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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 노동조합, 힘내세요!!!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님의 [프랑스 renault(르노)자동차의 주요 부품사 Valeo의 한국 노동자 죽이기...] 에 관련된 글.

 

     올해는 첫 출장검진을 했던 작업장에서 100여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을 시작으로 가는 곳 마다 크고 작은 구조조정의 광풍이 불어서 검진을 하는 제 마음도 많이 무거웠습니다. 곧 정든 작업장을 떠나야 하는 이들의 막막한 표정을 앞에 두고, 수십명의 동료들이 건물밖에서 농성하는 가운데, 검진을 받으러 오는 살아남은 이들의 굳은 얼굴을 마주하면서, 그저 어려운 때일수록 건강이라도 잘 챙겨보자고 하는 말조차 입에서 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날 출장검진을 하러 갔다가 발레오에 큰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어려움이 지나가면 몇 분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겠지만 내년에 또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저의 가을은 출장검진과 함께 바쁘게 지나갔고, 곳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호소를 들을 때마다 잠깐씩 당신들을 생각했습니다.
 
    오늘 진보넷에서 발레오 노동조합의 이름을 발견하고 클릭해 들어가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낯익은 얼굴들을 보면서 지난 몇 년동안 있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처음 출장검진을 나갔을 때, 재채기, 콧물, 코막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었죠. 그 해 특수건강진단에서 직업성 비염 판정을 몇 건 내고 나서 회사측 관리자에게 심한 소리를 오랫동안 들어서 마음 고생을 했었죠. 사실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별로 좋은 소리는 못 들었죠.   그래도 그 뒤로 절삭유중 일부가 다른 물질로 대체되었고, 직업성 비염 판정을 받았던 사람들 중 몇 명은 다음 검진때 만났을 때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유기화합물에 맨 손을 담근 채 일하는 노동자에게 장갑을 끼고 해야한다고 했을 때, 그러면 속도를 못 맞추어요, 하면서 웃던 이의 손을 바라보며, 안전하게 일하면서 가능한 만큼 생산하는게 당연한 사회는 언제나 오려나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그곳에 갈 때 마다 그 손을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올해 검진을 마치고 작업과 관련한 건강문제를 호소했던 사람들이 일하던 공정을 보러 현장에 갔을 때, 작업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는데, 마땅한 개선책이 없어서 난감했었던 기억도 납니다.
 
   올해 검진을 할 때는 해외연수를 가느라 한 해 검진을 걸렀던 저에게 얼굴보기 힘들다며 요즘 뭐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즈음 서울의 성수동에서 지역 노동자 건강센터에 관한 일을 하던 제가 천안에도 그런 사업이 좀 있으면 좋겠다 하자 큰 관심을 보여주는 이택호 지회장의 얼굴을, 씨익 웃으면서 아픈 데 없어요 하던 낯익은 얼굴들을 이렇게 동영상으로 만나게 되니 먹먹할 따름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당신들의 자취를 따라가보니, 지금쯤, 몇 분은 파리에서 외로운 투쟁을 하고 계시네요. 어떤 글에 노동조합 전화번호가 있어 전화를 해보니 계속 통화중이더군요. 그래서 일단 여기에 적습니다. 발레오 노동조합, 힘내세요

 

                                                                                                 공장의사 뻐꾸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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