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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음... 소주 마시고 싶다.

  

 

여행오기 전 가이드북 무게라도 줄여보려고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분철해 왔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쑤저우 부분이 덜렁 빠져 있다. 매번 상해-소주-항주를 세트로 놓고 분류하다보니 당연히 그 파트에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얘가 나름 다른 지역이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한나절만 둘러볼 예정이라 인터넷에서 돌아볼 곳 몇 개만 받아 적고 내려서 지도나 하나 사야지 하고 있는데 마침 유스호스텔 로비에서 쑤저우로 가는 한국인 여행자를 만난다. 더 정확히 애기하면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공무원의 부인인데 세살박이 아이와 같이 여행 중인 중국거주 한국인이다. 이런저런 수다 끝에 쑤저우로 동행하기로 한다. 마침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이라 그저 가이드 앞세우고 가듯이 손쉽게 쑤저우에 도착해 따라서 숙소를 잡는다.


북경과 상해에 이어 세 번째 들어가는 유스호스텔인데 대도시와는 달리 사뭇 가족적이다. 리셉션 언니 오빠들도 어찌나 수줍음이 많은지 뭔가 부탁하는 내가 괜시리 미안해질 정도다. 마침 도착한 날이 추석이라 간단한 파티가 있다고 하는 걸 잠깐 야시장이나 둘러보고 들어가야지 하다가 버스정류장을 못찾아 두어시간 헤매다 보니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다. 마침 내 동행도 아이와 함께 근처 공원 어디선가 하는 추석맞이 축제에 참가했다가 늦는 통에 파티는 무산되었지만 밤에 맥주 한 병씩 나눠 마시는데 월병이랑 오징어포, 해바라기씨, 계란 삶은 것 등의 안주가 줄을 이어 들어온다. 파티때 먹으려고 준비해 둔 음식이라는데 조금 미안해진다. 근데 이 숙소에는 손님이 우리 셋밖에 없다는 말인가? 여튼 6인실 도미토리를 셋이서 편하게 쓴다.   


쑤저우를 흔히 물의 도시라고 한다. 과연 그 명성답게 도시 전체를 운하가 감싸고 있고 일부는 도시 사이로도 물길이 열려 있다. 그 운하 사이로 관광객을 위한 보트며 청소하는 보트 따위가 오가는데 물은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상생활을 업으로 하지 않는 도시에서 운하를 보는 것은 꽤 색다른 느낌이다. 또한 북경이나 상해처럼 대도시가 아니어서 건물도 야트막하고 오래된 도시답게 가로수들도 모두 아름드리 나무라 색다른 운치가 있다. 보통 아침 일찍 쑤저우에 도착해 한나절 정원과 유적지만 둘러보고 가면 분명 실망할 것 같긴 하지만 머무르면서 찬찬히 여기저기 걸어다니면 어느 도시든 그 도시만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쑤저우 시내(라기 보단 약간 변두리)


 

 도시를 운하가 감싸고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원이나 유적지를 안 갔느냐 하면 아직 유적지 관람병이 완치된 게 아니므로 당연지사 하루의 유적 관람 스케쥴을 짠다. 차이가 있다면 먼저 가이드북을 보고 꼭 가야할 곳과 가지 많아도 될 곳을 가려낸다는 것 정도일텐데 그래도 가야할 곳이 서너군데가 찍힌다. 그렇게 찍은 곳이 졸정원, 유원, 반문, 호구 네 군데인데 유원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유적 관람에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 이유는 첨에 언급했던 이렇게 유적지나 관람하며 다니는 여행이 과연 제대로 된 여행일까 뭐 이런 차원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장료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주된 이유가 된다. 걸핏하면 담장 막아놓고 기본이 20원, 30십원에, 비싼 곳은 60원, 70원이니 이렇게 서너군데 돌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진다. 더 중요한 건 그게 과연 그 입장료의 가치를 하는 걸까 하는 것인데 내가 눈이 낮아서인지 뭐 별로 그 가치를 못하는 것들도 상당수 있더라는 것이다.


유원의 경우 북경에서 이화원 봤지, 상해에서 예원 봤지, 쑤저우에서 졸정원 볼 거지 근데 뭐 내가 대단한 정원 애호가라고 40원이나 내고 유원까지 볼꺼냐 하는 생각이었는데 헉, 그 놈의 가이드북에 따르면 유원이 이화원, 졸정원 등과 함께 중국의 4대 명원이라는 것이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쑤저우 4대 명원도 아니고 그 넓은 중국에서 네 손가락안에 꼽는다는데 여긴 들어가줘야지 하면서 또 슬쩍 들어간다. 동남아 다니면서 우스개소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기준 너무 널럴한 거 아냐 했더니 중국문화유산 기준도 꽤나 널럴한 모양이다. 졸정원을 본 후라 그런지 사람이 좀 적다는 빼곤 별 차이점을 모르겠다.


 

 


 

위가 졸정원, 아래가 유원 - 비슷하지? 나중에 사진 정리하면서도 헷갈렸다.

 

가이드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론 졸정원의 정자 네 개 주변에 심은 식물에 따라 4계절을 표현하는데 이를테면 봄의 정자에는 복숭아 나무가 심어져 잇어 봄에는 도화가 피고, 가을의 정자에는 낙엽송이 심어져 있어 가을에 단풍이 든다는데  여름이나 그런지 그냥 줄창 푸르기만 해서 잘 구별도 안가더라는 말이다. 어디 졸정원뿐이랴, 유원도 비슷한데 정자마다, 나무마다, 창살 하나에도 사연도 많더만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그저 잘 만든 정원이네.. 이런데 살았던 사람은 좋았겠다는 생각 이상이 안 드니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걸까.


쑤저우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반문이라는 곳이다. 이전에 군사적 이유로 쌓았던 성벽이 있는 곳인데 이제 그 성벽 안 쪽을 공원화 해놓은 곳이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면 아래로 수로가 흐르고 저물녁에는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공원인가? 북경에서도 북해공원이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북해공원 위쪽에 입장료 안 내고 들어가는 그 동네 공원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상해도 그저 강주변을 걷는 게 좋았던 것 같다. 모르겠다. 입장료를 안 내서 좋았던걸지도^^


 

반문에서 본 운하


 

 반문에서 본 해질녘

 

 그저 도시 분위기와 숙소 분위기가 좋아서 -인터넷도 로비 테이블에서 랜선이 바로 빠져 우아를 떨면서 할 수 있다. 물론 가격도 싸다- 예정보다 하루를 더 머물고 쑤저우를 떠난다. 수로 사이를 다니는 배를 타보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쾌속선 밖에 탈 수 없단다. 이 조용한 도시를 쾌속선으로 달릴 일 있나.. 혼자 다니는 여행자는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아쉬운 마음에 항주로 가는 13시간짜리 밤배라도 탈까 생각하다가 이내 맘을 고쳐먹는다. 다들 후회할 거라고 말리는 코스다. 게다가 항저우까지는 버스로 두 시간밖에 안 걸린다. 버스는 또 다른 물의 도시 항저우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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