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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동엽] 風 景

  • 등록일
    2004/08/08 10:40
  • 수정일
    2004/08/08 10:40

쉬고 있을 것이다.

 

아시아와 유우럽

이곳 저곳에서

탱크 부대는 지금

쉬고 있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 화창한

도오꾜 교외 논둑길을

한국 하늘, 어제 날아간

이국 병사는

걷고.

 

히말라야 산록

토막 가성거리는 초병은

흙묻은 생고구말 벗겨 넘기면서

하루삔 땅 두고 온 눈동자들

회상코 있을 것이다.

 

순이가 빨아준 와이샤쓰를 입고

오늘밤, 死海 가의

이스라엘 선줄집서,

주인집 가난한 처녀에게

팁을 주고.

 

아시아와 유우럽

이곳 저곳에서

탱크 부대는 지금

밥을 짓고 있을 것이다.

 

해바리기 핀,

지중해 바닷가의

촌 아가씨 마을엔,

온종일, 상륙용 보오트가

나자빠져 뒹굴고.

 

휜구름, 하늘

제트 수송편대가

해협을 널린 마을

맨발 벗은 아해들은

쏟아져나와 구경을 하고.

 

동방으로 가는

부우연 수송로 가엔,

깡통주막집이 문을 열고

대낮, 말 같은 촌색시들을

팔고 있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

동방대륙에서

서방대륙에로

산과 사막을 뚫어

굵은 송유관은

달리고 있다.

 

노오란 무우꽃 핀

지리산 마을.

무너진 헛간엔

할멈이 쓰러져 조을고

 

평야의 가슴 너머로.

고원의 하늘 바다로.

원생의 유전지대로.

모여 간 탱크 부대는

지금, 궁리하며

 

고비사막,

빠알간 꽃 핀 흑인촌,

해 저문 순이네 대륙

부우연 수송로 가엔,

예나 이제나

가난한 촌 아가씨들이

빨래하며,

아심아심 살고

있을 것이다.

 

                                                       <現代文學 1960년 2월호>

                           신동엽 시전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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