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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두 장

뻐꾸기님의 [건강과 고용] 에 관련된 글.

 오늘은 출장검진이 취소되어 내근하는 날.

밀린 병원 업무를 좀 했는데 드디어 그 서류 두 장을 작성했다.

첫번째 서류는 다낭성 신질환이 있던 교대근무자에 대하여 주간근무 배치가 바람직하며 불가피하게 야간 근무에 배치할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초 질환 관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달전에 이미 주간근무로 전환했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운동부하검사와 기타 임상 검사상 정상이고 고혈압, 고지혈증의 관리상태가 양호하여 업무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구두로 설명했고 총무팀장은 그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문서로 확인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 사례에 관한 의견서와 함께 보내려다 보니 늦어졌다. 환자는 그동안 건강관리를 거의 하지 않고 지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꼬박꼬박 혈압강하제를 먹으면서 생활습관 관리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서류는 이명때문에 일상생활을 힘들어하는 소음 작업자에 대해서 이명의 원인을 평가하고 관리방안에 대하여 보건관리자로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 사례는 좀 복잡하다. 환자는 소음성 난청 요관찰자였는데 05년 6월 삼일연속 12시간 작업을 한 뒤에 갑자기 이명이 발생했다.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사측이 비용을 부담하여 이비인후과 진료를 6개월동안 받았으나 증상 호전이 없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권했고 사측은 정신과적인 문제는 이명에 의하여 이차적으로 발생했더라 하더라도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으니 진료비를 부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잘 알다시피 이명은 일반인구집단에서 15%이상의 유병률을 가지며 특별한 원인도 치료도 없다. 약물치료, 레이져 치료 등 여러가지가 시도되지만 요즘 그래도 효과있다고 하는 치료방법은 재훈련이라는 것인데 소음기를 사용하여 이명에 대한 민감성을 줄이고 상담을 통해 이명을 의미있는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치료기간이 일년에서 일년 반정도 걸린다. 이런 건 강남의 개원가에서 비싼 돈 받고 하는 치료이다.  우리 병원 이비인후과는 그 치료를 안 한다. 죽는 병도 아니고 잘 치료되는 병도 아니며 의사의 노동력이 많이 투여되는데 비해서 돈은 안되니까 그렇다.

 

  덕분에 이명에 대해 공부를 좀 했고 그동안 이명에 대해서 소홀했음을 반성했다. 소음에 대한 특수검진을 하다보면 이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별 일 아니니 안심하시고 별 도리도 없으니 신경쓰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앞으로는 구체적인 대처방법을 적은 자료를 만들어 주어야 겠다. 일상생활 불편이 심한 환자에 대해서는 이명에 대한 임상적 평가도 하고 그 자료를 축적해서 효과적인 관리방안을 연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다 이렇게 적어놓는 건 귀차니즘에 대한 대비책이다. 적어놓은  글은 압박이 된다.

 

 아, 두번째 사례로 돌아가서. 이 사례에 대해서 이비인후과 교수와 상의하여 생각을 정리했고 보건관리자로서 이런 의견을 냈다.  

 

1. 이명은 대부분 원인을 밝힐 수 없으나 소음성 난청에 흔히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2. 환자의 이명은 이명에 대한 반 주관적 검사상 3KHz대역의 고주파 음에 10dB정도의 강도의 이명을 듣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 결과는 재현성이 있었다. 따라서 환자의 이명은 실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3.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이비인후과 추적관찰과 장기적인 정신과 상담및 약물투여이다(정신과 상담의 초점은 이명에 대한 재훈련요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환자는 다면적 인성검사상 우울척도가 약간 높았으나 정상범위내에 있었기 때문에 이명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한 정신과적 질환이 있을 가능성은 적다.) 

 

  사측의 문제제기의 핵심은 환자가 이명으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생한 경우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것이냐, 그리고 그것이 산재보상의 대상이 되는가였다. 이 문제는 더 복잡한 평가와 논의가 필요하다. 첫째, 이명을 4일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으로 볼 것이냐?  둘째, 만약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면 이명에 2차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가?  세째, 이명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한 정신질환이 있다면 산재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명이  4일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환으로 인정된다면 문제는 간단하게 풀린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여기 가끔씩 들르는 산업의학 전문의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자, 의견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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