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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좌파의 편이 아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지지 않았니. 옛날엔 대통령 지나가면 온동네 사람들 나 나와서 깃발 흔들고 그랬다."

 

오늘 아버지와 식사하다가 G20 동원령의 촌스러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아버지가 툭 던진 말이다. 이 한 마디 속에 우리가 왜 '진보'라는 상징을 가지고 체제와 맞설 수 없는지가 다 들어 있다. 역사의 진보는 좌파의 편이 아니다. 사실 그것은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였으며, 노동계급이 '진보'를 자신의 역사관으로 받아들일 때, 자본주의의 종말은 끝없이 연기되고 만다. 국가 동원체제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도록 만든 것은 사실 좌파의 운동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보'의 역사관 속으로 들어갈 때 우파는 성공적으로 그 투쟁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전치시킬 수 있다. "야 봐라.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니? 근데도 아직 촌스럽게 투쟁을 해?"

 

그래서 벤야민은 혁명이 역사의 기관차가 아니라, 역사의 기관차를 멈추는 비상브레이크라고 한 것이다. 진보는 좌파의 편이 아니다.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단지 구원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구원은 "억압받는 이들" 속에서만 나온다. "민주시민" 따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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