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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성폭력 피해자, 정진화 전 위원장 주장 전면 반박

"정 전 위원장은 조직만 생각했지, 피해자는 생각하지 않았다"

김용욱 기자 batblue@jinbo.net / 2009년07월07일 12시41분

작년 12월 초 민주노총 간부 김상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7일 정진화 전교조 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공개했다. 피해자가 공개한 글은 '성폭력 2차 가해자 전교조 재심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6월 25일 재심위원회에 피해자가 보낸 것이다.

 

전교조 재심위원회는 제명 징계를 받았던 2차 가해자 정진화 전 위원장, 손 모씨, 박 모씨 등에게 30일 회의에서 제명 보다는 낮은 징계로 결정했다.

 

피해자는 이번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을 꾸준히 문제제기해 온 이향원 전교조 조합원을 통해 전교조 내부 게시판에 이 글을 공개했다. 피해자는 재심위 결정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자신의 입장 글을 조합원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이글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정진화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일단의 분들이 저를 음해하는 글을 게재해, 마치 제가 가해자이고 정 전 위원장이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사건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 제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견뎌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제가 직접 답변을 드린다"고 반박 글을 쓴 배경을 밝혔다.

 

피해자는 주로 정진화 전 위원장이 지난 5월 8일 전교조 내부 게시판에 올린 '조합원선생님께 올리는 글'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글에 담았다. 글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는 정 전 위원장에게 위로를 받기보다는 사건 축소를 위한 압박감을 더 받은 것으로 보인다. 5월8일 정 전위원장이 올린 해명글과는 전혀 정반대의 내용이다.

 

피해자는 "정 전 위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오랜 시간동안 고통 속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고소를 할까 한다'는 말에 위원장의 첫마디는'고소는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고 정진화 전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피해자는 정 전 위원장이 5월 8일에 자신과 한 말을 왜곡, 축소해서 올렸다는 내용의 글을 이어갔다. 피해자는 정 전 위원장이 "특히 어려운 시기에 이 일이 알려지면 조·중·동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니 고소만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또 정진화 전 위원장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당신을 내연의 관계인 것처럼 몰아가는 (언론)보도가 준비되고 있다고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들었다. 이것 봐라. 고소하면 선생님이 힘들어진다'라는 말을 해 심리적인 불안감과 압박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진화 전 위원장은 5월 8일 공개한 글에서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병위원회 보고서가 언급한 은폐 관련 사실을 두고 “저는 이 보고서에서 말하듯 피해자의 판단과 문제제기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고소를 막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한 바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정 전 위원장은 저의 고통과 상처를 함께 아파하거나, 저를 위로하는 것보다는 조직을 더 염려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또 "정 전 위원장은 제가 정 전 위원장과 만났을 때 피해 사실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제가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한 다음에 그를 만났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피해자는 " 저는 솔직히 전교조에서 제가 받은 상처를 위로받고 싶었고 전교조와 함께 문제를 풀고 싶었고, 일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전 위원장은 냉정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또 "저는 (전)위원장의 사무적이고도 냉정한 태도에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되었고, (전)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태를 무마하고 피해자를 돕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교조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자신이 고소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정 전 위원장을 만난 후 더는 전교조를 신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피해자는 이어 "제가 전교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위원장을 찾아가 끔찍하기만 한 저의 상처를 다시 들춰낼 이유는 전혀 없었다"며 "언론에 나오면 안된다. 조·중·동에 이용당하면 안된다. 고소하면 안된다는 것 말고, 저를 위해서 했던 이야기가 과연 있었냐"며 반문했다.

 

피해자는 전교조 활동가로서 고뇌를 밝히기도 했다. 피해자는 "저는 정 전 위원장 못지않게 전교조 조합원으로 열심히 활동했다. 15년 이상을 지회 집행부로 활동했고 지회장을 2년 동안 해왔기에 제가 가해자를 고소했을 때, 전교조에 가해질 비난이나 타격이 걱정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이로 인해 자신의 피해를 구제하는 당연한 일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는 "그래서 민주노총에서 제안한 대로 진상조사와 징계 결과를 기다렸고, 가능하면 이를 통해 사안을 해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마지막으로 "저는 정 전 위원장을 만날 때, 그가 위원장으로써 피해자인 저보다 더 흥분하고 화를 내며 가해자를 가만두지 않겠다, 응징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고 함께 울어줄 줄 알았다. 그러나 정 전 위원장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위원장으로서 조직을 걱정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 전 위원장은 조직만 생각했지, 피해자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부단체의 도움을 받았다는 일부 주장을 두고도 "전교조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던 제가 평소 신뢰하던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정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분들은 제가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비난하고 있다. 도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누구라도 알려주기 바란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마지막으로 " 이 글을 쓰면서 저는 또 고통을 받는다"며 "도대체 제가 어떻게 해야 제가 받은 피해가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면서 "더 이상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전교조는 재심위원회 결과를 7일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재심위 결과가 7일 중집에 보고될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재심위 결과는 중집에 보고하는 절차만 남았고 결과의 공개 수위와 방식은 재심위가 결정한다.

 

피해자가 재심위에 보낸 글 전문
저는 2008년 12월 초 민주노총 핵심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이후, 지금까지 제가 당한 피해에 대해 반복적으로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여러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를 요구받아 왔습니다. 민주노총에서의 첫 번째 진상조사, 지도부 사퇴 이후의 두 번째 진상조사가 있었고, 전교조 위원장과도 두 번에 걸쳐 이 문제와 관련해 만남을 가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교조에서는 또 다시 제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들춰내면서 답변을 듣고자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너무 잔인하고 또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노총의 첫 번째 진상조사도 그렇지만, 특히 두 번째 진상조사는 여성단체 등 외부인사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것입니다. 진상조사의 결과, 전교조에 징계를 권고했고, 이에 대해 전교조가 징계를 했는데, 또 다시 징계를 재심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똑같은 진술을 몇 차례나 반복해서 해야 하고, 사실을 확인해주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2월 9일 대리인을 통해 전교조 차원의 진상조사활동을 원하지 않는다고 제 뜻을 밝혔던 것은 제가 몸담고 있고, 또 사랑하는 조직인 전교조가 이 문제로 인해 타격을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에서도 조사를 받고, 똑같은 내용을 다시 전교조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제 뜻을 받아들였으며, 전교조의 강보선 진상조사위원장은 저의 대리인과의 전화 통화내용을 <대리인과의 통화내용 확인서>라는 서면을 통해 확인하였고, 이에 대해 대리인과 강보선 위원장이 각각 서명 날인 한 바 있습니다. 제 뜻을 전교조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전교조 차원의 진상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때 전교조 위원장과 강 위원장은 대리인을 통해 저에게 전교조가 분란에 휩싸이지 않게 배려해주어 고맙다는 뜻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전해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전교조 차원에서 제게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답변 요구만이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 정진화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일단의 분들이 저를 음해하는 글을 게재하고, 마치 제가 가해자이고, 정 전 위원장이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사건 자체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견뎌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제가 직접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민주노총 진상조사 과정에서 했던 진술은 사실 그대로입니다.

 

자료를 요청하여 확인해보셨다고 하고 정 전 위원장의 진술에 대한 저의 견해를 요청하셨으니 피해 사실에 대한 반복 진술보다는 진술 내용에 부분적으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는 정 전 위원장의 진술에 대한 저의 견해가 되는 것이겠지요.

 

저에게 보내신 정진화 전위원장의 진술은 조합원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분이라서 <조합원선생님께 올리는 글> 전체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정 전 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교조의 명예를 되찾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정 전 위원장의 사고가 큰 오류를 범하여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제가 정진화 위원장(당시)을 2008년 12월 23일 만나자고 했고 그 날 위원장이 늦게 만났으면 해서 밤늦게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후에 만났습니다. 12월 29일에도 저는 위원장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린 후에 만났습니다. 위원장에게 저는 “성폭행을 당했다. 그동안 무척 괴롭고 힘들었다. 오랜 시간동안 고통 속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고소를 할까 한다. 제 생각을 위원장께는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말을 들은 위원장의 첫마디는“고소는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저는 충격을 받았고 위원장에게 말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만나는 동안 내내 위원장은 매우 형식적이고도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며,“선생님이 힘들어질 거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말을 간간히 하긴 했지만 여러 가지 성폭력 사례와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 여성이 겪었던 고통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이 일이 알려지면 조ㆍ중ㆍ동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니 고소만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당신을 내연의 관계인 것처럼 몰아가는 보도가 준비되고 있다고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들었다. 이것 봐라. 고소하면 선생님이 힘들어진다.”라는 말을 하면서 저에게 심리적인 불안감과 압박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시민단체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알고 위원장께 말하는 것인가요?”라고 묻자 머뭇거리며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런 위원장의 태도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위원장은 이런 말들은 만나는 내내 되풀이되었습니다.

 

위원장은 저의 고통과 상처를 함께 아파하거나, 저를 위로하는 것보다는 조직을 더 염려했습니다. 이런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 피해자인 제가 위원장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 전 위원장은 제가“이미 다른 기관과의 협의를 끝냈는지 고소하겠다는 통보까지...”라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정 전 위원장의 진술대로라면 위원장을 별도로 만날 필요도 전혀 없었고, 설령 만났다 하더라도 만남 직후에 바로 가해를 고소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민주노총과 제가 속한 전교조를 믿고 싶었고, 민주노총이 어떤 분을 통해 제안한 민주노총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 결과를 지켜보면서 기다렸습니다. 제가 실제로 가해자를 고소한 것은 2009년 2월 9일이었습니다. 저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소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지,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종용 또는 협의를 통해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정 전 위원장 못지않게 전교조 조합원으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15년 이상을 지회 집행부로 활동했고 지회장을 2년 동안 해왔기에 제가 가해자를 고소했을 때, 전교조에 가해질 비난이나 타격이 걱정되었습니다. 제가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피해를 구제하는 당연한 일인데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에서 제안한 대로 진상조사와 징계 결과를 기다렸고, 가능하면 이를 통해 사안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정 전 위원장은 제가 정 전 위원장과 만났을 때 피해 사실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제가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한 다음에 그를 만났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3일과 29일, 두 번 만나는 동안 제가 당했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묻지 않았습니다. 저를 배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에 더 급급해 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전교조에서 제가 받은 상처를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전교조와 함께 문제를 풀고 싶었고, 일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위원장은 냉정하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위원장의 사무적이고도 냉정한 태도에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되었고, 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태를 무마하고 피해자를 돕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교조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정 전 위원장은 당시 제게 민주노총에서 이루어질 징계 과정이나 전교조 내의 징계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자세하게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정 전 위원장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정 전 위원장은“추락하는 전교조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실상과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단 한번이라고 피해자인 저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아파하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인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정 전 위원장 개인이 아니라, 전교조 위원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제가 전교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위원장을 찾아가 끔찍하기만 한 저의 상처를 다시 들춰낼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언론에 나오면 안된다. 조ㆍ중ㆍ동에 이용당하면 안된다. 고소하면 안된다는 것 말고, 저를 위해서 했던 이야기가 과연 있었나요?

 

제가 정 전 위원장에게 저의 피해 사실을 알린 다음, 민주노총 측에 다시 그 사실을 알린 것은 3일이나 지난 다음의 일입니다. 제 일은 위원장에게서 3일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었고,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에 정진후 현 위원장에게“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잘 처리되도록 부탁을 드렸다”고 하였지만, 정 현 위원장이 저의 대리인에게 두 세 차례에 걸쳐 확인 해 준 바에 의하면, 정 현 위원장은 정 전 위원장이 아닌 누군가에게 이 사건에 대해 듣고(12월 30일), 오히려 거꾸로 정 전 위원장에게 사건에 대해 물었고, 왜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나에게 알리지도 않았냐고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정 전 위원장은 또한 저를 돕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답니다. 정 전 위원장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구체적인 노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29일 만남 이후 지금까지 전화 한통도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2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전에도 단 한통의 전화도 없었고, 만나자고 한 적도 없었습니다. 최대한의 노력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저를 진심으로 걱정했다는 분이 그럴 수 있을까요?

 

정 전 위원장의 진술은 이렇게 기본적인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전교조의 위원장이었던 분이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정 전 위원장을 만날 때, 그가 위원장으로써 피해자인 저보다 더 흥분하고 화를 내며 가해자를 가만두지 않겠다, 응징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습니다. 함께 울어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정 전 위원장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위원장으로서 조직을 걱정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정 전 위원장은 조직만 생각했지, 피해자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피해자 앞에서라도 피해자를 진심으로 위로해줄 줄 알았습니다.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피해자를 위해 문제를 풀어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정 전 위원장은 같은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냉정한 분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제가 받은 상처는 정말 큰 것이었습니다. 전교조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던 제가 평소 신뢰하던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정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분들은 제가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누구라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또 고통을 받습니다. 무척 괴롭습니다. 도대체 제가 어떻게 해야 제가 받은 피해가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건가요?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진실은 하나입니다.

 

그 진실이 인정되지 않는 조직의 현실이 슬프기만 합니다. 진실과 정의는 현재에서는 늘 패배하지만 긴 시간(역사) 속에서는 승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그 말에 기대고 있습니다.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내일이 징계재심위 결정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정파를 떠나 누구와 더 친하고 덜 친하고를 떠나 사실 그대로 진정어린 판단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6월 25일
피해자가 보냅니다.

▒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전교조에서 이어지다 (1) - [첨부/펌] 2차 가해 관련, 전교조 정진화 전 위원장의 글(전문)
    혁사 무당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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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7월 07일 17시 47분 09초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전교조에서 이어지다

지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과 관련, 지난 4월 22일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로부터 조직적 은폐를 이유로 제명조치 당했던 전교조 정진화 전 위원장 등 전·현직 간부 3명에게, 6월 30일 전교조 재심위가 이들에 대한 제명을 취소하고 대신 경징계 조치를 결정했다. 재심위는 정 전 위원장 등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여 심의한 결과 이들이 부주의하게 대처한 부분은 있지만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사태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재심위가 정 전 위원장 등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자 6월 24일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하는 전교조 여성활동가들이 “민주노총 진상규명특위 보고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2차 가해를 부인하는 것은 문제”라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재심위에 전달한 데다, 피해자 또한 6월 25일 재심위원회에 자신이 보낸 정 전 위원장에 대한 공개비판 문건을 7월 7일 <참세상>에 싣는 등 계속 날을 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참세상>의 보도자세가 균형을 잃고 있어 문제다.
전교조 홈페이지에서 블라인드 처리된 정진화 전 위원장의 글은 <참세상>에서도 소개되지 않음으로써 진보진영의 동지들이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원천봉쇄되고 있다. 그러나 <참세상>은 상대적으로 전교조 여성활동가들과 피해자의 주장은 최대한 실으면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조를 유지해, 제명 취소를 내린 재심위의 최종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 전 위원장 등의 명예에는 상당한 손상을 줄 전망이다.

따라서 혁사무당파는 진보넷 속보란에 '민주노총 성폭력, 전교조 정진화 전 위원장의 글'(5월 8일자 전문)을 첨부해 진보진영 동지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동지들이 평등한 정보공유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생산적인 토론이 있기를 기대한다.


2009. 7. 7 혁사 무당파



[첨부자료/ 펌] *** 조합원 선생님께 올리는 글 ***

2009년 5월 8일 정 진 화 올림


‘성폭행 조직적 은폐’, ‘2차 가해’, ‘전교조 전 위원장 제명’ 이라는 일련의 소식에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그간 더욱 힘들고 어려워지는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참교육에 헌신하며 애쓰신 조합원 선생님들께서 느끼셨을 충격과 실망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듣기만 해도 전율할 무서운 소리들이 언론매체와 소문을 타고 연이어 동지들의 눈과 귀를 파고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과 진실은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어 영문도 모른 채 답답한 가슴으로 안타까워하고 계실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지 여러분의 신뢰와 추락하는 전교조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실상과 진실을 소상히 말씀드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랜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망설이고 주저한 끝에 이 글을 동지들께 올리는 뜻은 이제라도 공론화를 통해 이 사건의 실상과 저와 관련된 진실이 밝혀지고 나아가 전교조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있습니다.


전교조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지나온 기나긴 시간은 제게 우리 운동과 우리들의 논의방식에 대한 깊은 슬픔과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동안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그리고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까지 출두하여 제 입장과 당시 상황을 충분히 진술하였지만 제 목소리는 어디에도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성폭력 사안이라는 것 때문에 비공개 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들은 내용도 절차도 무시되고 당사자의 사회적 발언기회마저 봉쇄된 채 공론화 과정은 생략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거듭된 여론재판을 통해 조직적 성폭력 은폐주범으로 낙인찍힌 과정을 딛고 일어서겠습니다. 더 이상 침묵 속에 물러나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그리고 진보운동진영이 진실과 올바른 절차에 입각한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하여 제게 주어진 몫을 다하고자 합니다.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 D는 이 사건에 대한 고소 의사 사실을 피해자로부터 직접 듣고 2008년 12월 23일과 29일 두차례에 걸쳐 이 사건이 알려지면 민주노총 및 피해자 소속 연맹에 대한 음해와 부당한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악의적인 언론보도로 피해자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로 피해자의 고소 입장을 바꾸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하였다. 이는 피해자의 판단과 문제제기 방식을 먼저 고려하고 존중하기보다는 조직보위론을 내세워 민주노총의 내부절차를 따를 것을 종용함으로써 피해자를 압박한 사실로 인정된다.

- D의 태도는 피해자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고 조직의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파장과 조직적 타격을 내세움으로써 직,간접적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 행위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저는 이 보고서에서 말하듯, 피해자의 판단과 문제제기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고소를 막기 위해 끈질기게 설득한 바가 없습니다. 특히 피해자를 두 번째 만난 2008년 12월 29일에는 조직보다도 피해자가 중요하니 원하신다면 고소하시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민주노총의 내부절차를 따르라고 피해자를 압박한 사실도 없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마치 제가 조직적 성폭력 은폐를 자행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습니다.


처음 피해자를 만난 12월 23일 저는 조직 내부의 징계규정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고소에 대한 부분은 피해자가 평범한 여성이 아니라 총체적인 탄압을 받고 있는 전교조의 조합원이기 때문에 공안 당국에 의해 최대한 정치적으로 활용 당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자신이 힘들어질 수 있음을 걱정했을 뿐입니다. (이처럼 고소 후 피해자가 처할 수 있는 상황과 그로 인한 어려움을 말해주는 것은 일반 상담기관에서도 흔히 있는 일입니다)

물론 전교조 위원장은 조합원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조합원의 아픔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더구나 조합원이 외부의 압력과 공격으로부터 조합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더욱더 낮은 목소리로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제가 단순하게 성폭력 상담을 하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대표이기에 위원장으로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며, 그러한 고려 하에 조언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여러분들이 제게 부여한 엄중한 소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노총과 전교조 입장도 살피고, 피해자의 슬픈 현실도 고려하면서, 시대적 상황의 엄중함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제가 위원장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똑같은 말이라도 제 말이 상담기관에서 하는 말과는 다른 무게로 피해자에게 들릴 수 있음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날 피해자의 입장은 성추행 피해사실을 제게 알린다기보다는 소속 조합의 책임자에게 이미 서 있는 고소결심을 마지막으로 통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웬지 마음을 열지 않는 듯한 피해자의 태도 앞에 끈질긴 설득이나 압박을 펼 분위기가 전혀 못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해사실도 놀라웠지만, 이미 다른 기관과 협의를 끝냈는지 고소하겠다는 통보까지 한꺼번에 접하면서 충격과 어지러움에 할 말을 잃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판단을 놓쳐서는 안 되겠기에 냉정을 되찾기 위해 제 자신을 달래며 의견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피해사실을 처음 안 당시 제 임기는 8일 남아 있었습니다. 그 나머지 시간 동안 저는 민주노총에 신속한 징계를 거듭 요청하고, 성폭력 상담 전문가들에게 제 역할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피해자 소속 지회의 조합원 선생님들께 피해자 가까이에서 위로하고 격려해줄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임기를 끝내면서 그동안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후임 위원장(현재의 위원장)께 12월 30일과 31일에 걸쳐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잘 처리되도록 부탁드렸습니다.

피해자가 제게 처음 피해사실을 전할 때 저로부터 충분한 위로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면 그에 대해서는 참으로 안타깝고 인간적으로 도의적 책임을 느낍니다. 피해자의 상처와 아픔이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차 가해, 또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를 조장한 것으로 규정하여 법적 책임을 묻는 피해자 대리인 기자회견(2월 5일),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 기자회견(3월 13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결과(3월 19일),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 결과(4월 22일)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는 저에게 ‘제명’이라는 극형을 내리면서 어떤 사유로 그런 처분을 제게 내렸는지를 저에게 정식으로 통보하기도 전에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을 통해 그 내용이 전국의 학교 현장에까지 알려지도록 했고 각 언론들이 그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저와 전교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습니다. 이는 전교조 내의 심판 절차도 마무리되기 전에 서둘러 공표한 행위로서 성폭력징계위원회 규정에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역시 민주노총 중집에서 보고서 채택을 결정하기도 전에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서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뒤늦게 민주노총 중집에서 조직적 은폐는 아니라고 결론내렸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다음이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발뺌한다는 식의 비웃음을 샀을 뿐입니다.

그 결과 저는 제 입장에서 상황이 어떠하였는가에 대해 피력하지도 못한 채 수차례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주범으로 낙인찍혔습니다. 개인으로서 제 명예가 실추된 것은 물론이요 전교조 역시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부도덕한 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과 행위가 이어진 지난 석 달간 너무나 참담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면서도, 피해자가 조합원이고 피해자의 고통이 무엇보다 클 것이라는 염려와 조직의 냉철한 판단과 결정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다리고 견뎌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진행된 일에 대해 조합원 선생님들께 말씀드릴 때가 된 것 같아 며칠을 고심한 끝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피해자와 만남은 이렇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발생은 12월 6일이고, 제가 알게 된 것은 12월 23일입니다. 밤늦게 피해자가 저를 만나자고 하여, 그날 피해자로부터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처음 들었습니다. “민주노총 000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검찰에 곧 고소를 하겠다, 위원장이니까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것이다”라고 말을 꺼내는 피해자 앞에서 저는 충격에 휩싸여 놀라움과 당혹감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느냐고 물었지만 피해자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묻는 말에 짧은 대답이 이어졌고 굳이 말하지 않으려는 피해자의 태도에 더 이상 질문을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피해자에게 “가해자한테 이후에라도 직접 항의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가해자가 “기억이 안 나지만 미안하게 되었네”라고 가볍게 지나가기에 분노했다고 했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개인이나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물었지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피해자와 같은 동료 여교사인 동시에 피해자가 속해있는 조직인 전교조의 위원장이라는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안고 있었습니다.

과연 검찰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성추행 고소 사건을 다룰 것인가.

제 판단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한창 MB악법 연내처리를 강행하려는 한나라당에 맞서서 악법저지투쟁이 날마다 국회 앞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공안당국이 MB악법저지투쟁을 무력화시키는 호재로 최대한 활용할 것이고 보수언론이 대대적인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를 무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통일교육을 했던 조합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8명이나 재판을 받으며 선고 직전에 있는데다가 더욱이 그날은 전국적인 일제고사가 실시되어 이미 파면 해임된 7명에 이어 또 다른 파란이 예상되던 날이었습니다. 전교조가 현 정권의 총체적인 탄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정세의 절박함 속에서 위원장으로서 조직이 입을 타격과 전교조 조합원인 피해자의 피해사실이 왜곡될 것을 동시에 염려하였습니다.

더구나 제가 피해자와 처음 만난 것은 이미 사건 발생 18일이 경과한 후이고 피해자가 고소 결심을 굳히고 저에게 통보하는 상황이라 제 의견이 영향을 미칠 여지도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조직을 위해 피해자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 순간도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희생되는 것이 결코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과거 김보은 사건(성폭행 의부 살해 사건)때 전교조 대표로 여성단체들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활동한 바 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결코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전교조에서 드물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성폭력징계위원회가 구성되어 피해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징계절차를 밟는다는 사실과 규약규정에 명시된 징계내용에 대해기억 나는 대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가해자가 민주노총 소속이니까 민주노총이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기 전부터 피해자가 민주노총 위원장 수배 장소 제공과 서울 교육감 선거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어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12월 18일 위로차 피해자의 학교 근처로 방문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이 공무원이고 여교사인데 100일 넘는 위원장의 수배 과정에서 하필 선생님 댁에 계실 때 체포되셔서 얼마나 힘드시겠냐”며 건강을 당부하고 최대한 돕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때 피해자는 제가 이미 성추행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만 했다고 오해한 듯 합니다만 저는 당시 피해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점만은 언젠가 대리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피해자를 만날 수 있다면 꼭 오해를 풀어 드리고 싶습니다)

23일 마지막으로 피해자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식사 잘 하시고 건강을 잘 돌보셔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며 무거운 마음으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직접 들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저는 저대로 조직에 징계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민주노총에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전교조 규약 규정을 찾아보고 가해자 소속이 민주노총이므로 민주노총에 징계를 요청하는 게 옳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성탄휴가가 바로 이어지는 바람에 26일 민주노총에 가해자의 즉각 보직해임과 징계를 요청하였습니다.


12월 29일 낮에는 피해자 대리인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을 만나고 온 민주노총 사무총장으로부터 피해자가 당한 성추행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날 오후 저는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우선 민주노총이 가해자의 보직을 해임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뜻이 제일 중요하다. 피해자 중심으로 가야한다, 민주노총도 전교조도 이제 조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검찰에 고소하고 싶으면 하셔라, 다만 민주노총에서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투쟁이 한창 중이니 고소 시점만 좀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도대체 2차 가해란 무엇입니까?

돌아오면서, 피해자가 심신이 모두 심히 지쳐 있는 듯하여 심정적인 지지와 치유를 위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과 다음날 아침 상담전문가 두 사람을 찾아가 의논했습니다. 두 사람 다 본인의 직접적 요청이 없는 한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고 하여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게 피해자와 제가 만났던 정황의 전부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결코 성폭력 피해를 당한 동료여교사이자 조합원인 그분께 2차가해라고 할 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전교조의 징계위원회만큼은 저의 진술을 냉정하게 듣고 사실에 근거한 공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에 이어 전교조가 진행하는 모든 절차와 요구에 성실히 따랐습니다.

하지만 저의 주장과 사실은 징계 판단의 근거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고 저는 그저 가해자일 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책임 있는 사람이 무슨 변명이냐’, ‘피해자가 덜 위안을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잘못한 것 아니냐’, ‘지금 이 시점에 이야기해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어떤 결정에 이르기 위한 사실과 주장을 묻는 조직의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단 한 줄로 명시된, ‘피해자 중심주의와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 보고서’가 저의 제명을 결정한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의 근거의 전부라고 합니다.

저는 아무도 공정성과 균형감을 갖추고 사실이 무엇인가를 들으려하지 않는 현실이 너무도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전교조에서 저와 다른 두 사람을 제명하고 나면 이 모든 문제가 끝이 나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질 것이니,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 달라는 것일까요? 차라리 그렇게 나 한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어 전교조의 명예가 되살아날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저는 다시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2차 가해의 책임이 어디서 비롯되고, 어디까지가 그 한계인지. 피해자 중심주의의 범주는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조직적 은폐는 또 무엇인지.

이런 개념들의 혼란과 자의적 해석은 또다시 제2, 제3의 이같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이제라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이 중요한 개념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로 엄청난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무겁고 답답한 마음으로 휑하게 불어오는 한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홀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던 2008년 12월 23일 그 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행복을 위한 참교육에 오늘도 애쓰시는 조합원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오로지 사필귀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이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저를 위원장으로 뽑아주시고 임기동안 함께 해주신 조합원동지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라 여깁니다.

다툼 없이 어우러져 나뭇잎 푸르른 오월, 어린이날을 보내며 우리가 가고자 했던 참교육의 그 길이 어디까지 왔나 다시금 돌아봅니다.

현장에서 오늘도 수고하시는 조합원 선생님들,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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