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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진보, 울산 북구 단일화에 '단일화'가 없다

민노-진보, 울산 북구 단일화에 '단일화'가 없다
 
[안일규의 Talk About] 단일화를 둘러싼 진보 언론들이 외면하는 진실들
 
안일규
 
 
4월 재보선이 한쪽에선 달아오르고 한쪽에선 지나치게 무관심하다. 진보진영과 언론들은 '달아오르는' 것으로 열심히 만들려는 반면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베리아 벌판에 가깝다. 'MB 1년 심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재보선 분위기다.
 
이러한 시점에서 울산 북구 현역의원이었던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과거 '진보정치 1번지'였던 울산 북구에서 재보선은 진보진영에겐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울산 북구 탈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일화'를 둘러싼 문제 때문이다.
 
후보만 단일화하면 다 되나? 정작 단일화할 곳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민노당과 진보신당 모두가 후보를 내려는 울산 북구엔 두 당 모두 상징적인 인물들이 출격한다. 민노당에는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으로 민노당 다수파인 NL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진보신당은 조승수 전 의원, 분당 논리였던 종북주의를 가장 먼저 내걸었던 인물이다. 두 후보는 종북주의로 촉발된 민노당 분당에서 서로 대립이 가장 심했던 인물이다. 물론 민노당에는 지난 총선에서 31%를 획득했던 이영희 중앙당 최고위원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사실상 이번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의 구도를 대다수 정치전략가들은 김창현 대 조승수로 내다보고 있어 누군가로 단일화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후보 단일화가 아닌 유권자의 단일화다. 먼저 과거 진보정치 1번지였던 울산 북구였던 만큼 노동자들의 단일화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단일화가 되기보다 더 분열되고 있다. 현장의 분위기는 만약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민노당 지지 노동자들은 "조승수 심판을 위해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이며 진보신당 지지 노동자들은 역으로 민노당 후보 심판을 위해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상황이다. 양당 지지자들의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심한 상태다. 물론 울산 북구 노동자들 중 특정 정당 지지는 민노당이 가장 많다. 그들의 시각에서 분담의 주범이었던 조승수 전 의원으로 후보 단일화될 경우 역투표 혹은 징벌 투표가 가장 심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 민주노동당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좌),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우)     © CBS노컷뉴스

노동자가 아닌 일반 유권자들의 단일화 또한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은 단일화보단 재보선에 대한 무관심에 가깝다. 게다가 진보정치 1번지라는 옛 명성과는 다르게 아파트 건설 등으로 주민들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진보정치를 열망하는 에너지보다 무당파적 성향이 강하다. 이는 주변 부산, 경남 지역보다 높은 친박 지지율에서 드러난다. 한나라당과 진보진영이 아닌 친박에 대한 지지로 표현되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에 대한 정당투표가 18%나 되었던 울산은 이후 줄곧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박근혜에 대한 지지율이 40% 이상을 기록해왔고 최윤주 친박연대 울산시당 위원장이 지난 총선에 출마해 22%나 얻어가기도 했다. 친박연대는 사실상 최윤주 울산시당 위원장을 재출마하기로 낙점된 상황이다. 최근 울산의 분위기를 기자에게 전해온 한 정치전략가 역시 "울산 북구 주민들은 사실상 이번 재보선에 관심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방식에 대한 합의도 없고 명분도 약하다. 민노당은 민중경선제를 주장하는 반면, 진보신당은 사실상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보신당이 내거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동안 진보진영이 정당정치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판하고 반대해오던 방식이어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내세울 명분이 약하다.

여기에 분당 당시 민노당을 종북주의로 낙인 찍으면서 극우파 정당으로 규정했던 진보신당으로서는 민노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진보진영 단일화'라기보다 정치 야합일 수 밖에 없다. '명품 진보'를 위해, 진보진영의 발전을 위해 분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진보신당의 분당 명분마저 약해진다. 진보신당의 존재 자체가 문제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암울한 것은 진보 후보가 당선된들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진보정치 1번지'의 옛 명성이 사실상 무너진 울산 북구에서 진보진영은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첫 째로,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자력 당선도 어려울 뿐더러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각 주자로 나오는 김창현 위원장과 조승수 전 의원이 공감하는 'MB 심판'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친이 성향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사실상 울산 북구로 출마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박 대표가 일말의 당선 가능성을 내다봤다고 할 수 있다. 울산 북구에서 재보선 반응 자체가 '무관심'에 압도적이어서 진보진영이 내걸 'MB 심판'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며 작년부터 두드러지는 친박진영의 고공 지지율은 사실상 진보진영 단일후보의 자력 당선 가능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암울할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것이다. 조승수 등 민노당 인사들을 북구 구청장 등의 선거에 당선시켰음에도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가 울산 북구에서 딱히 된 것이 없다. 그 결과 많은 울산 북구 노동자들이 진보정치에 실망했고 진보정치에서 희망과 변화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지난 해 분당과 합쳐지면서 보수진영의 후보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로 분열되었음에도 42 : 31 : 22로 11%차 대패를 거둔 것이다. 울산 북구 민심의 진보정치에 대한 '징벌 투표'였던 셈이다. 'MB 1년 심판'을 내세운다고 지금이라한들 분위기는 작년과 다르지 않다.

지금 진보양당이 울산 북구에 보여줄 것은 진보정치 1번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진보정치로 울산 북구의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희망에 대한 제대로 된 비전 제시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패배를 하더라도 올바른 패배를, 이기더라도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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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다비치>의 '유능함'에서 배워라

한국정치, <다비치>의 '유능함'에서 배워라
 
[안일규의 Talk About] 실력파 여성듀오 <다비치>를 통해 본 한국정치
 
안일규
 
 
여기 한 가수가 있다. 선 음원공개때부터 음악사이트의 여러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더니 컴백 후 미니앨범 활동 2주만에 에서 1위에 해당하는 3월 3주차 '뮤티즌송'을 수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요즘 대세인 '아이돌'이 아니다. 혹시 오랜 경력? 그것도 아니다. 작년에 데뷔한 그들은 이제야 '신인'의 신분을 벗었을 뿐이다.
 
▲  여성 듀오 그룹 <다비치> 멤버 이해리     © 다비치 다음 팬카페 Girls High
주인공은 바로 실력파 여성듀오 <다비치>다. 지난 해 활동곡 "미워도 사랑하니까", "슬픈 다짐", "사랑과 전쟁"을 모두 히트시킨 그녀들이 미니앨범 를 들고 컴백했다. 강력한 '아이돌 대세론'으로 한동안 비아이돌 그룹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던 것과 달리 다비치는 새로운 앨범을 내자마자 발라드와 댄스가 결합된 타이틀 곡인 '8282' 뿐 아니라 활동곡이 아닌 '사고쳤어요'까지 각종 음악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아이돌 대세론'을 무력화시켰다. 이제 막 신인에서 2년차 그룹이 된 여성듀오 <다비치>의 이유있는 돌풍은 어디서 왔을까.
 
"2008년 노래 잘하는 여자 가수가 등장했다"
 
지난 한 해 '노래 잘하는 여자 가수'가 등장했다고 하면 모두가 <다비치>를 언급했다. 모두가 노래가 아닌 얼굴로 가수를 하고 앨범을 파는 상황에서 '노래 잘하는' <다비치>의 등장은 주목받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래 잘하는' 가수 본연의 모습을 보인 다비치는 "실력이 있으니 무대가 빛이 나는"게 당연했다. 지난 한 해 활동했던 '미워도 사랑하니까', '슬픈 다짐', '사랑과 전쟁' 세 곡 모두 연속 히트를 기록했고 Mnet KM 뮤직페스티벌 여자 신인상, 제23회 골든디스크상 디지털음원부문 신인상, 서울가요대상 신인상을 수상해 지난 한 해 신인상이란 신인상은 거의 쓸었다.
 
지난 한 해 <다비치>가 보여준 모습은 원칙과 기본이었다. 가창력에 승부를 거는 가수이자 예능에는 거의 보기 드물고 TV에선 매번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는 데 충실했다. 툭하면 겸업과 전업을 일삼는 요즘 연예계에선 보기 드문 행보다. 연기자라면서 '발연기'를 선보이지는 않는지, 가수임에도 가수로서의 활동보다 연기자 등 다른 활동에 더 몰두하지는 않는지. 잘 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이미 연예계에 있어 원칙과 기본은 없어진 지 오래다.
 
▲ 여성 듀오 그룹 <다비치> 멤버 강민경     ©다비치 다음 팬카페 Girls High
그럼에도 <다비치>가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던 것은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있다면 원칙과 기본에 언제나 충실할 수 있으며 위기 속에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들에게 붙은 "'가창력으로 승부를 건' 여성 듀오"라는 타이틀은 이를 언제든지 증명하고 있다. 반면 요즘 연예계나 사회에서 원칙과 기본에 충실할 때를 찾아보기 어렵다. 상업성과 변절이 판칠 뿐, 눈을 씻고 봐도 실력에 기반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총체적 난국의 한국정치, '유능한' <다비치>를 모델로 삼아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 등으로 거대한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역대 정권 중 가장 낮은 지지율에서 허우적 하고 있어도,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 '반대세력'임에도 야당들의 지지율은 바닥 수준으로 국민들에게 이미 외면받고 있다. 왜 그런가? 바로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동안 실패했던 민주당,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유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이 열심히 지피고 있는 'MB 심판론'이 통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거침없이 나가는 여성듀오 <다비치>를 보면서 한국정치는 느끼는 게 없을까. 지난 해 '신인 같지 않은 신인', '무서운 신인'으로 불렸던 <다비치>를 보면서 "유능한 세력"만이 국민 다수와 정치시장에서 배제된 이들을 포용하고 통합하지 못하는 현 정치질서를 깰 수 있음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혹자는 무능하다고 할지라도 현존하는 야당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할 게다. 그러나 실력 하나로 '아이돌 대세론'을 깨고, 컴백하자마자 각종 차트를 휩쓰는 <다비치>를 보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유능한 정치세력, 유능한 정당을 창출하는 것만이 마치 대세론처럼 비춰지는 '박근혜 현상'을 깰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떻게" 유능한 정치세력, 정당있는 민주주의로의 한국 정치질서의 대전환을 할 것인가를 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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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박근혜와 더 위험한 무존재감 야당

위험한 박근혜와 더 위험한 무존재감 야당
 
[안일규의 Talk About] 다음 대선 때까지 완전히 '야당 없는 민주주의'로?
 
안일규
 
 
위험한 박근혜, 박근혜보다 더 무서운 '무존재감 야당들'
 
박근혜 의원이 지난 2일 "국민공감대에 우선한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급박하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타협안이 나왔다. 박근혜의 '입'만 쳐다보던 민주당은 보잘 것 없는 야당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으며 박근혜 의원으로서는 또 한 번의 위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위험함을 드러냈다.
 
박 의원이 그동안 현 정부와 여당의 입법전쟁에 제동을 걸어왔던 것은 '국민 공감대'였다. 문제는 그 '국민 공감대'에 자신의 생각이 없었다는 데 있다. 현 이명박 정부가 박 의원의 말대로 국민 공감대를 이끌지 못한 법안을 내놓은 데 대해 자신은 어떻게 해서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게 없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자신의 정치적 실익으로 만들겠다는 정략적 계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자료사진)     © CBS노컷뉴스

물론 '국민공감대'란 말만큼 이명박 정부의 국정 의지를 꺾을 수 없는 말이 없다. 박 의원으로선 최소한 올 한해는 시의적절하게 '국민 공감대'를 반대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다. 인기없는 이명박 반사효과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충분히 얻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 '어떻게'가 없기 때문에 박 의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 있는 게 당연하다. 바로 지난 2일 국민공감대에 우선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여당의 미디어법 강행의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만큼 기다렸으면 됐다는 (미디어법을 강행해도 된다는) 박 의원의 발언은 자신은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어떻게 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위험' 그 자체임을 증명한다. '어떻게' 하겠다는 게 없는 박 의원의 모호한 모습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는 게다. 국민들이 앞으로 박 의원을 다른 차기대권주자들보다 더 지지하는 데 있어 지지하는 대중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전혀 알 수 없게 하고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사효과를 누리는 것은 민주적이지 못한 정치행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야당들에게 있다. 박 의원이 기존 입장을 뒤집고 국민공감대와는 정반대인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힘을 실어줄 때 결정적으로 야당들이 한 게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굴욕적인 합의를 했고 민노당은 그저 점거밖에 할 수 없었다. 또다시 무기력한 야당, 야당없는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한겨레 기사에서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친박진영의 뜻이 지도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표시해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의 선택을 도와준 반면 민주당엔 타협하란 메시지를 던졌다”라고 할 정도니 청와대와 박근혜 의원의 정치대결일 뿐 야당은 온데 간데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지지율은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허약한 대통령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가장 강력해야 할 야당이 제일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버린 상황이다.
 
민주당 83석, 선진과 창조의 모임 20석, 민주노동당 5석에 이르는 108석의 야당들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40석 가량의 '여당 내 야당' 친박세력이 향후 정세의 '키'를 쥐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 한국정치가 처한 "야당 없는 민주주의"가 다시 한 번 증명된다. 경향신문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한번 군더더기 없는 끝내기 솜씨를 보였다. 연초 1월 입법 전쟁에서 “국민에게 고통을 줘선 안된다”며 여야 극한 대치를 교통정리했던 박 전 대표는 2일에도 여야 대치의 종지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할 정도니 언론들 사이에서도 야당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변화가 나타나면 박근혜 지지율은 반토막 날 것
 
그동안 인터뷰를 꺼려왔던 보수진영의 책사 윤여준 전 의원이 얼마 전 중앙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대세론은 아니라면서 "누가 적당한지 이름을 적으라고 하면 박 전 대표의 비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절대적 지지와 상대적 지지를 구분해야 된다고 한 바 있다. 상대적 지지가 높으면 다른 요인이 생길 경우 바로 지지율이 빠진다는 게 윤 전 의원의 주장이다. 윤 전 의원의 이같은 진단은 100% 맞다. 민주당과 민노당이 야당으로서 어떠한 역할도 못하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후보인 민주당의 손학규 전 대표나 진보신당의 노회찬 혹은 심상정 대표와 나란히 놓을 경우 박 의원이 표를 더 얻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새로운 능력있는 야당이 나타날 경우 상황은 급반전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야당으로 갈 표가 '야당없는 민주주의'에 박근혜에 몰렸는데 정치의 순리대로 능력있는 새로운 야당으로 이동하는 게 당연하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료사진) ©CBS노컷뉴스

다른 경우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을 쇄신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2년차를 맞아 조급함에 사로잡혀 '입법전쟁'과 '권력장악' '공포정치'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정 방향의 대전환을 시도해 윤 전 의원의 고언대로 국민의 공감대에 맞추고 설득하며 야당도 설득하는 이른바 '설득'에 "속도"를 낼 경우 박 의원의 지지율은 상당부분 빠질 수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되고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 측이 내세울 후보가 막상막하의 차기 대권 경쟁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환멸과 실망을 넘어 무관심과 무존재감으로 보는 현 시점에서 야당들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란 것은 여당과 정부의 문제보다 야당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박근혜 vs 이회창, 박근혜 vs 이회창 vs 정몽준 등 특정 유권자들만 행복한 선거가 더 견고해질 것이다. 이 선거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없다. 시대정신도 민주적 가치도 없는 "BBK"와 "도곡동"이 재판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전국이 60% 이상이나 이명박 정부에 불만이며, 현 정부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유능한 야당이 없다는 것은 비극이며 '위험한' 박근혜를 도와주는 현 정치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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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재구성 통한 '야당 교체'가 답이다 / 2008. 12. 29.

진보진영 재구성 통한 '야당 교체'가 답이다
 
[안일규의 Talk About] '책사'들의 고언, 민주당 해체와 박근혜 야당 필요
 
안일규
 
 
  이명박 대통령 당선 1주년과 집권세력이 말하는 이른바 ‘좌파정부 척결’ 1년이 지났음에도 야권 세력은 이명박 당선 전이나 직후,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 1년 전이나 지금에서나 ‘大실패세력’과 진보진영은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를 군부독재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했다고 말할 뿐이다. 앵무새보다도 못한 이들에게 ‘대안야당’ 운운하는 건 사치다.
 
  1년 전 ‘묻지마 대통합’에 쓴 소리를 던졌던 진보진영의 대표 언론인들의 당시 발언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떨까, 그들은 지금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나. <한겨레> 여현호 논설위원과 <경향>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의 지난 2년간의 정치칼럼을 정리해 현 상황에 적용 분석, 대안을 찾아내고자 한다. 흉흉한 연말에 진보성향 종이신문에서 ‘진보진영의 책사’로서 여 논설위원과 이 에디터의 “말·말·말”을 살펴보자.

“大실패연합 · 이명박 정부의 일등공신”과 손잡는 건 ‘죽음’  

  지난 대선 정국 이대근 에디터는 <신당, 그 무덤에서 아무도 초대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99% 열린 우리당’으로 규정하면서 정체성 상실을 당시 범여권의 진짜 문제로 짚었다. 이 ‘99% 열린 우리당’은 실패세력이 똘똘 뭉쳐 질서있게 구축한 것이므로 ‘대실패 연합’이며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진단했다. 의사라면 당시 범여권에 ‘사망선고’ 내린 셈이다. 이 에디터는 수위를 한 층 높여 대통합민주신당을 ‘무덤’으로 규정하고 “대통합에 참여하는 순간 ‘죽음의 키스’가 될 것”이라 했다.  
 
▲ 지난해 9월 12일 자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 경향신문 인터넷판

  이 에디터의 1년 전 비판은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번 대통합은 ‘미완의 대통합’이기에 “민노당까지 아우르는 게 ‘진짜’ 대통합”을 위해 ‘大실패연합 시즌2’를 위해 뛰고 있고 민노당은 ‘민주당 사람’ DJ의 말을 냉큼 받아 그들의 적이던 ‘99% 열린 우리당’과 죽음의 키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에디터의 말로 고친다면 “파탄난 지난 10년 정권의 생존자들의 모임”이 당장 살기 위해 만든 ‘잔당’과 진보진영이 손잡아 파탄의 길, 공멸의 길을 스스로 두드린 셈이다.  

  여 논설위원도 간접적으로 이 에디터와 비슷한 논조를 견지한다. 칼럼 <이명박이 무너지지 않는 까닭>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높은 지지율을 “이명박의 반대편”에서 찾은 여 논설위원은 이명박의 반대편에 대한 불신이 이명박에 대한 불신보다 더 컸다고 말한다.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도 국민들에게는 ‘노무현과 그 비슷한 자들’로 뭉뚱그러져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정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이 에디터가 대통합민주신당을 ‘무덤’으로 규정한 것으로 연결되는 셈.  

  여 논설위원의 칼럼은 암묵적으로 결국 이명박의 ‘반대편’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이명박 정권이 무너질 수 없다고 한다. 이 에디터의 ‘야당 교체’ 주장으로 연결되는데 칼럼 <불안한 세상, 평온한 민주당>에서 이 에디터는 “민주당은 어울리지도 않는 이명박과의 싸움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실패한 세력과 실패하고 있는 세력의 대립은 짜증이 날지언정 흥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수의 서민들도 민주당을 자신들의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명박을 위해서라도, 정치에 실망한 이들을 다시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대표하는 세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야당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식만으론 안 돼, 내용과 가치가 있어야”  

  여 논설위원의 다른 칼럼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선이라는 형식만으로 감동을 이끌어내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여권에게 ‘착각’이라며 꼬집었다. 反한나라당 전선을 통해 51:49 드라마를 연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치공학으로 표를 모은다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국민이 보고 싶은 ‘내용’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지난해 9월 10일 자 한겨레 여현호 논설위원의 칼럼     ©대자보

  여 논설위원의 명쾌한 비판은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反 한나라당’은 국민이 보고 싶은 ‘내용’이 될 수 없으며 ‘전선’이라는 ‘형식’만으로 여 논설위원의 말대로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용’도 없어 왜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이나 반 한나라당 전선을 지지해야 하는지 이유도 없다. 그 결과 전라도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20%에 달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 에디터도 여 논설위원의 진단에 같이 한다. 이 에디터는 칼럼 <신당, 그 무덤에 아무도 초대말라>에서 민주정부 10년 이후 ‘죽음의 잔치’ 속에서도 자기 원칙과 노선, 정책을 지켜나가면 최소한 ‘미래가 있는 패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진보진영의 책사’로서 여 논설위원과 이 에디터는 진보진영에 ‘반MB’(당장의 문제)에 얽매여 소신없이 反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실패한 세력과 손잡지 말고 진보진영의 노선과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라는 주문을 한다. 제대로 정립할 경우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패배는 하더라도 ‘올바른 패배’이자 ‘미래가 있는 패배’가 될 것이다.  

야당 자격없는 민주당 대신 ‘박근혜’에 '여당 내 야당' 기회 주고, 진보 재구성 통한 '야당 교체' 준비해야 

  한국의 보수독점구도에서 민주화 이후 민주당의 노선은 ‘상대적 진보’를 통한 개혁적 보수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이었다. 그러나 이는 IMF 이후 지난 10년간 무너져왔고 여기에 완전한 파괴를 가져온 이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다. 이들은 개혁에 대한 열망의 추동력을 ‘삼성공화국’과 매판자본의 세상으로 만들었고 이명박 정권 창출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이들이기도 하다.  

  개혁노선을 이미 상실하고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을 해결해준 민주당은 더 이상 고쳐 쓸 수도 없는 상태다. 이 에디터가 말하듯 민주당은 시민들의 시야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시민들은 민주당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미 ‘죽은’ 세력을 다시 대안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고 이들에게 정권을 다시 맡길 수 없다. 개혁과 민주를 염원하는 유권자들에게 진보정당을 찍을 수 있도록 민주당이 스스로 민주당을 해체하는 것이 지지자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그런데 이는 실현 가능성 ‘0%’다. 이 에디터가 지적한 대로 민주당은 ‘파탄난 지난 10년 정권의 생존자들의 모임’이다. 노선, 이념, 가치 어느 것 하나 없는 ‘뱃지’ 하나 바라보고 모인 “뱃지동맹”으로 정당이 아니다. ‘대실패연합’에 환멸을 느껴 떠나간 개혁적 유권자를 흡수해야 할 민노당이 “뱃지동맹”과 손잡는다면 한 줌이라도 남은 대안정당으로서의 가치마저 상실하게 된다.  
 
▲ 이대근 에디터의 지난 24일 자 칼럼     © 경향신문 인터넷판

  결국 좋든 싫든 원내에서 박근혜에게 ‘야당’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이 에디터는 칼럼 <이명박의 박근혜 딜레마>에서 박근혜에 여당 내 야당 역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하는데 “박근혜가 덜 보수적이거나 더 유능해서가 아니”며 “민주당은 그럴 정치적 자격을 잃었고,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박근혜가 남은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명박이 싫지만 지난 10년간 '실패한 세력'을 찍을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수 있는 ‘박근혜’에서 투표의 재미를 찾은 것일 뿐이다.
 
  18대 국회 야당은 ‘여당 내 야당’ 박근혜 세력이 하고 다음 총선에서 의미있는 의석 확보와 대권 득표를 위해 민주당의 소멸과 진보진영의 재정비를 해야 한다. 하나의 경우로 그나마 민주개혁세력의 역할을 다한 임종인, 최재천, 김근태 전 의원의 개별적 입당을 통해 개혁을 열망하던 떠나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진보정당을 찍을 명분을 주고 분당 이후 정책적, 노선적 ‘차이’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심상정 · 노회찬”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사실상 개혁세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이들을 흡수해 진보진영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만이 ‘보수 다당제’로의 변화에 유일하게 제동을 걸 ‘Hidden Card’다. 진보개혁의 위기가 아닌 개혁의 종말과 진보의 기회다. 진보진영이 이 기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때는 진보의 위기를 논할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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