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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동자

 ** 물산은 국내에 민주노총 소속 4군데 고속도로 휴게소 중 하나이다. 우리 병원과 보건관리 계약을 한 지는 반년이 되어 간다. 조합원은 약 60명, 소사장 등 사내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 약 60명 정도의 사업장이다.  오늘은 두번째 의사방문이다.  다른 일정이랑 중복되어 방문을 연기하려고 했는데 노조위원장이 미팅을 요청했기 때문에 절대 바꿀 수 없다하여 다른 일정을 조정하고 갔다.  사업장 보건관리를 하면서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 노조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자고 한 것이 처음이었기에 기대가 좀 되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노조위원장이 없단다.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안 나오다니 T T



  일단 사업장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보건관리를 한 지 얼마안되는 곳이라 웃으면서 인사를 해도  작업자들이 경계를 한다. 그런데 한식당 조리실에 들어가 설겆이 하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해보고 깜짝 놀랐다. 12시간 주야간 교대근무중에 1시간 휴식시간을 주고 작업자들이 피크타임을 피해서 번갈아가며 쉰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서비스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식점, 음료수판매, 슈퍼마켓, 휴게실 등을 돌아보면서 한 번 더 놀랐다.  서비스 업종에서 특히 보기 힘든 모습, 노동자들의 당당함 때문이다.  작업에 대한 질문에 조리있게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  우리 휴게소가 전국에서 제일 좋다고 알고 있다고 말할 때 묻어나는 자부심, 운동기구가 설치된 휴게실을 안내해주면서 열심히 설명해주는 모습.....진짜 노동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휴게실의 운동기구들-좁은 공간이라 아쉬움이 있고, 이용자도 많지는 않다고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다.

 첫째는 작업대의 높이와 넓이의 부적절함, 어떤 사람은 키에 비해 작업대가 너무 높아서 종이박스를 깔고 설겆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공식적인 논의가 되는 것을 꺼렸다. 그 이유는 9년씩 일한 언니들도 가만히 있는데 일년밖에 안된 자기가 아프다고 하면 민망하다는 것.

 둘째는 안전매트 설치가 안된 것. 회사측에서는 시범적으로 지급하고 반응이 좋으면 확대한다고 했는데 슈퍼마켓의 작업자들의 반응이 없어서 보류했다는 것. 

 세째로 아무리 한시간의 휴식시간을 준다하더라고 장시간 서 있기 때문에 피하기 어려운 허리, 다리, 발다박의 통증 같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60여명의 비조합원들에 대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다행히 부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부위원장이 말하기를 "지난 9년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조직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변화를 시킬 줄은 우리들도 몰랐다. 우리 위원장은 정말 똑소리 나는 사람이다"  내가 하종강선생님의 글을 통해서 그 명성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자 반색을 하면서 묻는다. "어머, 어머 하종강선생님을 아셔요?" .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지만 글을 가끔 읽는다고 하자 그래도 반가운 모양이다. (이 휴게소에 대해서 하종강선생님이 글을 쓴 적이 있음)

  부위원장과 회사측 담당자를 붙들고 보건관리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의자지급'과 몇가지 필요한 조치에 대해 '세게' 권고하는데 회사측 담당자도 성의있게 메모를 한다.  그럭저럭 좋은 하루였다. 어디가나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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