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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차지수에 대한 몇 가지 오해

  • 분류
    단상
  • 등록일
    2015/11/20 10:57
  • 수정일
    2016/06/01 15:05
  • 글쓴이
    푸우
  • 응답 RSS

1년 사이 여성주의 관련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WEF의 GGI(성격차지수) 관련 오해는 여전한 것 같다.

 

첫째, 역불평등, 즉 남성이 여성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이는 경우에, 성평등이 이루어진 경우보다 GGI가 더 높게 나온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지난 글[성평등 관련 국제지수 분석 - 성격차보고서를 중심으로]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GGI는 역불평등이 일어나는 경우 값을 조정해서 역불평등이 GGI에 유리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한다. 한 번 자료를 직접 들여다 보자. 모든 인용은 2014년 성격차 보고서에 근거한다.

 

우선 WEF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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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두 문장을 번역해보자. "그러므로, 성격차지수는 여성의 결과 지표가 남성의 결과 지표와 동등한 국가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만, 어떤 국가의 몇몇 부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좋은 결과를 보인다고 해서 이를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의 중등교육 취학률이 남성의 취학률보다 높은 나라나, 여성과 남성의 중등교육 취학률이 동일한 나라나 같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GGI가 역불평등을 유리하게 다룬다는 주장이 단순한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혹시 모르니 자료를 직접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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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교육 성취도 1위 국가들이다. 보다시피 모두 만점인 1.0000을 받은 국가들이다. GGI는 남성의 교육 성취도를 1.0000으로 놓고, 여기에 여성의 교육 성취도를 대비하여 남성 교육 성취도 대비 몇 점인지를 산출하므로, 교육 성취도에서 1.0000이 나왔다는 것은 이들 국가에서는 교육 성취도 부문에서 여성과 남성 사이 격차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GGI가 역불평등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면, 남성의 성취도인 1.0000보다 여성이 더 높은 수준의 성취도를 보이는 경우, 교육 성취도 부문의 값이 1.0000을 초과하는 사례도 나와야 한다. 그런데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1.0000을 초과하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우연히도 교육 성취도 부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성취도를 보인 국가가 단 하나도 없어서일까? 공동 1위를 한 25개 국가에서는 정말 우연히도 남성 대비 여성의 교육성취도가 딱 1.0000에 떨어지게 나왔을까?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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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성취도 부문을 보자. 문명률은 여성 대비 남성이 똑같지만, 초등교육 취학률, 중등교육 취학률, 고등교육 취학률 모두 남성보다 여성이 높다. 특히 고등교육의 경우 여성이 남성의 1.38배에 달하는 취학률을 보인다. 하지만 점수는 모두 1.00이고 1.0000을 초과하지 않는다. 만약 GGI가 역불평등을 유리하게 다루었다면 오스트레일리아의 고등교육 취학률 점수는 1.00이 아닌 1.38이 나왔어야 한다.

 

그러므로 WEF가 밝히듯이 GGI는 역불평등에 점수를 더 주지 않으며, 실제로 검토해본 결과도 그렇다.

 

둘째, 고등교육 취학률 계산시 휴학생이 포함되는데, 한국 남성들은 병역의무를 지기 때문에 이 수치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글[성평등 관련 국제지수 분석 - 성격차보고서를 중심으로]에서 이미 다룬 적이 있다. 미리 말하지만 이는 오해는 아니다. 실제로 GGI는 대학생에 휴학생을 포함시키는 바람에 한국 남성의 111%가 대학에 다닌다는 이상한 통계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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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분명 시정되어야 한다. 다만 위의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이 수치의 왜곡으로 인해 한국의 순위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다. 142개국 중 117위에서 111위로 올라가는 정도다.

 

다만 이를 들어 GGI가 엉터리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얼토당토 않는 지수라는 식의 비판을 접하게 된다. 이 부분은 오해다. 우선 GGI가 고등교육 취학률, 즉 고등교육 취학률 관련 자료를 어디서 가져오는지 알아보자. 어려울 것 없다. WEF가 스스로 어디서 가져오는지 공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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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에서 내는 Education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료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에서 저런 이상한 통계를 내고 있다는 것인가? 한번 UNESCO에서 제공하는 대한민국 프로필을 보도록 한다. [Country Prof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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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남성의 고등교육 취학률은 111.5%다. 그렇다면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는 어디서 자료를 얻길래 이런 이상한 통계를 내는 것일까? 놀랍게도 대한민국 정부가 보내는 자료를 근거로 한다.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는 각 국가에 교육통계 관련 설문지[Education Attainment Statistics Questionnaire]를 제출하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이 설문지에 바로 성별 고등교육 취학률 등에 관한 지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가 독자적으로 모든 국가의 성별 고등교육 취학률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가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에 각종 교육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가 이를 바탕으로 통계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이는 여성가족부와 교육부의 입장을 소개한 기사 자료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군복무 휴학생도 대학생? 통계처리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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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바와 같이 WEF는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의 자료를 그대로 쓴다 .즉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 자료만 수정되면 WEF의 GGI도 자동적으로 수정이 된다. WEF가 특별히 대한민국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잘못된 자료의 수정을 거부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에서 국가경쟁력지수가 잘 나오기 위해 이 왜곡된 통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적어도 기사 자료를 통해 보면 그렇다.)

 

지금도 여전히 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에선 한국 남성의 고등교육 취학률이 100%를 넘기고 있다. 여전히 이상한 자료이고 여전히 이를 인용한 WEF의 GGI는 다소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 정부가 제공한 자료 때문에 다소 부정확한 지수가 나온 걸 들어 GGI의 공신력을 부정해버리는 것, 그래서 WEF는 자료를 엉터리로 수집하는 기관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WEF가 GGI를 산정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오해라고 할 수 있다. WEF는 여전히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기준으로 GGI를 산정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자국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다소 부정확한 자료가 들어가 있다면 단순히 그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보면 될 일이다.

 

참고로 예전에 UNDP에 별도로 문의하기로 했던 문제[성불평등지수의 오류]에 대해서는 1년 넘도록 UNDP의 대답이 없는 상태다.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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