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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차르> 그나마 다행이다

암리차르로 가는 버스에서 결국 문제가 생긴다. 다람살라에서 암리차르로 가기 위해선 중간도시인 빠탄곳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버스 지붕에 올려 둔 가방을 꺼내보니 친구의 배낭 어깨끈 부분이 예리한 칼로 반쯤 찢겨져 있고 허리벨트 부분이 전부 망가져 있다. 누군가가 중간에 버스 위로 올라 가 가방을 가져가려 한 모양인데 첨엔 다른 짐들 사이에 있으니 있는 힘껏 당겼을 테고 -허리벨트는 이때 망가진 게 아닌가 싶다. 다행히 허리벨트 부분은 버스 프레임에 묶여있었다- 그게 여의치 않자 어깨끈 부분을 잘라내려 한 모양이다. 여행 떠나기 전 간혹 가방이 통째로 없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트렁크에 넣든지 지붕 위에 올리든지 할 때는 버스 정차 시간에 꼭 가방의 이상 유무를 살피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거의 10개월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잊고 있었는데 누가 인도 아니랄까봐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지 않던 일이 일어난다. 친구의 가방에는 카메라가 무려 세대나 들어 있었는데-그나마 한대는 들고 있었다는^^- 아마 가져갔다면 누군가는 팔자를 고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한 건 그 옆에 내 배낭도 있었는데 그건 건드리지도 않았다는 거다. 도둑들한테는 배낭속이 들여다보이는 모양이다^^

 

거의 40도가 남는 더위에 에어콘도 없는 만원버스를 타고 게다가 난도질 된 가방을 들고 암리차르에 들어서니 녹초가 된다. 황금사원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무료 숙소와 무료 급식을 하는 곳이 있다. 사실 여행자들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 순례객들을 위한 시설인데 이 한켠에 여행자를 위한 시설도 함께 마련해 둔 것이다. 하지만 무료 시설이라는 게 보지 않아도 뻔하지 싶어 그냥 일반 숙소를 찾아간다. 론리 첫 줄을 장식하고 있는 숙소임에도 시설이 열악하기 그지 없다. 열악하면 가격이라도 싸면 좋으련만 심지어 가격까지 만만치 않다. 별 수 없이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 식당은 게다가 채식 식당이다. 씨크교도들은 거의 채식주의자라 도시 전체에서 고기를 찾아보기가 싶지 않다고 한다. 에구 오래 머물 곳은 아니다 싶다. 다행히 식당은 에어컨도 나오는 것이 제법 깨끗하다.


황금사원 입구, 건물이 흰색이어서 누구는 데려다 준 릭샤왈라에게 여기가 아니라고 박박 우겼다는데.. 들어가면 황금색 사원이 있다.


이거다.

 

씨크교는 약 500년 전 구루 나닥이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에 불만을 품고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장점을 모아 만들었다는 종교인데 그러다 보니 이슬람과 힌두교 양쪽으로부터 받은 박해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특히 1980년대에는 이곳 암리차르를 중심으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황금 사원까지 탱크를 몰고 들어와 피의 진압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인도 전역에서 수천명의 시크교도들이 힌두교도들에게 테러를 당해 사망하기도 했다는데 어디서나 민족 문제와 종교 갈등은 분쟁의 씨앗인 모양이다. 씨크교도 남자는 머리에 터번을 쓰고 머리와 수염을 깍지 않기 때문에 외면적으로도 다른 힌두교도들과는 확 구별이 된다. 아니게 아니라 이 도시에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터번을 두르고 있다. 반면에 여자들의 복장은 다른 인도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씨크교도들만 물안에 들어갈 수 있다.

 

저녁을 먹고 황금 사원을 들러본다. 이곳은 씨크교도의 성지라 그런지 거의 새벽의 두어시간을 제외하고는 문을 닫지 않는다. 게다가 입장료도 없다^^제약이 있다면 반드시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들어가야 하는 건데 별 수 없이 친구와 사원 앞에서 싸구려 손수건을 하나씩 사서 쓴다. 70년대 장보러 나온 가정부 같은 모습이다. 사원 입구에 신발을 맡기고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서야 사원 안으로 들어선다. 이곳이 황금사원이라 불리는 이유는 중앙에 있는 사원의 지붕이 750kg이나 되는 금박으로 입혀져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 주변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저녁 무렵에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사원 안은 성지를 찾은 씨크교도들과 그저 관광하러 온 인도 여행객들로 부산하다. 천천히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본다. 한켠에는 예의 무료급식소가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니 무료 숙소도 보인다. 게다가 사원 코너에서는 순례객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마실 것을 나눠 주기도 한다. 씨크교도들이 인도 경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더니 이를 통해 종교 확장과 사회 환원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황금사원의 야경


사원에서 만난 인도소녀와 함께 

 

결국 암리차르에서 하루를 머물고 인도의 국경 마을인 와가로 가는 버스를 탄다. 인도에서 한달을 머물렀지만 간 곳이라고 바라나시, 델리, 다람살라가 고작이다. 뭐 다른 사람들처럼 인도에 대한 이런저런 환상을 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 끝 무렵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님 나중에 다른 기회가 닿으면 천천히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싶다. 인도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넓으니까.. 못 가본 곳이 많으니까.. 그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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