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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국보법, 인터넷에서 부활하다

  • 등록일
    2005/01/16 12:56
  • 수정일
    2005/01/16 12:56
정통부 의결문 전문 입수… 31개 친북(?) 사이트 차단 논란 편집부 editor@digitalmal.com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12일 『민족통신』,『조선신보』,『조선통신』,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 구국전선, 코리아북센터 등 북한 관련 사이트 31개에 대해 국가보안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해 전격 차단했다. 그러나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 북한 관련 사이트가 대규모로 차단된 최초의 사례인 이번 조치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또한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논란이 벌어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번져갔다. 이 논란은 월간『네트워커』(진보네트워크센터 발간)가 선정한 '2004년 정보인권 10대 이슈'에 선정될 만큼 비중 있는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 논란의 진원 향해 거슬러 올라가 봤다. 이준희 시민의신문 취재팀장 peace@ngotimes.net


하루 아침에 북한 관련 사이트들이 일제히 접속차단 당하자 통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통일정보운동단체들은 “남북화해 시대에 역행하며 정보인권을 가로막는 동시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된 ‘국가보안법 폐지와 통신자유를 위한 대책모임’은 지난해 12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정보통신부의 인터넷 차단조치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과 정보이용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철회 및 시정을 요구했다. 또한 당국의 차단 조치를 기술적으로 피해 북한 사이트들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조치가 무용지물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통윤 전문위원들 “무얼 논의 했나”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초, 이번 북한 사이트 차단조치의 근거가 된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정통윤)의 심의 의결문과 관련 내용들이 『시민의신문』의 정보공개청구로 전격 공개됐다. 『시민의신문』이 입수한 심의 의결문의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총 31개에 달하는 북한 관련 사이트를 차단한 정통부의 조치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국가보안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이뤄졌음이 밝혀졌다. 해당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법통신 금지) 제1항 제8호(국보법 금지 행위)였다. 국정원과 경찰청의 요청으로 정통부와 정통윤이 차단조치를 취한 과정을 잠시 들여다보자. 이들 사이트들은 지난해 10월 13일 정통윤 제69차 제1분과 전문위원회에서 출석위원 전원의 의견에 따라 차단 조치를 취하기로 심의 의결된 뒤, 같은 달 28일 남정림, 양동철, 최흥규 위원 등 상임전문위원회 출석위원 전원 의결로 최종 차단조치 당했다. 상임전문위원들은 모두 각 분과전문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남정림, 양동철 상임전문위원은 제1분과 전문위원회 소속이다. 제1분과 전문위원회에는 윤지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 이병주 소비자보호원 사이버소비자센터 소장 등 시민소비자단체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국보법 폐지 입장을 취해 온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포함된 전문위원회에서 역설적이게도 국보법 위반에 의한 북한 사이트 차단이 결정된 것이다. 정통윤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상임전문위원회의 결정은 제1분과 전문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이를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해당 위원들이 개진한 의견이 담긴 회의록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13일, 의결에 참석했던 윤지희 제1분과 전문위원(교육과시민사회 대표)은 『시민의신문』정영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으로, 대체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위원회의 성격에 비춰봤을 때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국보법 폐지 논란이 있는 시점에서 다른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전문위원은 심의 의결록의 내용이 모두 똑같은 점에 대해서 “각 사이트마다 차별성이 있을 텐데, 그것을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답했고, 조선우표 등 경제사이트나 조선중앙통신 같은 언론사를 차단시킨 조치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이 있었는데, 현행법에 근거를 해서 하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특히 그는 '이번 차단 결정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 “위원회는 여러 구성원들이 있으니까, 개인 위원들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는 좀 그렇다”며 심의 과정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할 이견이나 의견 등이 존재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통윤이 심의 의결문을 작성하기 전의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개인정보 이유 등을 들어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어떤 논쟁과 이견이 있었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고무찬양 획일 적용, 시민사회 강력반발 『민족통신』, 『조선신보』,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등 정통윤에 의해 차단 조치된 사이트들은 대부분 북한 관련 정보나 한국과 미국에 대한 뉴스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통윤 전문위원들은 이들 사이트들에 게재된 정보를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불법정보’라고 판단했다. 특히 31개 사이트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정권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내용의 정보로써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불법정보라고 판단했다”며 국보법 상의 고무찬양 적용이 가장 큰 이유였음을 드러냈다. 『민족통신』, 『조선신보』,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등 정통윤에 의해 차단 조치된 31개의 사이트들은 대부분 북한 관련 정보나 한국과 미국에 대한 뉴스 등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미언론인 노길남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인『민족통신』(www.minjok.com)에 대한 차단 의결문을 보면, “피심대상 민족통신 인터넷정보는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북한정권의 정통성을 합리화하는 한편, 주체사상에 입각한 자주민족통일과 반미자주화투쟁, 반파쇼민주화투쟁, 조국통일투쟁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정보의 전체적인 내용 및 태양, 그 정보를 제공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점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정권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내용의 정보로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불법정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민족통신』노길남 대표는 “사대수구세력의 마지막 발악”이라며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화해와 협력의 물결이 대단했는데, 이를 좋아하지 않는 세력이 다급해진 나머지 물결을 막아보려고 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정통부의 조치는 각자 다른 성격의 사이트에 대해 일괄적 기준을 적용시켰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백두넷, 코리아북센타, 조선음악, 조선우표 등 31개 사이트가 각각 성격과 내용이 다른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전문위원들은 “국보법을 위반했고, 정통윤 심의규정(제19조)에 해당하므로 ‘유통부적합 및 이용자 접속차단 요청’으로 차단 조치를 취한다”고 똑같은 의결 내용을 반복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북한 사회의 제도나 문화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까지 국보법 상의 고무 찬양죄를 적용했다는 점이 “무리한 수를 두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인 셈이다. 이에 따라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통윤 전문위원회가 “국정원과 경찰청의 이용자 차단요청에 의거, 사법부에 의한 사법적 판결에 앞서 획일적인 차단 의결을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의 결정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통일연대 등 사회단체들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이종회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헌법상 권리인 통신의 자유를 정통부 장관이 제한한 것은 명백한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김을수 민족자주평화통일회의 대표도 “불온하다는 모호한 이유로 일부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해 국민의 통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남북간 정보교류 활성화를 지향하는 남국교류협력법 개정안의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이번 조치를 비난했다. 『민족21』링크도 사이트 차단의 이유? 재미동포 전국연합회(www.kancc.org)에 대한 의결문을 보면, “인터넷정보의 [소식/알림] 내 [개별기사]에서 ‘기독교 인사들, 보안법폐지 촉구 대국민 호소문 발표 10/06/04’, ‘반국가단체 한통련 정식여권 첫 방한 10/06/04’, ‘정동영 통일부 장관 “국보법은 안보와 무관” 10/06/04’, ‘한나라 국정감사 색깔론 퍼붓기 10/05/04’, ‘권영길 “북한인권법안은 전쟁시나리오” 10/05/04’, ‘정 통일 “남북정상회담 내년까진 열려야” 10/05/04’ 등의 게시정보가 제공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내용까지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정통윤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위 사이트의 [종합소식] 내 [칼럼/논평]에 게재된 ‘예수가 한나라당원인가 - 진중권 10/06/04’, ‘조-한동맹, 또 색깔론인가 - 민언련 10/06/04’, ‘김상돈만평, 이번 국감 최대 수확 10/05/04’ 등의 정보 제공도 심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가 광범위하게 벌여온 언론 및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저작물 등에 대한 국보법 위반 여부 감정과 유사한 대목이다. 재오스트레일리아동포 전국연합회 사이트(www.kca.net.au)에서는 [추천사이트]를 통해 제공된 한국의 사회단체 및 언론 사이트까지 문제가 됐다. 통일운동단체인 남이랑북이랑(www.pbpm.org)과 통일전문 월간지인 『민족21』(www.minjog21.com) 홈페이지의 링크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민족21』의 유병문 기자는 이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다”며 “민족21의 홈페이지가 단순하게 링크된 사실을 놓고 공안기관이 이를 문제 삼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이를 심의 의결하는 데 근거로 제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민족21의 북한과 관계된 모든 기사는 통일부의 사전 승인과 사후 승인을 거쳐 취재하고, 보도되는 것”이라며 “공안기관이 과거의 잣대를 아직까지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이번 조치는 제도권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남북관계, 한국의 사회 이슈, 미국의 북한인권법안 비판 등에 관한 일반 뉴스는 물론, 일부 매체의 칼럼과 논평 내용까지 문제 삼고 있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취재시, 통일부의 승인을 얻은 뒤 취재활동에 임하고 있는 『민족21』의 홈페이지를 단순 링크시켰다는 사실마저 사이트 차단의 이유가 된 것은, 이번 조치가 주도면밀하지 못했음까지 드러내고 있다. 결국, 정통부는 “주도면밀하지 못한 검토내용을 바탕으로,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행정 절차를 밟았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우회로(?)를 통하면 얼마든지 이들 차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가장 모르는 곳이 정통부”라는 조소 섞인 비난마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조치와 관련된 논란은 쉽게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접속 차단 조치를 당한 사이트, 31개 목록 1 자주평화민족대단결 members.fortunecity.com/ym2 2 재미동포 전국연합회 www.kancc.org 3 민족통신 www.minjok.com 4 통일학연구소 www.onekorea.org 5 백두넷 www.baekdoonet.has.it 6 조선의노래 www.dprkoreamusic.com 7 조국통일21 www.tongil21.com 8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www.bommin.net, www.big.or.jp/~bommin 9 조선신보 www.korea-np.co.jp 10 민족자주대학 www.minjog.com 11 구국전선 ndfsk.dyndns.org 12 조선통신 www.kcna.co.jp 13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www.chongryon.com 14 코리아북센타 www.krbook.net/index-k.htm 15 조국통일을 논하는 홈페이지(모악산) www.moaksan.net 16 조국평화통일협회(평통협) www.jpth.net 17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www.korea-htr.com/chuo 18 겨레사랑터 www.krsrt.com 19 코리아 네트워크 www.worldcorea.net 20 조선음악 www.big.or.jp/~jddr/index.html 21 조선대학교 www.korea-u.ac.jp 22 조선인포뱅크 www.dprkorea.com 23 우리민족끼리 www.uriminzokkiri.com 24 실리은행 www.silibank.com/silibank/korea 25 조선우표 www.dprk-stamp.com 26 조선출판물 www.dprk-book.com 27 화려은행 www.hualibank.com 28 내나라 www.kcckp.net 29 재독일동포협력회 www.corea-news.com 30 민족시보 www.korea-htr.com 31 재오스트랄리아동포 전국련합회 www.kca.net.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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