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영세 소기업

50인미만 사업장이라 보건관리대행을 할 의무는 없는 ㅅ 정밀.

사장이 같은 다른 회사에서 우리와 함께 일했던 담당자가 원해서 계약을 했다. 우리 입장에선 '기름값도 안나오는 손해보는 장사'이지만 그 의지를 생각하면 안 할 수 없다.



  첫 방문을 보건교육을 잡아주어 식당에서 스무명쯤 모아놓고 '직업성 질환 예방을 위한 과제"라는 두리뭉실한 제목으로 백화점식 교육을 했다. 이런 사업장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게 된다. 회사가 언제 문닫을지도 모르고 마음이 바뀌어서 안한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식당에서 점심시간 전후에 하는 교육은 정말 힘들다. 일단 음식준비하는 냄새나 설겆이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이크도 없이 말하면 목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날은 주방 아주머니가 밥하다 말고 배식구로 고개를 내밀고 열심히 듣는 모습을 보고 식당에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주방옆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혼자 숙식하며 지난 두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했는데 어깨가 너무 너무 아프시단다. 역시 조리대가 너무 높아 어깨들림이 심하다. 이거 총무과에 말해서 다리를 자르자고 했더니 그렇게만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좋아하신다. 아주머니는 소위 협력업체 직원이다. ㅅ사와 계약을 맺는 파견업체 소속.  그래서 법적으로 작업환경문제는 ㅅ사가 관리하지만 건강문제는 책임이 없다. 아주머니가 바라는 것은 인력충원과 같은 거창한 대안이 아니고 일주일에 한번 쉬면서 찜질방도 가고 물리치료도 받으면서 일하는 것이었다. 아주머니의 희망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현장순회점검 출발.

 

  도장작업 - 이주노동자들이 한다. 뭐 물어보면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프면 쫓겨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 확인하니 생식독성 물질이 있다. 부서장한테 언제 화학물질의 건강장해 소그룹 교육 한 번 하자, 태국어 자원봉사자를 찾아보자고 하니 시간을 내겠다고 한다.

 

 조립작업 - 아니, 이럴수가. 등받이에 높이 조절이 되는 의자가 지급되어 있다. 그동안의 담당자와의 만남이 헛된 것이 아니구나 잠시 감격. 그런데 세 여성 노동자중 한명은 지난 몇달간 너무 어깨와 팔꿈치가 아파서 고생했다고 한다. 대안이 없어 보인다. 다른 두 사람의 일이 더 편한 것이니 셋이서 바꾸어 하면 좀 나을 것이다. 하니 분위기 썰렁. 정 아프면 산재해라. 일 쉬면서 치료하고 다시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니 이번엔 생산과장이 썰렁.

 

 마무리 미팅- 다음 사업장이 늦어서 빨리 끝내고 나오려는데 담당자가 굳이 이사를 만나야 한다고 우긴다. 이사를 만나서 식당아주머니 일주일에 한번은 쉬게 해주고, 조립작업자 물리치료받고 순환작업시키고, 도장작업 이주노동자 교육하자고 설명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나의 직감으론 주방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그런데 이사가 하는 말. "다른 데선 별말없이 서류만 쓰고 가는데...." 다른 데라 함은 안전관리대행, 소방관련 등등 작업장을 방문하는 수많은 대행업체를 말하는 것이다. 담당자는 '이 권고사항이 노동부랑은 큰 상관 없는 거지요?" 하고 물었다.

 

  50인 미만 사업장, 정말 어렵다. 그래도 등받이에 높이 조절 의자를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노력을 한 만큼 달라진다. 그러므로 50인 미만 사업장 보건관리는 공공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