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아웃

2008/06/27 05:29 Tags » ,

소화기 가루를 피해 후방으로 달아나 이동해 어둡고 허름한 건물 입구에 쪼그리고 앉았다

촛불집회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다보면 본질을 잊을 때가 많다

아 오늘도 길어지겠구나 하고 멍하니 있는데

한 노인이 다가왔다

 

몸집이 작고 운동화에 야구모자를 쓴 인상이 좋은 할아버지다

나에게 가까이 오길래 요즘 촛불집회에서 자주 눈에 뜨이는 술취해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 늘어놓으시는 분인 줄 알고 흠칫했다

그런데 반으로 접은 손피켓을 조심스럽게 펼쳐서 나에게 보여주신다

 

'이명박 OUT' 이라고 적혀 있는데

할아버지는 이걸 나에게 보이며 'OUT' 부분에 손을 대고 따라 그린다

그러면서 이게 뭐라고 쓴 거에요? 라고 물으신다

 

그래서 아웃이요 아웃. 하고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아웃? 아웃? 하고 따라하시면서도 고개를 갸웃갸웃한다

더이상은 뭐라고 설명할 재간이 없을 것 같아 난감해지는 순간

 

할아버지가 야구심판의 제스처를 흉내내 양손을 옆으로 저으시면서

아! 아웃! 아웃! 이 아웃이구나! 한다

나도 웃으며 네 맞아요 그랬다

 

아. 아웃이구나. 이명박 아웃. 이명박 아웃이란 말이지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신다

너무 좋아하셔서 나도 실실 웃었다

아 그래요 이명박 아웃 이명박 아웃..... 자꾸 되뇌시면서 손으로도 '아웃'을 하면서 걸어가신다

 

이명박 진짜 아웃됐음 좋겠다.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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