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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노력하면 큰 돈 안 드는 개선은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내 일의 매력이다. 어떤 의사들은 병원에서 실적문제로 구박을 받으면서 가방 하나 들고 중소기업을 떠돌아다니는 것을 구차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특수건강진단과 같은 보다 메디칼한, 즉 생의학적 모형에 더 가까운 업무를 기피(?)하고 내가 이를 자청한 것은 작은 변화들이 나에게 보람과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에 갔던 작업장은 포장및 검사작업에서 몇가지 개선이 있었다.

허리부담과 발바닥통증은 줄일 수 있도록 안전매트는 아니지만 폭신폭신한 재질로 된 부엌용 매트를 주었다. 그리고 어떤 작업은 스탠딩체어가 지급이 되어 일이 많이 힘들때는 앉아서 할 수도 있다. 작업장의 재료를 이용해서 발을 교대로 올려놓고 쉴 수 있는 발받침도 만들었다. 가장 힘든 작업에 대해서 순환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전에는 예방체조를 한다. 

 

  그러나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교과서에 나오는 예방활동을 열심히 해도 작업자들은 병원을 다니며 치료하고 있고 그것도 짤릴 까봐 자비로 처리한다. 

 

  우리의 현실적 목표는 통증을 최소화하고 일단 질병이 발생하면 장애가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에서 이 교과서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이다. 지금처럼 하루 10시간이상 일해서는 안 아플 수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을 늘 의식하며 일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 건강쯤은 희생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에 다름 아닐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장 순회점검을 하는데 여전히 맨바닥에서 일하는 포장작업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외주업체 소속이다.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처음 만난 외주업체 사장한테 부억용 매트라도 사주라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하고 제품 박스라도 깔고 일하면 작업자들이 좀 편하지 않겠냐고 지나가는 말인척 했더니 원청에서 위생상의 문제로 못하게 할 것이라며 펄쩍 뛴다. 

 

비정규직, 이 벽의 두께는 유리천장이 나에게 주는 좌절감만큼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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