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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피부질환 비상주간

  그동안 바쁘다기 보다 머리속이 복잡하고 여유가 없어서 공장일기를 쓰지 못했다. 일하면서 기억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을 그냥 놓칠까봐 몇 자 적는다.  



#1.ㄱ전기

 

 o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이해와 활용'이란 제목으로 보건교육을 하고나서 직업성 피부질환이 의심되는 작업자 5명을 면담했다. 

 - 2명은  새로 사용하게 된 화학물질에 노출된 뒤 발생한 급성 접촉성 피부염. 이들은 회사에서 공상으로 처리함. 계약직원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임.

 - 1명은 3년전 TCE 세척 작업중 발생했고 다른 작업으로 바뀐 뒤에도 악화와 호전을 거듭.  

 - 2명은 화학물질이나 공정의 변화없이 여름이면 심해지는 피부염. 

 

o 보호장갑 - PVC 코팅 장갑이 너무 비싸서(1200원) 한 달에 15개씩 지급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임. 새로 발생한 2명의 환자는 현재 2개의 목장갑을 끼고 작업하면서 피부 노출이 줄어들었다고 함.

 

o 일단 5월중순에 잡혀있는 특수건강진단과 동시에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원인을 규명하기로 함.  의심되는 화학물질은 모두 3종인데 '대체' 를 위해서는 상당한 조사가 필요할 것임. 그 중 새로 사용한 화학물질은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없어 보완중임.

 

 

#2. ㄷㅎ사

 

o 지난 겨울, AP 공정에서 유기용제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 환자가 15명의 작업자둥 7명 발생. 주로 여름에 발생했는데 겨울에 발생한 원인 파악이 필요. 회사측에서는 공상치료, 보호의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함.

 

o 단체협약에 의해 실시한 특수검진 결과 유기용제에 상대적으로 노출이 심했던 4명을 작업장 순회점검하면서 면담.

- 요중 마뇨산이 1.7 이었던 신규작업자에 대해 인쇄기계 판 교체때 30분가량 하는 세척작업에서 방독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함(이 작업은 환기시설이 적절하나 작업자에 대한 교육이 잘 안된 것이 문제였음)

- 유기용제 뚜겅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일하는 40대 남자 작업자와 이야기해본결과 화학물질의 건강장해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함을 깨달음.

- AP 공정에서 하루 40회정도 배합탱크뚜껑을 여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유기용제에 노출되고 있음. 탱크안의 물질량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뚜껑을 여는 데 이는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눈금장치를 만드는 것으로 개선 가능함.

--> 5월에 화학물질의 건강장애 예방 교육하기로 함(교대별로 3주간 2시간씩 분임토의 형태)

 

o 기쁜 소식인지 슬픈 소식인지 알수 없으나  AP공정은 작업환경이 아주 나빠서 근골격계 환자도 속출했었는데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3교대 근무로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함. 작업자들은 돈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음. 다른 공정에서 일하는 노조 간부와 건강상담 중 3교대 근무인 그 공정에서는 작업자들이 돈때문에 하루 16시간 연속작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들으면서 AP 공정의 근무시간이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늘어나는 게 아닐까 염려됨.

 -> 여름에 일반건강진단을 하고 나서 장시간 노동및 교대근무의 건강영향에 관한 보건교육을 하기로 함.

 

#.3 직업성 피부질환 유소견자 판정과 안전보건진단

 

o 노선생 사업장인 ㅎ사, 올해 특수건강진단에서 직업성 피부질환 유소견자 2건 발생. 산재 연속발생으로 노동부로부터 안전보건진단명령을 받게 되었다며 법정관리상태에 있다가 회생중인 회사에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 우리 병원에 안전보건진단 비용(500만원)을 물어내라고 생떼를 써 노선생을 열받게 함.

 

o 3년전에도 피부질환이 문제가 되어 당시 담당 의사가 화학물질교체 등 대책을 권고했으나 소귀에 경읽기였던 과거력이 있음.

 

o 평가 -  그동안 이 회사에서 작업환경관리의 의지가 부족했던 점을 생각하면 안전보건진단명령은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됨. 2년전 우리 병원에서 직업성 호흡기질환 9건을 보고한 이후 망한 회사와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인데 안전보건문제로 법정관리중인 회사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은 틀렸음. 첫째는 회사가 망하는 것은 경영을 잘못했기 때문이지 우리가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 아님. 둘째로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회사는 망하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임(낙타형의 평소 주장이며 처음엔 과격하다고 생각했으나 곰곰 생각해보고 동의!)

 

- 피부질환 정도 가지고 직업성 질환 유소견자 판정을 내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으나 직업성 질환의 판정은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하는 것이지 의사의 주관적인 생각대로 하는 것이 아님. 직업성 질환이 마치 무슨 범죄라도 되는 듯한 사회적 인식이 문제임.

 

  언젠가 학교급식조리원의 건강문제를 조사하면서 피부질환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던 정최선생이  생각난다. 그 때까지 나는 피부질환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정최선생은 어머니가 굉장히 고생하셨고 그걸 옆에서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고 했다.

 

  요즘 그동안 작업장의 새로운 건강문제들에 주목하면서 전통적인 유해인자에 의한 건강문제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느낀다. 피부질환을 한꺼번에 경험하면서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관심을 가진 만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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