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 등록일
    2014/03/11 11:42
  • 수정일
    2014/03/11 11:43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휜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야 
히히히히힝, 내 안에서 말 한 마리 풀려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 가서 돌아오지 마라
이 비좁은 몸으로는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휜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

...나희덕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중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