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우리만 들으면 소용없어요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램프제조회사. 일년에 두 번 가는데 생각하면 마음이 좀 무겁다. 모두 여성인 생산직 노동자들을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서 밖에 만날 수 없다. 사업장이 워낙 관리체계가 잘 안 잡혀 있어 담당자도 자주 바뀌니 보건관리가 진전이 없다. 



10분전에 도착해서 휴게실에서 빔프로젝터를 연결해 놓고 기다렸다. 담당자는 다른 업무로 외출중이라 우리끼리 그냥 했다.

 

 이불덮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삼사십명의 아줌마 노동자들.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는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근골격계 질환 예방교육을 했는데 갑자기 맨 앞에 있는 아주머니가 "이런 걸 우리만 붙들고 이야기 하면 어떻게 해요? 관리자들이 들어야 하는 데" 하신다. 

 

  작년에 내가 이 사업장에 와서 관리감독자 교육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근골격계 질환 관리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무척 난감해하던 모습들. 그래, 그랬었지.  관리감독자 교육도 한 번 했다고 하니까 아주머니들 마음이 좀 누그러진다. 알고보니 그 이후에 전기핫팩 4개와 안마기 몇대가 휴게실에 지급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교육을 잡으면서 새로 증상조사를 한 것이다.

 

  아주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물론 우뢰와 같은 박수와 꽈배기빵와 우유를 대접받은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땐 쥐포를 먹었는데ㅋㅋㅋ 점심같이 먹자고들 하시는 것을 사양하고 나왔다. 오후에 의학과 학생 수업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