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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선태] 그러나,

  • 등록일
    2014/03/18 02:02
  • 수정일
    2014/03/18 02:03

그러나,

 

김 선 태

 

내 딸 여진이가 두 살 적
기분이 좋으면 <까르르> 웃고
기분이 나쁘면 <으아앙> 울던,
<어> 벌린 입을 다물었다 떼면 <엄마>가 되고
<아> 벌린 입을 다물었다 떼면 <아빠>가 되는,
그때, 바로 그때까지가 아름다웠습니다.

 

내 딸 여진이가 네 살 적
꽃을 보면 <꽃아 안녕> 꽃잎에 입맞추고
별이 뜨면 <별아 안녕> 별에게 손 흔들던,
옷 벗은 나무가 춥겠다며 한참을 껴안아주고
어항 금붕어가 죽었다고 몇 날을 울며 보채던,
그때, 바로 그때까지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시집 『동백숲에 길을 묻다』(세계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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