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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겨울

내가 카페지기로 있는 다음카페가 두개 있다. 하나는 2002년 10월부터 2003년 여름까지 겨우 일년 남짓했던 전교조 지부 **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만들었던 카페다. 다른 하나는 너무나 허전해서 뭔가에 미쳐보고 싶어서 몇사람 모여 만들었던 번역카페다. 몇번 카페지기를 넘겨주고 싶다고 회원들께 편지를 보냈지만 아무도 답장이 없었다. 그건 곧 아무도 이 카페의 존폐에 대해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휴면카페 정리하자는 캠페인 문구를 보면서 '그래 정리해보는거야' 결심했는데 그만 마음이 너무 아파서 차마 문을 닫지 못하고 나왔다. 2002년 겨울은 내게는 참 대단했다. 미친듯이 해야 할 일들에 빠졌고 머리와 가슴속이 용암처럼 끓어올라 잠조차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모든 일들이 성공적이라는 승리감때문이 아니라 내 힘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참 부끄러운 실패를 겪으면서 그 카페는 돌아보기 싫은 기억이 되었었다. 그런데 막상 카페를 닫으려고 들여다보니 차마 지워버릴 수 없는것이 있었다. 그 시간들! 내가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들 ---------------------- 2002년 12월 11일 오랜만에 아이와 있는 저녁 며칠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습니다. 베란다 창고에 있던 커다란 트리를 꺼내고,장식들을 매달고,전구를 달고 아이가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내가 착한일 마니 할개요. 해리포터 레고 주새요.저는 신현우입니다." 곱게 접어 넣고는 "엄마 이건 엄마가 좀 써줘" "뭐?" "작년에는 엄마한테 선물을 전해주셨는데 올해는 꼭 나한테 직접 달라고" ' 오잉~? ' 작년에 남편하고 선물 사다놓고는 술먹고,비디오 보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새 놀다가~~~ 그만 선물을 트리아래 가져다 놓는 것을 잊었지 뭡니까. 난리 났었지요. 다음날 아침에... 결국 엄마한테 맡겨놓았다고 거짓말하고 주었거든요. 아이구 이녀석이 잊어버리지도 않고,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네요. 여러분 ! 크리스마스 이브에 너무 놀다가 산타노릇 하는거 잊지마세요. 그런데 나도 선물 받고 싶다~ 내 산타는 어디에 있나? ---------------------------------------- 2002년 12월 6일 오늘 분회투표하는 날인데, 투표도 못하고 밀려드는 일 처리하느라고.. 어제 캠프갔던 아이가 돌아왔는데 내 표정이 영~ 이상했는지 바닷가에서 놀았던 얘기를 슬그머니 줄이더니 "엄마 내가 오늘 허리 주물러 줄까?" 합니다. 늘 허리아파 고생하는 엄마를 둔 탓에 얼굴표정 이상하면 주물러준다는 얘기를 꺼내지요. 쯧쯧 "아니 허리가 아니라 마음이 아퍼, 세상 사는게 힘들어" "내가 허리주물러 주는 아르바이트 200원 깍아줄께" -파격세일이군요. 남편도 없고, 세탁기 하나 가득 빨래 하고, 마른 빨래 접어 넣고 밥 할 기운도 없어서 이틀만에 집에 온 아이에게 김밥 두줄 사서 먹였습니다. 은행갈 시간도 없어서 주머니 속 현금이 달랑 5천원 남들은 근무시간에 잘도 은행가던데... 우리야 은행다니러 갔다가 응급환자라도 생길까 겁이나서 어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지 않습니까? 갑자기 신세한탄이 또 떠올라 김밥이 두조각도 넘어가질 않더군요. 참~ 오늘까지 '건강한 학교'에 지부소개 원고를 하나 내야했는데.. 도저히 용량초과되어서 머리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토요일까지 아무것도 않하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열심히 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 보시는 집행위원님중에 누가 혹시 생각나시면 써서 보내세요. 남들 앞에 나서는 사람들이니 무엇하나 트집잡히지 않게 일하려고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한 집행위원님들! 요즘 힘드시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시도때도 없이 전화하면 늘 구구절절한 신세한탄을 잘도 들어주시는 홍00샘! 함00샘! 제가 마음기댈 기둥이예요. 힘든조건에서도 너무나 씩씩한 존경하옵는 신00샘! 오00샘! 임신하고도 변함없이 일에 나서기를 꺼리지 않는 김00샘! 밀려드는 학교일 하랴,연수준비,단협준비 모두들 너무 고생하십니다. 월요일쯤에 정신차리면 다시 뵐께요. 저는 지금부터 잠을 자기 위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요즘은 잠이 안와서 잠 자는 것도 일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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