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9/12/08 조금 힘들었다

    어제는 아침에 집을 나서서 오전 회의 3시간, 오후 회의 5시간, 그리고 송년모임까지... 흑, 공포의 회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집에 오니 10시반이 넘었다. 요즘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안 좋은 일이 있는 누리가 잠이 안 온다 하여 안방 침대에 누워 있으라 했더니 붕어까지 누워서 장난치면서 놀고 있었다. 아이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같이 수다떨고 놀다가 좀 늦게 잤다.  오랜만에 자장가를 불러주니까 아이들이 아주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잠자리가 불편해서 자주 깼다. 아이들하고 자는 건 좋은데, 아이들이 자꾸 밀어서 편하게는 잘 수가 없다.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서 으윽, 역시 회식은 무리야,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서 좀 살아보면 좋겠다 하면서 출근. 뻐꾸기는 하루에 8시간 이상은 자야 살만한 체질. 이럴 땐 발명왕 에디슨이 미워. 왜 전구를 발명해서 인류의 수면시간을 줄인 거여?
 
  오늘 첫 수검자는 장례식장 식당 조리 노동자. 혈압이 155/95. 평소에는 정상이었다 한다. 물어보니 요즘 좀 피곤했는데, 그 이유는 인력을 감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보조를 하는데, 사람도 자주 바뀌고, 오는 사람마다 일을 너무 못해서 본인이 할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라 한다. 요즘 같이 일하는 보조는 엊그제 울기까지 해서 영양사가 비정규직한테 잘해주라고 해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말씀하시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니 자신의 일은 완벽하게 처리하는 분이신 듯 하다. 대개 그런 분들이 타인이 일 못하는 것을 이해를 못하고 속을 끓이는 경우가 많더라.
 
   한편 서비스직의 업무는 숙련 노동으로 인정을 못 받지만 실제로는 훈련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안 살림도 따져보면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렇게 서비스직의 노동자들이 업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산재이다. 어떻게 작업해야 할 지, 내 일이 어떤 건강문제를 유발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는 스트레스까지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나기 쉬운 것이다.
 
   건설현장 2층에서 일한는 사무직 노동자가 1층에서 올라오는 용첨 흄 때문에 걱정스럽다 한다. 현장에서 배기시설이 있기는 한데 충분치 않다고. 본인은 사무실에서 마스크라도 쓰고 일해야겠다 하는데, 그 용접 노동자는 자신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용접흄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들어본 적이라도 있을까?
 
   오늘따라 자궁경부암 검사는 왜 이리 안 되는지, 원내검진을 할 때는 이 검사가 잘 안되는 날은 괴롭다. 산부인과 의사한테 검사 잘 하는 법을 물어보니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하는데, 잘 안 될 때는 심란하다. 게다가 검사를 처음 본다는 사람은 또 많은지... 그런데 비교적 무난하게 검사가 진행되었는데 피가 많이 난 사람이 있었다.  으잉? 거즈로 패킹하고 산부인과 교수한테 전화해서 좀 봐달라고 했다.  그 검사로 그렇게 출혈이 있기는 어려워서 오비이락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뒤로는 검진하기가 정말 싫었다.  나중에 산부인과 교수한테 가서 물어보니 안쪽에 무슨 병변이 있을 것 같아 여러가지 검사를 했고, 이주 뒤에 결과를 보기로 했다고 한다.  오늘 자궁경부암 검사 예약자는 18명이어서 준비한 스페쿨럼이 모자라 산부인과에서 빌리기까지 했는데,  검사가 잘 안되는 사람도 다른 날보다 많아서 조금 힘들었다. 
 
   배치전 건강진단 받으러 젊은 남자가 왔다.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모른단다. 우리가 받은 유해인자는 톨루엔, 부타디엔 등 유기용제. 유기용제의 건강영향과 예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교육 자료를 주어서 보내는데, 표정을 보니 편해 보이지 않더라. 하게 될 일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서 마음 상하지 않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구나.
 
  아이, 오늘 같은 날은 집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