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 그리고 사랑

2020/05/07 23:38

삶의 무늬 그리고 사랑

 

 

1.

최근에야 나는, 나의 '삶의 무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기쁨과 슬픔이 있었고 많은 회한도 있었다. 지나온 삶의 어떤 순간에는 더없는 부끄러움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시류에 따라 움직였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시대 상황과 나의 경제적 조건, 그리고 주로 만나는 사람들의 말과 자주 읽는 글에 따라 행동한 사람. 나는 나의 소심한 성격과 함께 어떤 때는 당돌한 선택을 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시절의 학생운동과 그 후 노동운동, 그에 따른 조직활동도 경험하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공직생활을 하고,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이제 다시, 사춘기처럼 나에 대해 묻고 있다. 

 

이런 내 물음의 기저에는 어떤 것에 끄달리거나 기대는 나의 삶의 역린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어떤 것에 기대는 나의 생활이 편할 때와 불편할 때를 나눠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생각들의 마지막에는 가서는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이념이나 제도, 질서 등에도 기대지 않으며,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그 스스로의 오랜 생각에 따라 마음을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자기 삶를 사는 것! 나의 삶의 무늬를 직접 그리는 것!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다.

 

 

2.

그런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자들도 있을 것이다.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제강점기 의열단원들의 삶. 그들의 삶의 모양과 무늬는 어떠했을까.


의열단은 1919년에 만주 지린(吉林)에서 조직된 반일 비밀결사 조직이었다. 일정한 소재지가 없이 일본의 요인 및 그 주구를 암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의열단원들은 '언제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므로 생명이 지속되는 한 마음껏 생활하였고 기막히게 멋진 친구들이었다'고 한다. 항상 그들은 '스포티한 멋진 양복을 입었고, 머리를 잘 손질하였으며, 어떤 경우에도 결백할 정도로 말쑥하게 차려입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마치 특별한 신도처럼 생활하였고, 수영, 테니스, 그 밖의 운동을 통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였으며, 그들의 생활은 '명료함과 심각함이 기묘하게 혼합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사랑을 하였다. 그들의 사랑은 누구보다도 강렬했다. '모든 조선 아가씨들은 의열단원을 동경하였으므로 수많은 연애사건'이 있었고, 그들이 사는 곳에서 볼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아가씨들은 러시아인과 조선인의 혼혈이었는데 매우 아름답고 지적'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이 아가씨들과의 연애는 짧으면서도 열렬했다'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 시대의 지식인이라고 생각하였다. 의열단원인 김산은 '육체는 빵으로 살찌지만, 정신은 기아와 고통으로 살찐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에 의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어야만 비로소 지식인은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3.
그들은 자기 삶의 무늬를 그리면서, 인간의 삶을 지도하는 삶과 추종하는 삶으로 구분한 것 같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안락이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는 지도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따라갈 것이다. 추종하는 자들에게는 단 하나의 길밖에 없다. 지도하는 자들에게는 언제나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추종하는 자는 자유롭지만 지도하는 자는 그렇지 못하다. 추종하는 자는 책임없이 행동할 수 있지만 지도하는 자는 역사적 결정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중략)...추종자였을 때가 더 행복하기는 했다...(중략)...나 또한 죽을 때까지 창조적 역활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들은 추종하는 삶의 안락함보다 스스로 창조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그런 삶, 자기 자신의 삶이 결국 행복을 가져온다고 하였다.

 

의열단원인 김산에 따르면, '내 전 생애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실패의 역사였다. 나는 단 하나에 대해서만-나 자신에 대하여-승리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데는 이 하나의 작은 승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인간정신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비극은 인생의 한 부분'이고 '억압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한 인간의 영광'이며, '굴복하는 것은 한 인간의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믿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싸우다 죽는 것은 행복한 죽음'이라고 말했다.***

 


4.
행복한 죽음이라?...자기 자신의 삶을 산 자의 죽음,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의 죽음은 어떤 것일까. 철학자 스피노자는,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도 그 무엇도 두렵지 않네, 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지기를 두려워하던가?'****라고 소리쳤다.

 


5.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사실 이런 현실의 굴레를 끊으면서 삶의 무늬를 그리는 사람은 여성들일지도 모른다. 그녀들은 '여성'이라는 종속적인 사회적인 존재 조건 때문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들의 그 자유로운 삶의 처음과 끝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영화 '레이디 맥베스'(2016, 윌리엄 올드로이스 감독)를 보면, 17살에 돈 몇 푼에 팔려 결혼한 여성이 모든 금기를 깨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 자신의 삶을 살 것을 결심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휘두르거나 개입한 남성들-시아버지와 남편, 애인을 살해하고, 넓고 높으며 고요한 저택의 한가운데 앉아서 세상의 정면을 바라보는 삶을 선택한다.

 


6.
그녀들은 인류가 겪은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이념이나 제도 그리고 국가보다는 자신의 고유한 삶과 사랑을 선택하기도 한다. 전쟁에 참여한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 따르면, 아수라장인 전쟁통에서 그녀들은 '단지 전쟁만이 아니라 그녀들의 젊음과 첫사랑'*****을 시작하거나 만끽하였다. 그녀들은 당시의 사회적 환경이나 거대한 담론보다는 본래 지니고 있는 인간의 모양를 그리고 있었다.

 

이에 더하여, 그녀들은 일상의 관습적이고 제도적인 사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전쟁 중에 가지기도 하였다. 영화 '스윗 프랑세즈' (2014, 솔 디브 감독)를 보면, 적군인 독일군 장교를 사랑하는 그녀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두 번 만난 남자랑 결혼해 놓고, 그게 사랑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여 왔어요. 내 마음이 죽어 있었던 거죠"

 


7.
자신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 시대적 담론이나 도덕,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 이런 것들은 사실 시대에 따른 우연적이고 순간적인 어떤 것들이다. 인간의 삶이, 이런 우연적이고 순간적인 어떤 것들에 따라, 줄에 묶인 개처럼 시대의 사슬에 매여 있으면****** 서글프지 않을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하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시대와 사회적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자기 삶의 본래 무늬를 그려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것 같다.

 

 

* 님 웨일즈, 김산, 2013, [(조선인 혁명가의 불꽃같은 삶) 아리랑], 동녁, 165~166쪽
** 같은 책, 404쪽
*** 같은 책, 464쪽, 467~468쪽, 471~472쪽
**** 스피노자, 야론 베이커스 Jaron Beekes, [스피노자 : 그래픽평전), 2014, 푸른지식, 142~145쪽
***** 스베나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201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문학동네, 34쪽
****** "우리의 기억은 결코 이상적인 도구가 아니다. 기억은 제멋대로 인데다 변덕스럽다. 게다가 기억은 줄에 묶인 개처럼 시간이라는 사슬에 매여 있다."(스베나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01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문학동네, 33쪽)는 문장을 참고하여 필자가 변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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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2000년부터, 아마 그 쯤부터 '분노로 시작하는 또는 조직하는 (어떤 변화를 위한) 집단적인 저항이나 투쟁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분노는 사람들을 쉽게 모이게 한다. 분노를 기반으로 하는 선동이나 말하기,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분노는, 온 힘을 다하여 크게 말하고 때로는 육신을 동원하여 악을 쓰며 울먹이듯 표현하면 된다. 분노는 본래 파괴적인 충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대나 타자를 무너뜨리고자 할 때는 분노가 매우 적절하다.

그러나 분노라는 정서적 분위기와 감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분노는 사실 인간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분노는 그 에너지의 소모량이 많아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한다. 그렇게 지쳐서 사라진 '분노'의 자리에는 허무함이 등장한다. 이 허무한 정서적 공백은 곧 사람에 대한 질투와 시샘이 끼여들어 분탕질을 한다. 질투와 시샘은 저항이 아니다. 질투와 시샘은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수 없다.

 

2.
분노가 아니면 무엇으로 시작해야 하는가? 나는 '사랑'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은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가슴 속에 지니고 내려온 소중한 삶의 목적이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저항과 투쟁을 시작한다면...죽음이나 분노가 아닌 사랑!! 

 

3. 
(사랑은 집단적이지 않다. 집단적인 사랑은 파시즘을 동반한다.)

사랑은 개별적이고 독자적이며 은밀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각각 개별적이고 너무나 구체적이며, 그 독자적인 사랑의 질감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과 내용과 강도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과 같은가? 다른다. 심지어 자기 자신도 매번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 내가 저번에 했던 사랑과 이번에 하고 있는 사랑이, 그리고 또 앞으로 하고 싶은 사랑이 같은가? 다르다. 각각의 '존재'가 모두 다르고 독자적이기 때문이다.

 

4. 
그런데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마광수는 사랑은 반드시 권태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한 것이 되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여자가 늙어갈수록 남자는 권태와 환멸을 느끼게 되고, 여자 자신도 젊은 시절의 정초한 아름다움보다는 질투심과 심통만 늘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랑이 갖는 원초적 비극성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작가 김훈도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은 곧 지겨워질 수 있으니 연민이 작동해야 사랑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같은 사랑, 마그마 같은 열정은 오래 못 간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대개 이기심이 섞이기 마련이고 뜨거운 열정은 그 안에 지겨움이 들어 있어서 쉽게 물린다. 연민은 서로를 가없이 여기는 마음이다. 연민에는 이기심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사랑이 식은 자리를 연민으로 메우면, 긴 앞날을 살아갈 수 있다. 사랑은 단거리이고 연민은 장거리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5.
권태나 연민은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랑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 마광수, 2013,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읽기>, 책읽는 귀족, 81쪽
** 김훈, 2019, <연필로 쓰기>, 문학동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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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다이빙 그리고 Ju suis à paris

2015/04/04 03:36

나는 2014년 6월 어느날, 퇴근 후 직장동료들과 오돌뼈에 소주를 한잔 마시다가 응급실에 갔다. 뱃속이 쓰라렸고 급체한 듯 속이 답답했다. 알 수 없는 뱃속은 너무 답답하고 아팠다. 이틀을 참고 내과 진료를 다시 받았다. 의사는 6. 11 담낭절제수술을 하였다. 수술을 받기 위해 그리고 수술 후 회복을 위해 2주간을 입원했다. 그때 나는 병상에서 내가 왜 아팠는지 알게 되었다. 아픔의 원인은 육체가 아니었다.

수술로 꿰맨 상처가 아물어지자 스킨스쿠버 강습을 받았다. 2014. 10. 9 남해 바다에서 첫다이빙을 하고 Open Water Diver 자격증을 받았다.

12. 31 수요일, 나는 그간 다니던 직장생활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2015년 다시 길을 찾기 위해.

 

1. 1 목요일, 

필리핀 샤방으로 다이빙 여행을 갔다. 바닷속은 깊고 푸르렀다. 나는 30미터 깊이까지 내려갔다. 위를 보면 수면이 보이지 않아 두려웠고 위를 보지 않으면 편안했다. 육체는 두려웠고, 눈은 경이로웠다. 바다는 나에게 신세계를 보게 해주었다. 3일 동안 여덟번 물에 들어갔다. 다이빙을 위해 모터 보트가 바다를 달릴 때는 즐거웠고, 입수를 위해 공기통을 멜 때는 긴장하였다. 바닷속에 가라앉을 때는 입으로 숨만 내쉬었다. 바닷속에서는 숨이 편안하고 눈 앞에 보여지는 광경은 아늑하고 신기했다.(1. 1 ~ 1. 5)

 

3. 26 목요일,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왔다. 파리는 아직 춥고 흐리다...(3. 2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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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나서...

2011/07/16 00:26
나는 나의 자유가 좋다. 무한한 자유는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고 즐기는 자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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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가는 길

2011/05/07 13:24

나는 어머니의 늙음을 걱정하고,

어머니는 나의 혼자됨을 걱정한다.

 

우리들의 걱정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항상 간단한 전화통화로 끝난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다른 구체적 삶의 어려움 앞에서는 침묵한다.

 

- 아무 일 없습니다. 별 일 없으시죠?

- 나야 먼 일이 있데. 자식들이 건강하면 나도 건강하다. 항상 조심해이...

- 고맙습니다.

 

[해남 가는 버스에서. 2011. 5. 7. 오후 1시 45분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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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1

2011/05/01 14:48

'김 훈 [칼의 노래]' 를 보고 쓰다가,

엊그제 비가 많이 내린 밤에, 먹다 남은 막걸리를 꺼내 마신다.

시간을 보니 컬투쇼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쓰기를 멈추고 듣는다.

 

날짜를 보니 '노동자의 날'이다.

나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리는 노동자대회를, 부끄러워서 가질 못한다.

나의 부끄러움은 막걸리를 먹고 달아오른 나의 얼굴이 대신한다.

 

나의 반성과 성숙은 아직 어설프다.

진심은 나에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내가 혼자서 끈질기게 감당해야 할 외로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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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나의 것

2011/04/20 07:27

어제 저녁 지독한 외로움이 몰려왔다.

야근을 하고,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집에 와서 캔맥주를 마셨다.

전기밥솥의 밥을 꺼내 누룽지를 만들어도 그리 즐겁지 않았다.

라디오나 음악도 듣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는 나의 외로움을 밀쳐낼 능력이 없었다.

 

아침 5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을 떴다.

몸과 입 속에는 약간의 술냄새가 남아있다.

자고나니 어제의 외로움이 아득하다.

나는 아직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삶의 지혜가 미숙하다.

 

내 삶의 처지를 스스로 수긍하고 인정하는 것.

그러나 나는 나의 외로움을 삼켜서 먹어버릴 수 없다.

 

술 정신에 만든 누룽지 끓여먹고 출근해야겠다.

 

외로움은 내 삶의 동반자, 외로움은 나의 것.

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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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Never Let Me Go

2011/04/10 21:01

인간을 복제하여 장기를 기증하고, 인류의 평균수명은 100년을 넘긴다.

 

복제인간, 자신의 내장과 육신을 버려야 삶이 완성되는 자들.

그들의 삶과 죽음은 타인의 위태로운 생명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이 생존하면서 느끼는 사랑과 연민은 너무 깊어서 고요하다.

 

나는 죽음을 알 수 없어 이들의 깊이를 잴 수 없고, 이들의 사랑을 알 수 없다.

단지 너무 깊어서 아프다.

 

- 2011. 4. 10. 16시 50분 씨네큐브 광화문.

영화가 참 조용하다.

영화를 보고, 복제인간의 명확한 죽음과는 다른 미래의 불확실성을 확보한 나, 나는 행복한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한다.

 

밖에 나오니 짧은 비가 온다.

황사와 방사능에 오염된 비를 피하지 못하고 집으로 걷다가 뛰어간다.

내 어릴 적보다 세상이 참 많이 더러워졌다.

올해 봄비는 사랑과 추억을 잉태하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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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 사랑한 날들

2011/04/07 22:39

만남과 헤어짐은 인간의 뜻이 아니다

신의 의지이다.

 

인간은 단지 떠날 뿐.

 

 

- 2011. 4. 7. 19시. 씨네큐브.

사랑에 미친 영화, 깊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자들에게 추천함.

 

 

- 나는 저녁에 영화를 보았다, 다음 날 아침에 이 영화를 다시 되새겼는데,

끝없이 싸우고 사랑하는 그/그녀가 이룬 미완의 사랑...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반야심경의 한구절.

 

故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고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는 까닭에 두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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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 스피치

2011/03/25 11:08

'킹스 스피치'

2011. 3. 24. 저녁 8시 35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보았다.

 

영화의 배경은 1939년, 영국의 군주 조지 6세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지6세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이다.

조지6세는 어렸을 때부터 말더듬이였다.

조지 6세의 형이 이혼예정인 유부녀와의 사랑을 선택하고 왕위에서 물러나자, 조지 6세 영국 국왕이 탄생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국왕(왕족)의 일상과 영국민(평민)의 생활이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지 않고 끈질기게 섞인다는 점.

매춘부 광고가 나오는 신문에 광고를 내고 소박하게 혼자 영업(?)하는 언어치료사가 왕자(조지 6세)의 말더듬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딪침이 그렇다.

제2차대전이 시작될 무렵,

국왕(조지 6세)이 전쟁을 선포한다는 연설을 해야 하는데,

이 전쟁선포 연설를 하면서 말더듬이 조지 6세가 느끼는 긴장과 그 조심스러운 리듬이

다가올 전쟁에 대한 긴장과 공포를 느끼는 국민과 하나가 된다.

국민들이 왕에게 반하는 순간, 매력이 탄생한다.

 

성질 급하게 보지 말고 차분히 감상하면 좋을 듯. 혼자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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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2011/03/21 23:03

나의 마음이 내 마음을 안다

들여다보니 그동안 얼어붙은 마음이 서서히 풀린다

봄인가 보다......

 

나는 올해 행정심판 업무를 시작하였다

나라의 법을 좌표로 삼아 하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은 그 좌표에 그려진 눈금을 잘 보아야 하고 

그 눈금이 새겨진 잣대를 이 세상에 들이대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낯선 법조문들이 항상 나를 매달고 다닌다

나는 법조문에 매달려서 매일 법을 공부한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을  잘하기 위해서다

 ......   ......

 

지난 주 이남곡선생님의 논어연찬을 다녀왔다

스스로 찾아간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노력이 멈추지 않는다면 나는 전진할 뿐이다

그러나 내 전진의 방향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해가 지고 어둠이 시작되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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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신묘년

2011/03/07 09:06

나는

그물코에 걸리지 않는 물고기처럼

유유하게 흘러간다.

 

조용히 그리고 여유롭게

기다릴 뿐이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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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2011/02/09 04:02

나는 어쩌면 다시 돌아갈지 모르겠다

내 마음의 평온함을 찾아서 말이다.

 

나는 아직 자유를 알지 못하고, 그래서 나의 길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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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사랑이

2011/01/09 01:59

이제야 알겠다

사람이 아니라 사랑은,

가슴에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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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다시 서울

2011/01/06 20:51

2011년, 다시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마흔이 되었다

불혹(不惑)의 나이

나는 미혹과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지혜와 인내,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내 삶을 위해 노력할 뿐,

그리고 그때마다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天命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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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매혹되지 말라

2010/12/03 00:53

1966년부터 징병검사를 기피하기 시작하여 급기야 1973년과 1974년에 행방불명되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010년 11월 24일 연평도 피폭현장에 나타나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대표를 수행한 육군 중장 출신 황진하 의원은 작은 보온병은 76.1mm 같고, 큰 보온병은 122mm 방사포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 [넘버3]에서 깡패 송강호는 헝그리정신을 부하들에게 설명하면서 "현정화 라면만 먹고...금메달 땄잖아..."라고 말했다. 이에 송강호 부하는 "임춘애입니다. 형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강호에게 뒤지게 두들겨 맞았다.
 

현재의 권력은 깡패들 자존심보다 못하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정신 말이다.

어쩌면 황진하 의원은 두들겨 맞기 싫어서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맞장구쳤을까?

 

푸코는 들뢰즈의 [앙띠오이디푸스]서문에서 '권력에 매혹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권력에 매혹되면 자기 눈앞의 것도 제대로 보질 못한다.

권력이 보온병을 포탄으로 바꿔버렸다.

 

* Michel Foucault, 'PREFACE' in Gilles Deleuze and Félix Guattari, ANTI-OEDIPUS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trans. Robert Hurley, Mark Seem, and Helen R. Lane(Minneapolis: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0). pp. xi~xiv. 조형근 역, '[안티오이디푸스] 영역판 서문', [탈주의 공간을 위하여](서울:도서출판 푸른숲, 1997), pp.35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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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이 지나면서...

2010/11/18 01:41

진실화해위원회를 떠나서 자유인이 된지 석달이 넘어간다

이제 겨울 초입이다 춥다

지난 석달을 지내면서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돌이켜본다.

 

[마음공부]

- 8.20~31 : 제따와나 호흡명상

- 이남곡 선생님과 대화

- BTN불TV 동영상 강의,  [근본불교의 가르침] 1~8강, 아상가 교수

- [금강경]

- 파욱 또야 사야도, 일묵스님 옮김, 2010, [열반에 이르는 길-사마타 위빠사나], 이솔출판

- 우 레아따, 레이 옮김, 2008, [깨어나라, 오 세상이여!], 명상선원 오솔길

- 팃낫한, 이도흠 옮김, 2009, [엄마], 도서출판 아름다운 인연

- 용수 지음, 정화 풀어씀, 2007, [중론中論], 도서출판 법공양 ; 읽다가 포기, 다시 시도

- 대림스님 각묵스님 공동번역, 2008, [아비담마 길라잡이 상/하], 초기불교연구원 ; 조금 읽다가 포기, 다시 시도

 

[생활]

- 전북 장수 논실마을학교와 멍덕골

- 서울, 전주, 해남

- 가끔 낮과 밤이 바뀜

- 등산 : 전주 모악산, 집근처 야산

 

[소설]

- 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옮김, 2009, [1Q84] 1/2/3권, 문학동네

- 박경리, 2002, [토지] 1권, 나남 : 읽다가 포기

- 김 훈, 2005,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푸른숲

- 김 훈, 2007, [칼의 노래], 생각의 나무

- 김 훈, 2007, [현의 노래], 생각의 나무 ; 읽고 있음

- 김 훈, 2009, [남한산성], 도서출판 학고재 ; 현의 노래 읽고 바로 읽을 예정, 책 확보

 

[영화]

-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 2010

- [해결사], 권혁재 감독,  2010

- [시], 이창동 감독, 2010

- [시라노; 연애조작단], 김현석 감독, 2010

- [레지던트 이블4 : 끝나지 않은 전쟁 3D], 폴 W.S. 앤더슨 감독, 2010

-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감독, 2010

- [비밀애], 류훈/권지연 김독, 2009

- [안티크리스트], 라스 폰 트리에 감독, 2009

- [천국의전쟁],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 2004

- [로망스],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 1999

- [룸 인 로마], 홀리오 메뎀 감독, 2010

- [레이디 채털리], 파스칼 페랑 감독, 2006 

 

[기타]

- 우석훈 블러그, 박노자 블러그,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딴지일보, 나라일터, 다음 아고라 매일 눈팅, 대법원홈피는 가끔, 페이스북 가끔...

- 술 : 서울은 돈암역 근처 단골 횟집과 막걸리 집, 전주는 오원집과 진미집, 집앞 포장마차, 모악산 근처 소고기집...

- 광주 노래방

- 담배는 꾸준히 레종 블랙

- TV 본 지 오래 됐고.

 

[며칠전에 울고...]

희귀질환 난치병으로 십수년을 고생했던 치옥이 형이 올해 음력 1월에 다른 세상으로 '가부렀다'고 뒤늦게 소식들음, 11월 치옥이 형 엄마 보고, 치옥이 형 보러 망월동 납골당 찾아가서 사진 보고 울었다. 사람은 보고 싶을때 봐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4. 7. 16. 광주 매곡동 서치옥)

 

형, 내가 서울 간 뒤로 한번 보러 간다는 것이... 이제는 사진으로 다시 보네

아직 형이 나한테 보낸 메일은 그대로 있는데 말이지

미안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어

형보러 망월동 가닌까 젊었을 때 아프기 전 사진이 있더라. 멋있더라

흰국화 한송이 놓고 왔어

미안해. 오래 있으면 한없이 울 것 같아서 조금 있다가 왔어

내가 겪었던 서울생활 스토리를 엄청나게 말하고 싶은데... 이제 사심없이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서울 가기 전에 한 명이 가고, 서울 갔다오니 한 명이 가버렸다)

형, 거기서는 건강한 생을 보내. 내가 기도할께.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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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찾아 떠난다

2010/08/03 11:42

8월이 시작되고 자연인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대학원을 나와서

광주에서 남원으로 장수로 전주로 그리고 서울로 그렇게 일을 한 것 같다

 

돌아갈려고 하니

이미 사라진 사람만 생각난다

 

2010. 8. 2. 월요일 오후 6시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래도 다시 그 기억을 찾아 떠난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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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2010/06/26 01:19

나는 남녀간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終局에는 너무 세속적이다.

 

가장 숭고한 사랑은 神에 대한 사랑이다.

 

어쩌면 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에 대해 비극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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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2010/05/31 23:34

자기 내면의 두려움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진짜 일을 할 수 있다.

 

2010. 5. 31.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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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거라

2010/05/25 09:26

2010. 5. 23. 봉은사 법회에서 도올 김용옥은

'동서남북 회통의 깨달음 -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거라'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다

난 동영상으로 보았다

 

도올 김용옥은,

99마리 양떼무리에서 홀로 떠나는 한마리 양의 기쁨(도마복음)을 설명하면서 

예수님의 가름침대로 사는 삶은 '떠나는 자, 방랑하는 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는(숫파니파타)'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며

무리에 휩쓸려 살다보면 '타락한 인간'만 남게 된다고 경고한다

또한 인간이 백년을 사는 것보다 하루라도 깨인 날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옥의 강의를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말빨이 서는 사람이고 알아먹게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이다.

 

대학교수, 박사, 전문가들, 그들에게 김용옥처럼 '시정잡배와 같이 거침없는 목소리로 지성을 노래하라'고 말하고 싶다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약삭빠르게 엎드려서 눈치만 볼 줄하는 거짓 지식인들에게 말이다

고귀한 언어로 온 몸을 장식하여 몸짓과 말이 어색하고 둔해져 버린 지식인들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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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복잡하지 않다

2010/05/09 21:30

이갑용, 2010, [길은 복잡하지 않다], 철수와영희. 

일독을 권한다

노동운동의 허물과 거짓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헷갈리는 현장과 자본가들의 세련된 탄압에 대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계급적 자각'과 함께 노동자 계급의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자신의 삶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최근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김예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에 이어, 이갑용의 [길은 복잡하지 않다]라는 책을 읽었다

모두 읽고 보니 같은 점이 있었다

이 책들의 글쓴이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고백하고 있다

조직 내의 '의리'를 이유로 숨겨진 사실, 말하기 힘든 분위기 깨는 사실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 그런 거지 머~'라는 일상적 대답에 철퇴를 가하고 있다

 

김예슬은 대학의 가치가 헛 것임을 깨달고 인간과 나눔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김용철은 삼성재벌의 엄청난 불법과 타락을 고발하고 시민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깊히 있게 말하고 있다

이갑용은  노동운동의 깊은 파도와 거친 싸움, 그리고 내부의 어처구니 없는 노동운동가들의 이중성을 고백하고 '지난 10년 동안 퇴화된 싸움의 근육'에 새로운 피가 흐르기를 갈망하고 있다

  

김예슬의 대학거부 선언에 교수와 지식인들이 꼼짝 못하고 뻘쭘해 있고

김용철의 삼성범죄 고백에 삼성과 권력이 무시하고 있고

이갑용의 민주노총의 허물과 노조관료들의 이중성에 대한 발언에 가짜 활동가들이 침묵하고 있다

사실 뻘줌하고 무시하고 침묵하는 자들은 엄청 쫄아있을 것이다

음지와 어둠을 좋아하는 자들의 신체적 특징이다.

햇볕을 증오하는 뱀파이어 같은 자들. 사회적 흡혈귀들.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핑게나 다름 없는 자서전 말고,

자신의 기득권을 생각치 않고 삶의 중심을 관통하는 이런 진지한 고백과 성찰이 절실하다

먼저 고백한 김예슬, 김용철, 이갑용에게 깊은 인간적 연대와 배움을 얻는다

나같이 경험이 미천하고 삶이 흐트러진 사람에게는 이들 모두가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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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위원회] 이거 하믄 뭐한다우?

2010/04/21 10:38

이직보원(以直報怨) : 원한을 바름으로 갚는다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이거 하면 할수록 참 어렵다. 벌써 이 일을 시작한지 4년이 되어가면서 노하우가 쌓이고 요령이 생길 법도 하지만, 매번 현장에서 부딪칠 때마다 쉬운 것이 없다. 특히 시골마을 어르신들이 가지는 우리 위원회에 대한 궁금함을 질문할 때, 답하기가 참으로 곤혹스럽다.
 

그 중 가장 답하기 힘든 물음은 "(전라도 할머니) 이거 하믄 뭐한다우?"이다. 이 물음은 그분들의 삶의 오랜 경험에서, 또는 국가에 대한 불신과 짜증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던지는 가벼운 말일수도 있지만, 국가의 법을 지켜 일을 하는 조사관 입장에서는 함부로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늦게나마 한국전쟁 전후 시기 발생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그 동안 그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던 우리 역사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일은 전쟁의 폐허와 깊은 상처를 딛고 국가와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재건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야기되고 정리되었어야 할 문제이다. 특히 전쟁 중에 발생한 ‘민간인 학살’에 관한 문제는 인류의 전쟁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 경험과 기억이 생생히 보존되고 있을 때 해결해야 정상적인 일이 된다. 60년이 지나 ‘사건을 해결’한다는 발상은 어떻게 보면 우리 역사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된다.

 

근대 이후 우리 역사는 몇가지 사실이 중층으로 복합되어 있다. 일제 강점하의 친일과 독립운동으로 구분할 수 있는 사실이 있고, 외세에 의한 해방과 분단, 그리고 그 이후 남북과 좌우의 대립을 통한 상반된 국가 건설 프로그램의 진행이라는 사실이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남과 북에서 ‘왜곡’된 형태로 결합되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사실들은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을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다. 그래서 어렵다.

 

이 문제를 어떤 사람들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며 (가해자에 대해) 구체적 처벌이나 불이익을 주지 못하는 것을 원통해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다 지나간 일을 지금 들추어 그 동안 근대화의 과업들을 성취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매도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비판하고 반대한다. 그래서 어렵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물질적 수준이나 민주주의 수준 그리고 국민 의식의 성숙이라는 점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생각해보면, 좌우 대립의 피비린내 위에서 쌓아올린 이 성숙함 위에서 혹시라도 과거의 ‘왜곡’이 있으면 그것을 푸는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치적 견해와 사상을 달리 한다는 이유로 암살과 불법적인 폭력, 학살, 고문이 일상화된 시대를 돌이켜 볼 때, 지금의 사회적 갈등과 충돌은 그 피비린내 나는 시절과 비교해서 꽤 성숙(?)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제공되는 보수와 진보라는 말의 사용이 왜곡되게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방이후 진행된 불법적인 폭력과 학살을 제대로 밝혀 국가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오히려 ‘보수’에 가깝고, 인류적 삶에 주목하면서 과거에 붙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는데, 일부 언론매체와 어르신들이 잘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 "이거 하믄 뭐한다우"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원한을 덕으로써 갚는다면 어떠합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면 은혜에 대하여는 무엇으로 갚을 것인가?’ 되물으면서 ‘원한은 곧음으로 갚고, 덕은 덕으로 갚아야 한다’고 대답한다. (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지금 우리에게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以德報怨)’는 명제는 사실 아직 요원한 이상세계이다. 우리 모두의 실력이 그렇다. 그렇다고, 대립과 원한을 확대하고 반복하는 ‘원한을 원한으로 갚는다(以怨報怨)’는 발상은 우리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원한을 바름으로 갚는다(以直報怨)’는 생각이 알맞은 것 같다.

 

공자의 지혜를 빌려 할머니의 물음에 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올곧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통합과 일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올바름(直)이 원(怨)을 해결하는 지혜를 얻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런데, 공자의 지혜를 할머니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그래서 참 어렵다.

 

- 2010.4.21. 새벽. (위원회 소식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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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용서

2010/02/19 03:15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고백하고 깊은 용서를 구합니다

 

나로 인해 치명적 상처를 입었고, 속상하고 화가 났으며, 엄청난 짜증이 밀려왔다면,

진심으로 깊은 용서를 구합니다.

나의 천박한 마음과 조급한 행동 탓입니다.

 

2010. 2. 19. 완도. 새벽 3시.

['마음을 항상 열겠다' 그래서 어떠한 것에도 화내거나 욕심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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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삭감을 반대합니다

2010/02/02 00:10

임금삭감을 반대합니다

 

1. 전문위원 2010년 1월 임금이 삭감되었습니다. 전문위원이라는 직급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위원회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입니다.

 

2. 전문위원의 2010년 1월 보수명세서는 1월 19일자 메일로 통보되었는데, 작년과 동일하였습니다. 1월 25일 통장으로 입금된 임금은 5만원이 삭감되어 지급되었습니다. 변경된 임금에 대한 보수명세서는 1월 29일자로 재통보 되었습니다.

 

3. 그 내역을 살펴보니 조사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수당이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 것입니다. 전문위원은 시간외수당과 함께 조사활동비가 유일한 수당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문위원 조사수당 5만원을 깍아 과/팀장의 조사활동비를 인상한 것입니다. 하위직의 수당을 깍아 간부들의 수당을 늘린 격입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4. 먼저, 하위직급으로 분류되는 전문위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회사와 근로자간 사전 동의 없는 일방적인 임금삭감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노동자에게는 권리의 문제이며, 관리자에게는 상식의 문제입니다.

 

5.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하후상박(下厚上薄)이라고 했습니다. '아래쪽은 두루 베풀더라도 위쪽 정신만은 제대로 수습하며 살아야 사람이다'라는 말입니다. 지도자나 간부의 기본 덕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면서 직접 '특히 하위직의 고충을 위로'하였습니다. 간부들의 수당을 덜어 그야말로 사무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무원의 임금을 인상할 일입니다.

 

6. 위원장은 2010년 신년사에서 올해 위원회를 마무리해야 하는 위원장으로서의 고뇌와 함께 조사관들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직원 여러분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고 약속하였습니다. 2010년 첫달 봉급을 받은 전문위원은 비참할 뿐입니다. 우리는 직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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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박헌영]조선의 혁명가

2010/01/18 11:20

재작년 [이현상 평전]에 이어 올해 [박헌영 평전]을 읽었다

 

이현상은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풍찬노숙을 하면서도 동지에 대한 사랑과 자애를 잃지 않았던 혁명가이고, 박헌영은 운동과 조직이 얽히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원칙을 깊히 생각하고 실천한 혁명가이다.

 

특히,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혁명가들을 안재성은 꼼꼼한 자료와 구술로 잘 정리하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미군정기, 남북한의 정부수립, 10월사건,  27사건, 43사건, 여순사건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조선 공산주의 혁명가들의 실천과 생각과 고뇌를 읽을 수 있고, 중앙과 지역(지부), 정파와 (통일)전선, 이론과 실천, (운동가들의) 관계에 대해서 읽을 수 있다.

 

안재성, 2007, [이현상 평전], 실천문학사(실천문학 역사 인물 찾기 22)

안재성, 2009, [박헌영 평전], 실천문학사(실천문학 역사 인물 찾기 27)

 

p.s. [박헌영 평전] 주말 동안 단숨에 읽었다. 태준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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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시작하면서

2010/01/04 21:44

마음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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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보내면서

2009/12/31 00:05

2009년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정말 빨리 지났으면 하는 한해였습니다.

그런데 2009년이 끝났습니다.

 

욕망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살아가는 삶의 가치에 대해서 깊히 되새겨봅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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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동지들에게

2009/09/04 23:11

사랑하는 동지들에게

 

이제 나는 동지라는 말이 어색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동료하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동지라 함은 뜻을 나누는 것이고

뜻을 나누는 것은 생각을 나누는 것이고

생각을 나누는 것은 마음을 내어놓은 것이고

마음을 내어놓은 것은 몸을 벼리는 것이며

몸을 벼리는 것은 나의 존재조건을 내어놓는 것인데

나는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동지라는 말이 어색합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다시 새길을 찾을까 합니다

다시 반성하면서 그렇게 할까 합니다

이제 내 나이 38인데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잖아요

 

이제까지 나를 사랑해주고 동지라고 불러주었던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나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받고 서운하고 울분이 터졌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내 덕이 부족하고 내 성깔이 그러했으며 그걸 이기지 못해서 그랬습니다

내가 지닌 욕망, 프레임 그리고 습을 깨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단절합니다.

그래서 동지들에게 깊은 감사함으로 마무리합니다

 

사랑하는 동지들이여

그대들을 사랑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고백을 끝으로 나는 미련을 두지 않겠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길을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햐

 

만복이 합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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祈禱

2009/08/14 19:25

중재야

잘 가라

이 세상의 것들을 훌훌 털고 편안하게 가라

당신의 평온한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내일 화장을 하여 주암호에 뿌린 다는 소식을 듣고

2009. 8. 14. 저녁 서울 충무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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