간단히 설명하도록 한다.


첫째,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약 15일이 걸린다는 라운eld 코스-뭐 높은 산을 가운데 두고 산주변을 한바퀴 돈다고 보시면 되겠다-, 둘째, 약 10일이 걸린다는 히프 라운딩코스-산을 반만 도는 건데 이 경우 갔던 길을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 또는 올라가는 길 중 한번은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삼사일 정도 걸린다는 푼힐코스-전망이 아주 훌륭하다는 푼힐에서 일출만 보고 내려오는 코스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안나푸르나 등반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까지 갔다오는 코스인데 거의 북한산을 방불케 하리 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단다-의 네 가지 정도로 구분되는데 뭐 이 네 코스를 이래저래 섞어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일단 내가 가려고 하는 코스는 하프라운딩 코스인데 일단 비행기를 타고 좀솜이라는  지역까지 올라가서 신들의 성지라는 묵디나뜨로 올라갔다가 포카라까지 가는 버스가 다니는 베니까지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는 코스로 일단 내려오는 길이라 길이 힘들지 않을 거라는 얄팍한 계산이 이 코스를 결정하는데 큰 작용을 하게 된다. 다른 일행들도 이 코스에 큰 이견이 없어 일단 좀솜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배낭을 꾸린다. 좀 지저분한 데로 그냥 살기로 마음먹고 배낭은 따로 빌리지 않고 중국에서 산 보조가방을 그냥 들고 가기로 한다. 일행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트북까지 챙겨 넣고 나니 침낭이 들어가질 않는다. 다른 일행들은 침낭을 두고 간다는데 추우면 만사가 싫어지는 내 성향을 고려해 배낭위에 다시 침낭을 달아맨다. 대략 오륙킬로쯤 되는 것 같다. 뭐 카메라 세 개들고 가는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대략 이런 차림으로 길을 나섰더랬다


트레킹 1일차(포카라-베니)


다음날 일찍 공항으로 나간다. 아침에 비오면 비행기 안 뜰 확률이 90%라는데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다. 하지만 항공사 직원은 오늘은 날이 안 좋아서 비행기가 뜰지 안뜰지 확실치 않단다. 이렇게 화창한 날도 안뜨면 대체 비행기가 언제 뜬다는 거냐 해가며 기다려 보았지만 결국 좀솜 쪽에 바람이 많이 불어 비행기는 캔슬되고 만다. 제일 싼 국영 항공기인 로얄 네팔 표를 샀더니만 이놈의 비행기는 일주일에 세 번만 운행하는 스케줄이라 다음 비행기가 뜨는 토요일까지 무려 사흘이나 하릴없이 기다려야 할 판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잡혀 있는 작가 아저씨가 먼저 결단을 내린다. 버스타고 베니까지 가서 걸어 올라가겠단다. 짠돌이 대학생과 대구 청년이 동의한다. 원래 트레킹에 큰 뜻이 없었다가 내 꼬임에 넘어가 길을 나선 사진작가 친구는 전 안갈래요, 다녀오세요, 저는 포카라에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하며 천하태평이고 정작 나는 걸어서 올라가는 건 영 자신이 없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가 이왕 짐도 싸서 나왔지, 장비도 빌렸지, 심지어 2000루피나 주고 퍼밋도 받아놨는데 예서 말수는 없다는 생각에 간단히 푼힐이나 다녀오자고 맘을 바꿔먹는다. 포카라에서 쉬겠다는 사진작가 친구를 다시 꼬셔-내내 툴툴거리기는 하지만 일단 꼬시면 잘 넘어오긴 한다^^- 푼힐이나 다녀오기로 한다. 단 푼힐가는 길을 조금 에둘러 일행과 같이 베니까지 간 뒤 온천이 잇는 마을인 따또빠니까지 갔다가 일행들은 계속 올라가고 우리는 푼힐을 들러 내려오는 코스이다.


비행기표를 환불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본다. 비행기표를 환불한 여행사에서는 이미 버스는 끊겼으니 택시나 지프를 대절해 베니까지 가라고 꼬셨지만 시간이 이fms 편이라 그냥 터미널로 나가 본다. 다행히 베니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는 푼힐 등산로 입구인 나야풀을 지나 두시간 남짓 비포장도로를 달리고서야 우리를 베니에 내려 준다. 우리가 베니에 sols 시각은 다섯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다. 그러나 내려오는 비행기도 안뜰지 모르니 걸어서 내려오겠다는 세명이 마음이 바쁜지 일단 다음 마을까지 그냥 걸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우리야 어차피 온천이 있는 따또빠니 까지만 가면 그만이니 굳이 서둘러 움직일 생각이 없다. 결국 일행들과 헤어지고 베니에 숙소를 잡는다. 다섯명이 함께 가기로 한 트레킹은 결국 3대 2로 찢어진다.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또 한편 여러 명이 같이 다니니 의견 조율하기도 쉽지 않아 차라리 잘 됐다 싶은 생각도 든다. 여튼 일행과 헤어지고 첫날을 베니에서 묵는다. 


트레킹 루트의 초입이자 마지막 마을이기도 한 베니는 상당히 큰 마을이다. 베니까지는 멀쩡하게 차가 다님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트레킹 지역에 준하는 요금 체계로 되어 있다. 즉 방값은 비교적 저렴한데 비해 저녁은 그 숙소에서 먹어야 하는 시스템으로 음식값은 물론 상당한 가격이다. 물론 상당한 가격이라는 일반적인 네팔 물가에 비해서인데 대략 방값이 우리 돈으로 2000원 정도인데 비해 음식은 간단히 먹어도 일인당 2000원은 줘야 하니 대략 하루 비용으로 만원은 잡아야 하며 맥주라도 한잔 먹으려면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하는 셈이다. 베니에서는 숙소에서 간단하게 저녁만 먹고 아침으로는 수도 없이 남았으나 안 먹으면 상할 게 분명한 계란양과 감자군을 꾸역꾸역 우겨 넣고 길을 떠난다.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1, 큰놈이 먼저 자세를 잡으니 작은 놈이 어느새 따라서 자세를 잡는다.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2, 찍은 사진을 보고 좋아라 하더니 그뒤에도 한참을 뭐라고 재잘거리며 쫓아온다.  


트레킹 2일차(베니-따또빠니)


이날 여정은 대략 9시간을 걸어야 하는 일정인데 맘먹고 걷기 시작한 지 한 시간만에 이 길이 버스-트럭을 개조한 썽태우 비스름한 것이긴 하지만-가 다니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당근 트레킹에는 전혀 뜻이 없는 사진작가 친구가 버스를 타고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물론 나도 버스 타면 편한 거야 알지만 그래도 트레킹인데.. 조금 망설여진다. 좀 걷다가 나중에 힘들면 타자고 다시 꼬드긴다. 물론 넘어온다^^ 하긴 타자고 합의를 했어도 버스가 만원이라 다음 버스까지 한참은 기다려야 했을 것 같긴 하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보지만 버스가 다니는 길이라는 데서 짐작이 가듯 그만그만한 풍경이 이어진다. 점심도 남아있는 감자군과 계란양으로 때운다. 비닐봉지가 모자라 둘을 동침시킨 탓인지 감자에서도 온통 계란 냄새다. 이제 당분간 삶은 계란은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다. 갈섶에 앉아 점삼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결국 여섯 시간 쯤 걸어 목적지 이전에 있는 마지막 마을에 도착한다. 슬슬 비도 내리기 시작하니 걷는 것이 조금씩 고역이 된다. 이제 버스를 타기로 하고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허걱 이제부터는 버스가 못 다니는 길이란다. 버스 타자고 할때 탔어야 한다는 친구의 지청구를 들으며 다시 빗 속을 걷는다. 마지막 한시간 정도는 거의 폭우기 쏟아진다. 우비를 입으면 사우나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더운데 중국에서 산 보조가방은 방수가 전혀 안되는 배낭이니 별수 없이 계속 우비를 입고 걸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세시간을 더 걸어 어둑어둑해진 뒤에야 목적지인 따또빠니에 도착한다.


따또빠니 가는 길, 아직은 풍경이 그만그만하다.


갈길도 바쁜데 양떼가 길을 막는다


트레킹 3일(따또빠니에서 온천)


올라오기 전부터 아니 티벳에서부터 온천, 온천 노래를 부르던 사진작가 친구 덕분에 꼭두새벽부터 계곡 어귀에 있는 노천 온천을 찾아 간다. 옆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유황 온천에는 이른 시간에도 현지인들이 제법 모여 있다. 아마 날씨가 더운 탓에 아침저녁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입장료 20루피(약 300원)을 내고 들어가 보니 입고 들어갈 옷이 마땅치 않다. 트레킹이라 생각하고 반바지 하나 챙기지 않은 탓인데 결국 어찌어찌 반바지를 하나 빌린다. 물 온도는 적당히 따뜻하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시간여를 보내다가 탕옆에 앉아 때도 말고 빨래도 하며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에구 이걸 트레킹 마치고 하면 얼마나 맘이 개운할까 싶은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담날 푼힐로 갈까 생각해보니 푼힐 가는 길도 어차피 이틀은 더 자야 하는 길이니 그냥 좀솜으로 갔다 비행기 타고 내려가는 게 어떨가 의사를 타진해 본다. 오는 길에 푼힐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엄청난 오르막을 목격한 친구도 슬며시 맘을 바꾼다. 일단 좀솜까지 올라가기로 한다. 묵디나트는 나 혼자 다녀오겠다고 한다. 여튼 맘을 바꿔준 친구가 고마워 저녁엔 소원대로 다시 한 번 온천에 다녀 온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다.     


온천이 있는 따또빠니 마을  


따또빠니 온천, 이런 탕이 두 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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