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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용량 초과

hongsili님의 [2009/11/25] 에 관련된 글.

 

  발표와 강의일정, 원고마감, 수정해달라고 애원하는 유기된 논문들...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상반기에는 비교적 페이스를 잘 유지하다가 하반기 들어 정신없이 아프고 나서 정신없이 바빠서 숨쉴 짬이 없었던 뻐꾸기도 요즘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질문이다.  과로에 대한 공포가 있는 뻐꾸기는 마감시간이 빠듯한 일은 되도록 약속자체를 안 하고 그래도 몸이 좀 안 좋다 싶으면 무조건 일을 미루고 쉬고,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일은 절대 안 하고 사는데도, 왜 이렇게 정신이 없을까?

 

  누가 통계 좀 봐달라고 하면 절대 못 한다고 하고,  산재관련 업무관련성 평가서 써달라고 하면 웬만하면 못한다고 하고,  회식같은 건 정말 정말 업무상 필요한 것 아니면 반드시 불참하고,  그렇게 사는데도 왜 이렇게 힘이 들까?

 

  매일 매일 그날 마감해야 할 일들이 계속되는 사태.  ㅠ ㅠ

 

  원인 1 - 내 용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밧데리도 오래 쓰면 용량이 줄어드는데 사람의 일의 용량도 나이가 들면 줄어들기 마련인 것을 까먹을 때가 많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늘 생기기 때문에 하루 8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70%정도의 용량만 예정해두어도 결국 100%를 초과하기 마련인 것을, 어찌하다보면 100%를 초과하는 약속을 하게 된다.  홍실의 경우 본인의 용량을 하루 14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모양인데, 그렇게는 오래 못 버틴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홍실이의 엄청난 능력에 대해서 늘 감탄해왔지만 요즘 들어서는 본인을 쥐어짜면서 살면서 그정도는 감당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홍실이가 자신을 무쇠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좀 걱정스럽기는 하다.

 

  주변에 무시무시한 인간들이 많다.  누구는 삼일 밤을 새워 보고서를 쓰고, 나흘째에 네 시간 자고 계속 일했다고 하는데, 지난 몇년간 그가 과로사할까봐 늘 마음을 졸였던 뻐꾸기, 이제는 덤덤해졌다.  그의 선택은 말려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수년간 지켜보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원인2 - 우리나라에 공중보건관련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개인의 용량초과로 극복하고자 하는 무모함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나 아니면 누가 이것을 하랴 하는 사명감 또는 희생정신(?) 같은 것인데.... 홍실이가 그렇다기 보다 내가 가끔 그런 오만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좋아하는 후배가 편지를 했다.  몸도 별로 안 좋고 힘이 든다고, 나도 건강조심하라고.  워낙 몸이 약한 친구이긴 하지만 나처럼 인상쓰지 않고 생글 생글 웃으면서 여러가지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던 든든한 업계 동료인 그가 몸이 안 좋다니, 이 업계의 절대적인 인력난이 정말 원망스럽다. 

 

원인3- 내가 해버리고 말지.  공동 작업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바쁘다고 아우성이고, 다른 사람들이 해 놓은 일이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구차하게 역할분담을 가지고 의논하는 시간에 차라리 그냥 내가 해버리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나은데, 누구한테 뭘 부탁하는 게 정말 괴로운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하다보면, 어느새 해야할 일들이 감당못할 정도로 쌓인다.

 

  이렇게 원인 분석은 잘 하는데,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도 있고,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때문에 해야하는 일도 있고, 보람과 즐거움 때문에 하는 일도 있고, 이런 것을 다 모으면 반드시 용량을 초과한다.  내 전략은 보람과 즐거움때문에 하는 일은 포기하자는 것인데, 올해 하나 했으니 당분간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홍실이의 경우랑 내 경우는 많이 다르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하니 트랙백을 걸어보았다.  부디 몸도 마음도 잘 챙기고 살 수 있기를 빌며.  홍실아, 웬만한 일은 대강 해라.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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