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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

 

6개월여...너무도 오랜만에 산에 온 탓일까?

지리산은 토라져 심술 부리며 이슬비 뿌리고

넉넉한 반야봉은 자태를 구름에 감추었더라.

 



노고단~반야봉~묘향암~심마니능선~뱀사골 지나 실상사 이르러

기와무덤의 덧없음과 장승의 넉넉한 웃음에 작아지다.

 

8월 19일 토욜밤 9시반에 집을 나서,

8월 20일 일욜밤 9시 반경에 집에 이르는

24시간 무박2일 반야봉 산행을 마치고는...

월요일과 화요일을 내내 엉거주춤거리다.

 

실로 오랜만에

배낭에 목숨 버텨낼 것들만 짊어지고 훌쩍 떠나는 무박산행으로

놀란 다리 근육들이 아우성치고 몸은 무거워졌지만

맘땟국물들이 빗물 땀방울과 더불어 그들 가뒀던 그릇을 벗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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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 옆에서

 

                                                       박재삼(1933~97)

 

 

이름 없는 들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별 경치도 볼 것 없는

그곳으로 나가

나는 풀빛 울음을 혼자 울 거야

 

환한 저승 같은 꽃빛깔 앞에

차라리 눈이 부시어

어질어질 눈을 뜨지 못하면

하는 수 없지

 

나를 안심하고

눕게 하는 것

포근한 그 들풀 옆에서나

나는 멍청한

내 눈물 속 하늘을 가질 거야

그리고 꽃이여

진실로 아름다운 꽃이여

나는 너를 미워하지도 못할 거야

 

 

***산행에 나설 때면...그 날의 가장 높거나 풍경이 빼어난 곳에 둘러모여

시낭송회를 하곤 하는 데...이 날 선정된 두 수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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