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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네

  어제 정장에 하이힐 차림으로 집을 나서서 밤 열시에 들어왔다.  과제 제안서 발표회를 하는데, 분위기를 맞추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차림을 했는데, 하루종일 후회를 했다.  잘 신지 않던 신발이라 발도 아팠고 날도 추운데 짧은 치마차림으로 다니려니 고역이었다.  집에 오자 마자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잤다.

 

  아침에 검진시작 40분전에야 눈을 뜨고 헐레벌떡 나가서 검진을 시작했는데, 자궁경부암 검사가 몇 건 없어서 비교적 덜 어수선했고, 판정할 것도 없어서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검진마치고 나오는데 검진팀장이 송년모임 일정잡자고 한다.  오호, 벌써 12월이구나. 

 

  12월 일정표를 보니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다.  지난 주에는 좀 쫓기는 기분이었는데, 남은 일정들은 쉽지는 않아도 급하게 해야 하는 일들은 아니라 좀 낫다.  검진중간에 서울 갈 일이 왜 이리 많냐, 하면서 일정표를 보다가 내일 서울에서 강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주인줄 알고 연락했는데, 허거덕 내일이란다.  강의록을 후딱 써서 보냈다.

 

  그 강의록 만드느라, 수업준비 못 한 것 마져하느라 점심 굶고 마지막 강의를 했다.  제목이 여성 건강을 위한 과제였는데, 많이들 졸더라.  학생들 입장에서 그리 재미있는 내용일 수 없겠지만 내 입장에선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끝나고 쪽지시험을 보았는데, (양성)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다섯가지를 쓰시오. 가 문제였다.  한 남학생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가 물었다. 청강생도 써야 하나요? 알고보니 여친따라 청강한단다.  데이트 할 시간도 없고 해서, 그리고 이 강의는 여친이 좋아하는 강의라 같이 들었다고 한다.  흐흐 귀여운 녀석들이군.  학생들의 답안지를 읽어보니 강의를 진짜 못 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 학기 강의가 끝났다 생각하니 시원하더라.

 

  방에 와서 늦게 도시락 먹으면서 전공의랑 논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이런 저런 전화도 받았고.  어제 발표한 과제가 선정되었다 하여, 공동연구진한테 이메일 보내고,  어쩌구 하다보니 금새 4시.  4시엔 영어수업이다. 요즘 직장동료들과 일주일에 한 번 두시간 영어공부를 하는데, 공부하러 갈 때는 귀찮지만 끝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를 배우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어두워지니 집에 가고 싶다.  오늘 안에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남아있긴 한데 잉. 내일로 미루련다.  얼른 해버려야 맘 편히 자는데,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리니, 쩝. 원래는 오늘 밤안으로 하려고 했는데,  낼 검진이 취소되니까 긴장이 화악 풀리면서 하기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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