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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K님께.

 

얼핏 기억하기로 제법 오래 전 언젠가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은 별개의 존재이며, 연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쯤 되는 논지의 이야기를 한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와 인식이 다르신 부분이 있어 포스팅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게 말씀하신 적이 있고, 또 저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길 했는데 어쩌다보니 (바빠서?) 포스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티타임 가지면서 대충 이야기가 오가긴 했습니다만 포스팅 남겨볼까 합니다. 

 

아무튼 시작하자면,

 

조선왕조 혹은 그 이전 시기에 있었던 단체(Group, 국가라든지 나라라는 말이 혼선을 가져올 우려가 있어서 흔히 쓰는 그룹의 한글 표현을 쓰겠습니다.)가 지금의 국가(즉 대한민국?)와 연속성상에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일반적으로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은 동일한 민족이라는 인식(민족주의)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 중에 특히 단일민족 신화입니다. 허나 우생학적으로 순혈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이미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입증된 것이니만큼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서적으로 「우리 안의 그들 역사의 이방인들」(이희근, 너머북스, 2008. 12.)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일민족 신화의 허구성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민족’을 언급하면서 혈통주의에 입각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재 이 나라에서 쓰이는 것이 보통 언급하는 “같은 말, 같은 풍습, 같은 문화 등을 공유하는 집단” (아시다시피 민족주의 등에는 이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을 민족(Ethnic)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Nation과 Ethnic은 상당히 유사한 개념이긴 하지만, 여하튼 한국적 용법(이라고 방금 그냥 제가 조어를 만들었습니다) 위와 같이 구분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같은 말, 같은 풍습,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을 민족이라고 정의할 경우는 헤르더가 언급한 “사회공동체를 문화공동체로 받아들인 것”인데, 멤버쉽을 획득하는 과정이 사회구조와 관련 되어 있다는 것만 봐도, 민족은 일종의 정치적 공동체이며, 민족주의는 정치적 견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족은 실체가 아니라, (베네딕트 앤더슨의 표현대로) 머릿 속에서 추상화 된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 is to say imagined by the people who perceive themselves as part of that group.)라는 학설은 설득력을 가진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정리하면,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이 동질성을 획득하기 위해 존재해야하는 매개체인 <민족>이라는 개념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개념이며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의 공간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이 경우, 과거 어느 시점인 A에서 발생한 조선왕조의 사건과, 대한민국은 2011년 1월 4일 현재인 B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있고, 공간적으로 완벽히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행위자도 다르고, 인식을 공유하지도 못합니다.

 

다시 말해서 A와 B 시점에서 각각의 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각각 유의미하기 때문에 “역사적인 것”으로 인식된다고 하더라도 개별 사건은 연관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또한 본질적으로 A 시점의 조선왕조와 B 시점의 대한민국이 공간상 완벽하게 겹친다고 해도 이 또한 우연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연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근대민족국가(Nation state)는 <민족-국가-자본>의 삼위일체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 근저에 구성원들이 국가를 인식하기 위한 기제인 실체이자 기념물로 국토(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국토는 실체이지만, 동시에 A에서 A' 이라는 임의의 테두리를 그어놓고 개념화(추상화)한 허구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민국가, 민족, 영토주의는 함께 갑니다.)

 

민족주의는 근대의 기획이며, 서구에서 수입된 개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으로,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이라는 개별적인 단체가 ‘민족’이라는 형태의 동질성을 획득하지 않으며, 지정학(Geopolitic)적 공간의 일치가 연속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을 놓고 <우리>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연속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대한민국은 우리? 냐라고 여쭤보신다면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요.)

 

혹시 제가 서술 중에 괄호 안에 용어나 개념 등을 가두어놓고 미쳐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차후에 댓글, 의견 등을 남겨주시면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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