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을 추모하며...

from 콩구르기 2008/02/27 12:36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수많은 산재 노동자들마다

모두 그 삶과 노동, 고통의 사연들이 있겠지요.

 

그들 모두를 기억할 수도 없고,

그들 모두를 위해 싸울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죽음들 중에 어떤 죽음은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더 많은 죽음을 가져올 것임을 경고합니다.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함께 싸우자고 말을 겁니다.

 

2007년, 황유미씨의 죽음은 바로 그런 죽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미씨의 죽음은

노동자의 인권을 짓밟아 온갖 비리의 거름으로 삼아온,

서해안을 기름으로 물들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진실을 파묻고 정의를 목조르면서도 무엇 하나 두려워하지 않는,

저 거대한 삼성 자본에 맞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유미씨의 죽음은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스코틀랜드로, 일본으로, 대만으로, 한국으로, 그리고 중국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죽음과 오염에 시들어가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대해

이제 한국에서도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달마다 날마다 기억나는 죽음들이 늘어가고,

또 하나의 죽음을 기억하는 일은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억하렵니다.

"또 하나의 가족"을 내세운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죽어간 "또 하나의 죽음"을.

 

이제는 다른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머리에 가슴에, 아픈 기억을 또 하나 새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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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7 12:36 2008/02/27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