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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아줌마와 성매매와 성

황혼의 로맨스인가, 매춘인가


불편한 진실의 하나가 노년의 왜곡된 성문제다.7일 오후 인천 자유공원 일대에 산책나온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순철기자

ㆍ약산·자유공원 ‘박카스 아줌마’ 현장르포

약산 인근서 ‘돗자리 영업’ 여성 10여명

커피·술 핑계로 노인에 접근 성매매까지


노인의 성은 아직까지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노년의 성에 대해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는 속칭 ‘박카스 아줌다’라는 또다른 사회적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공원 등지에서 커피나 술을 팔며 노인을 유인해 성매매로까지 이어지는 ‘박카스 아줌마’의 활약(?)은 부양가족 없이 가난한 여성 노인과 외로움을 표출할 길 없는 남성 노인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 시대의 부산물이다. 로맨스라 하기엔 비뚤어져 있고 무작정 매춘으로 몰기엔 안타까운 바로 그 현장에 나가봤다.

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약산 인근.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나무 숲 사이 그늘에 앉은 노인에게 50대 중년 여성 두 명이 접근했다.

화사한 복장에 모자를 곱게 쓴 여성들은 노인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이내 노인과 함께 풀 숲 뒤 돗자리가 깔린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한 여성이 가방에서 술과 안주를 꺼냈고 이들은 한 시간 가량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시간을 보냈다. 노인들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이 찾는 약산 인근에서만 이같은 ‘돗자리 영업’을 하는 중년 여성이 10여 명에 이른다. 등산객 ㅇ씨(50)는 “가끔 산에 오면 열 걸음을 못 가서 커피 한 잔만 하고 가라는 중년 여성이 계속 붙잡는다”고 했다.

이들은 커피나 술을 한 잔 하자는 핑계로 남성 노인들에게 접근해 음식을 팔고 나아가 성매매도 서슴지 않는다. 수년 전만 해도 나무 숲 사이에 천막까지 치고 영업을 했으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에는 싼 값에 유사 성행위를 요구하는 노인이 늘었다.

5년째 약산에 ‘출근’하고 있다는 여성 ㅇ씨(64)는 “50대 중반 젊은 아줌마는 2만 원을 부르는데 내 또래는 1만 원이면 가능하다”면서 “아들 집에 얹혀살래도 며느리 눈치가 보여 이렇게 살아도 혼자 사는 게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약산에서 영업 중인 여성 대부분이 안정적 수입 없이 돗자리 영업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고도 전했다. 5년 전만 해도 하루 10만 원 매출을 올렸지만 요즘은 하루 3만 원 벌기가 힘들다. 같은 날 중구 자유공원에서도 영업이 한창이었다. 커피가 담긴 보온병을 든 60대 여성 노인과 70대 남성 노인이 벤치에 앉아 데이트를 하는 듯했다.

할아버지가 잘 나가던 해병대 시절의 모험담을 늘어놓으면 할머니가 맞장구를 치며 대화가 이어졌다. 다른 쪽 의자에선 보온병을 들고 접근한 여성에게 남성 노인이 지갑을 열어 돈을 내보이는 모습이 보였다.

벤치를 서성이던 노인ㅇ씨(86)는 “주로 혼자 있는 노인에게 ‘혼자 오셨느냐’ ‘나도 혼자라 외롭다’면서 접근해 커피, 막걸리, 소주, 떡, 단팥빵 등을 판다”며 “외로운 노인들 말동무도 돼 주고 경우에 따라선 월미도로 데이트를 나가 즐기기도 한다”고 했다.

커피는 한 잔에 500원, 소주는 한 병 5000원, 캔음료 2000원 등 음식 가격에 ‘말동무’ 가격까지 포함돼 정상가격보다 비싸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주머니 사정이 나은 노인이라면 여성들과의 만남을 마다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화대는 1~3만 원 정도로 인근 여인숙에서 1만 원 미만의 숙박료를 내고 이뤄진다. 경찰이 해당 지역을 순찰하지만 이미 조직화한 여성 노인들이 미리 알고 자리를 피해 단속은 쉽지 않다. 게다가 거래가 거의 대부분 현장에서 현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도 남지 않는다.

남편이 당뇨를 앓고 있어 생계유지를 위해 일한다는 한 할머니(70)는 “마음이 없는 노인에게는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며 “말동무가 필요한 노인들과 남의 신세를 좀 져야 하는 노인들이 만나는 것뿐”이라며 ‘영업장소’로 향했다.

<최보경기자 이상서·이상준인턴기자 cbk41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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