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파블로 네루다] 시

  • 등록일
    2004/10/12 11:57
  • 수정일
    2004/10/12 11:57
그러니까 그 나이였죠..... 시가 나를
찾으러 왔더군요. 모르죠, 어디서 나왔는지
겨울에선지, 강에서 나왔는지.
언제 어떻게 돼서 왔는지 모릅니다.
아니예요,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말소리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었습니다.
어떻든 어느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요
밤의 가지 위에서,
갑자기 다른 사람들 틈에서
격렬한 불더미 속에서 나를 불렀죠.
아니면 홀로 돌아오는 길목에
얼굴도 없이 거기 섰다가
나를 만지든가 했어요.


난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몰랐어요. 내 입은
뭐 한 마디 이름조차
대질 못하다군요.
내 눈은 멀고
무언가 나의 영혼속에서 뛰노는 게 있었어요.
열기 같은 거라든가 아니면 잃어버린 날개 같은 거.
그리고 나는 자꾸 혼자 되어가는 걸 느꼈어요.
혼자
그 불탄 자국을
해석해 가며
그래서 아주 애매하게 나마 첫 줄을 썼죠.
형체도 없이 애매한, 순전히
바보짓이었죠,
아무 것도 모르는 자의
순후한 지식.
그리고는 문득
하늘이
허물어져 내리는 걸 봤어요.
하늘이 열리고
위성들과
고동치는 논밭
구멍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으로
난도질을 당한 그림자
나를 에워싸는 밤과 우주를 봤어요.

 

그리고 나, 이 미약한 존재는
그 커다란 공허에 취해
신비의 모습 그대로
별이 총총한 허공에 도취되어
나 자신 어느 심연의
순수한 일부가 되어 있는 것을 느꼈지요.
별들과 함께 나는 굴러떨어졌죠.
내 심장이 바람 속에 한가닥 풀리기 시작했죠.

 

간장 오타맨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