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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어제 검진하면서 적은 이야기.

 

   평소보다 일찍 검진실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시작.

 
1.  농사짓는 사람들
 
  50대 남자가 결과가 나온 검사소견, 과거력, 표시한 증상 등에 특이사항 없어 그냥 넘어가려다가 마지막 질문, 건강에 염려되거나 상담하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했더니 요통이 생긴 지 오래되었는데 요즘엔 허벅지. 다리도 저리다고 한다. 하는 일을 물어보니 과수원에서 일한다고 한다.  그렇게 보냈는데,  뒤이어 50대 여자, 요통 디스크 수술 후 상태로 3년쯤 지났는데 요즘에 다시 아프다고.  직업을 물어보니 과수원 참외농사 혹시 아까 그 분의 부인이신가?
 
 
2.  건설 노동자들 
 
  역시 검진 중 특이사항이 없었던 50대 남자.  무슨 이야기끝에 형틀목공 30년차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밀폐작업을 할 때도 반 정도 있는데 방진 마스크는 안 쓴다고 한다.  얼마전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폐암으로 사망한 분의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썼던 기억이 나서 직업병 예방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그리 신경써 듣지는 않는 눈치이다.   사진 자료라도 만들어서 주면 좀 나을려나?
 
  그 다음에 들어온 사람은 50대 남자였는데 한쪽 청력이 나쁘다.  알고 계신 문제인가요? 물었더니 처음 들어본다고 해서 직업을 물어보았더니 역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페인트 작업자.   그래서 청력정밀검사를 해 드릴테니 검사실에 한 번 더 다녀오시라 보냈다. 검사실이 바쁘면 그렇게 못 하겠지만, 한가하니 직원들도 뭐라 안하겠지.  검사 결과 받아온 것을 보니 역시 소음성 난청이었다. 난청예방과  유기용제 중독 예방에 대하여 설명했는데, 귀는 검사결과가 나빠서 그런지 신경써서 듣는 것 같았으나 페인트의 건강영향에 대해서는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
 
3.  소기업 노동자들
 
   한참 검진중에 임상병리사가 와서 무슨 서류를 주고 갔다.  곧 들어올 작은 회사의 물질안전보건자료라고 했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는데,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여덟명이 검진하러 왔더라.  작년 챠트를 보니 일반검진만 했는데 올해는 특수검진을 한다.  검진팀장한테 물어보니 검진협의할 때 작업장에 유해인자가 있을 것 같아서 10인 미만 사업장 특검 국가부담 안내를 했다고 한다.  처음엔 싫다고 하는 것을 산업위생사가 직접 방문해서 설명, 설득했다고 한다.( 난 이럴 때 우리 과 사람들이 너무 너무 예뻐보인다^^)  작업환경측정은 시행하지 않은 곳이라 문진을 많이 해야 했다. 
 
 이 회사의 3년 된 작업자에서 소음성 난청 초기 소견이 있었고,  검진담당자인 20대 여성 사무직 노동자는 2008년 8월 입사 지난 봄 부터 시작되고 수개 월동안 피부과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피부증상을 호소했다.  작업장과 사무실은 붙어 있고, 일이 바쁘면 현장일도 해야 하는데,   절삭유, 도금된 제품, 알루미늄 제품 사상 등 작업 도와주면 악화된다고 한다.  피부과 진료의뢰서를 썼다. 10인 미만 사업장은 특수검진이 국가 부담이니, 사업주랑 충돌할 이유도 없어 다행이다.   그리고 나서 이 회사의 담당자인 점을 고려해서, 작업환경측정,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비치,게시,교육할 의무, 보호구 지급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 설명했다. 
 
 4.서비스업종의 자영업자들  
 
  체지방 검사상 완벽한 체지방량과 근육량을 가진, 멋쟁이 40대 여자가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가능한 원인을 물어보니, 최근에 가게 정리 를 하면서 한참동안 쪼그리고 일했다고 한다.  쪼그리는 자세가 무릎통증의 원인일 수 있고, 일을 그만두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0대초반 남자, 검사결과 좋고, 과거력 없어 그냥 보내려다가 혹시 건강상담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세요? 물었더니 족저근막염 증상을 호소한다.  서서 일하세요? 했더니 가게 주인이란다. 수년전부터 증상이 있었는데 최근 6개월전부터 악화되었다고 한다. 작업설계와 작업환경관리(신발, 인솔, 피로예방매트, 입좌식 의자), 대증치료에 대해서 설명했다. 
 
오늘은 특수검진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몇 명있어서 평소보다 30분쯤 늦게 끝났당.
 
오늘 검진 소감
- 우리나라에 특수검진을 받는 사람은 연간 60만명 정도이다.  소음, 화학물질, 먼지 등의 건강영향에 대해서만 조사한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주로 하는 서비스업종 노동자들, 아니면 특수검진 대상이긴 해도 모르고 지내는 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이다.  이 분들이 건강진단을 받을 때, 그 종류에 관계없이  직업때문에 생기거나 악화되는 건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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