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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다가

과자공장에 갔었다.  여기서는 점심시간에 식당 한 구석에서 건강상담을 한다.

사실 식당에서 상담하는 건 딱 질색이다. 시끄럽고 냄새나고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오는 나야 견딜만하지만 한달에도 여러번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우리 간호사선생님이 안쓰럽다.



그래도 반가와하며 혈압도 재고 이런 저런 하소연도 하시는 분들을 보고 억지로 기운을 낸다.

 

사업장은 열악하지만 사람들은 따뜻하다.

점심 안 먹고 일한다고 걱정하며 식당아주머니가 배를 깎아주신다. 
 

작업장 순회점검을 하러 현장에 들어가니 누가 큰 소리로 부른다.

돌아보니 '과자 하나 먹어야지' 하며 웃으신다.

 

외상과염에 수근관증후군이 의심되었던 아주머니는

한달간의 무급휴가(이걸 병가라고 부름)와 작업전환으로 증상은 좀 나아졌다고 하신다.

'의사가 그만 두래, 먹고 살아야 하는디 어떻게 그만 둬?' 하시면서

전에 권했던 손목부목이 효과가 좀 있다고 팔꿈치에도 그런게 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손목은 자세와 반복성의 문제이므로 부목을 통한 운동제한으로 좀 효과가 있지만

팔꿈치는 무리한 힘이 문제이므로 뾰족한 방법이 없다.  쉬는 수 밖에.

나는 고작 이런 말을 한다. "아주머니, 증상이 다시 나빠지면 이번엔 산재하세요.

3개월 평균월급의 70%가 나오고, 맘대로 짜르지도 못해요"

아주머니는 말한다. "그려, 정 아파서 회사못다닐것 같으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그래도 이 작업이 제일 쉬운겨. 근데 팔꿈치 보호대가 너무 비싸, 8천원이나 하는 걸"


 

아주머니는 어깨랑 허리랑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이쁘게 찍어달라고 웃으신다.

(이 작업은 허리와 어깨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 재료박스위치를 높히고 발판을 만들어

모든 동작을 같은 평면상에서 하도록 개선하라고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그대로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부서에서 아주머니들에게 아픈데는 없으시냐 물어보니

"아, 근골격말이지? " 하며 웃는 얼굴로 우리 간호사 선생님을 가리킨다.

(그가 열심히 쫓아다니며 교육하고 상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탈의실만 있고 휴게실은 없어 짧은 쉬는 시간에 여기저기 쓰러져 쉬는 것이라도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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