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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만들기

에밀리오님의 [왜 절차가 안 중요한거야?!] 에 관련된 글.

 

내가 속해 있는 진보신당 S당협(이하 당협)에서 어떤 논란이 불붙었다.

 

관내 A대학 학생당원들이 이른 바 '진보신당 A대학교 학생위원회'를 만들기로 선포한 까닭이다. 개인적인 의견은 둘째 문제고 열심히 하겠다는데 말릴리가 있나. 다만, 문제는 게시물이었다.

 

버젓히 '진보신당 A대학교 학생위원회 건설현황' 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에서도 여전히 'A대학교 학생위원회' 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했다.

 

물론 이에 대해 "당의 공식적인 집행기구인 부문위원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인준받지 않고 저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준비중임을 나타내는 명칭이 있어야 적합할 것으로 생각한다" 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와 함께, 1) 상급단위인 중앙당과 K도당에 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라는 명칭의 부문위원회가 없거나 준비모임인데 세포조직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2) 위 건설현황 게시물 내용이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위원회 건설부터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고민이 선행되고 나서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맞지 않을지 고민을 제출한 바 있다.)

 

그리고 곧 돌아온 반응이 좀 당황스러운게 학생위원회라는 명칭에 준비중임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실수"이지만, 다른 학교 사람인 당신들이 간섭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저와 제 친동생이 번갈아가며 전화나 문자를 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변이 왔다.

 

문제제기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아서 다시 글을 남겼다.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한다고 글을 쓰고, 글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믿어서 조금 더 풀어서썼다.

 

"A대학 구성원들이 학생자치기구를 만드시건, 뭘 하시건 제가 간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부문위원회는 당의 공식적인 집행기구이기 때문에 A대학 학생당원들이 A대학 내에서 학생위원회를 만들려고 한다면 평당원으로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번엔 '진보신당 A대학교 학생위원회(준)' 명의의 공식적인 글이 올라왔다.

 

"인준 절차가 남았지만 운영위원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라고 하며, "문제는 이러한 명칭의 사용이 아니라 학생위원회라는 걸 만드려고 한 것이 문제가 아니냐?" 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 그리고 "운영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들이 논의할 부분이지 당신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간섭"이라고 말했다.

 

또한 "A대학교 학생위원회(준)은 당규상 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자격요건인 5인을 갖췄으며 당신의 주장은 우리 구성원들의 역량을 무시한 것이며, 전화 받을 때 까지 무한전화를 돌려서 기관단총마냥 위원회라는 명칭 쓰면 안 된다고 당신의 주장을 강압한 것에 구성원 전원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표현하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그래서 부문위원회가 당의 공식적인 집행기구이므로 간섭이라고 볼 수 없고, 학생위원회를 하라 말라 논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것을 근거로 사과를 거부하는 글을 게시했다.

 

다만 문자 메세지 1회, 전화 2회를 했는데 이것을 무한전화라고 표현하시고, 제 기억에는 기분 좋게 통화하고 끊었는데 기분이 나쁘셨다고 하니 불쾌하게 느끼신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위 게시물은 공격하기 위해서도, 학생위원회 설치를 막으려고 쓴 것도 아니었다. 그런 주장을 한 적도 없을 뿐더러 내 입장에서는 평당원으로서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강압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문제제기에 대해서 지지하는 당원들도 있었고, 나에게 (그리고 내 친동생에게) 과도하고 오바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리고 급기야 모 당원은 내게 "A 대학 아이들에게 폭력이다" 라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다.

 

물론 해당하는 모 당원은 내게 게시물로 나와 동생의 문제제기가 과도하다고 글을 남겼고 (이 시점까지 거기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들은 바 없으므로...), 아무튼 이것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던 20대 당원모임* 송년회 준비에 대해서 "지금 20대 당원모임을 하면, A 대학 애들이 오겠냐? 너희가 지금 20대 당원모임 준비하는 것은 폭력이다" 라는 말과 "지금 상황파악이 안 되는 것 아니냐?" 라는 말을 들었다.

 

기분 좋을리도 없을 뿐더러, 20대 당원모임은 예전부터 내가 연락을 담당하고 있었고, 당 내 소모임인데 이런 식으로 모임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애당초 A 대학교 학생위원회(준)과도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다.

 

여하튼 지난 주 금요일, A대학교 학생위원회(준) 구성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내 딴에는 내 주장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주장을 요약하여 발제자료를 가지고 갔다. 대화하면 통하리라 생각했고, 문제제기에 대해서 납득할 것은 납득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해명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모 당원 말씀대로 내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대화는 뭐 엉망이 되었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나는 문제제기에 대해서 저렇게 과도하게 받아들이는가? 라고 한참을 고민했다. 지난 주 금요일 모 당원과 통화 후 내 행위가 A대학교 학생위원회(준) 구성원들에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내 맘 속에서는 나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언행이나, 게시물의 어떤 부분이 그들에게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과,

 

내 문제제기는 정당하며 진보와 정당에 대해 다양한 눈높이와 이해정도가 있기 때문에 이 것은 합의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도의 합의를 만들어서 이러한 갈등과 이해도를 조절해야하는데 이것이 '절차'이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상충되는 고민으로 지난 주 금요일 오후부터 어제 점심 직전까지, 나는 생지옥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 지금은 지워서(사실은 포스팅을 삭제하지 않고, 비공개로 한 상태다) 보이지 않지만 당시 네이버 검색창에 '진보신당'을 검색하면  세번째로 A대학교 학생위원회(준) 구성원 중의 한 명이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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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위원회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 라는 언술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의하시리라고 봅니다." 라는 내 글에 대해서 (점잖게 표현해서...) 그러니까 싸우자는 것 아니냐? 점잖은 척 하지 말고 전화해라, 달려가서 싸우자. 3:2니까 승산도 있고, 그 중에 한 명은 검도도 했다... 라는 표현을 했다.

 

그리고 현피를 하겠다고 말했다.

 

현실 + Player Kill (피케이) 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 "현피", 물리적 린치를 포함하여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미도 담고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이 게시물을 올리신 분은 사과글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 포스팅을 삭제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므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느낀다고 하더라도 대면해서 풀 문제라고 본다.)

 

다만, 이 글 덕에 나는 생지옥에서 탈출 할 수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대화가 안 되는 건가? 라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이 분들은 대화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왜 언급한 적도 없는 "학생위원회 건설을 왜 반대하는가?" 라는 문제와 "공손히 연락하면 벤치마킹해줄테니 쓸데없는 간섭하지마" 라는 글.

 

구성원 중 한 명이 쓴 것이지만, 명백히 그 조직 전체의 입장이리라. 내가 제기한 문제제기는 '열폭'(열등감 폭발)으로 받아들였고, 치떨리는 분노를 안고 있다고 했다.

 

생지옥 속을 거닐면서 고민했었다. A대학교 학생위원회(준) 구성원들이 느꼈다고 하는 "운동권 선배가 강압하는 것으로 보였다" 라는 폭력적인 상황이 만약 그들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제기한 문제였다면? 그리고 가족이 세트로 달려드는 걸 보고 위압감을 느꼈다는데 가족이 아닌 개별존재인 복수의 당원이 문제제기를 했다면? 과연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내 스스로 끊임없이 했었다.

 

대답은 아니라고 결론이 났다. 처음부터 대화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진보정당에 몸담고, 진보정당 하겠다는 사람이. 나와 다르다고 느끼거나 나와 다르다는 확실한 현실인식 때문에 상대에게 물리적 린치를 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술먹고 썼던 글이라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로 정리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어느 당원의 말처럼 "당 게시판에 올린 것도 아니고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인데.." 라고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고민이다.

 

왜 내가 하지도 않았던 주장을 가지고 대답을 하는 걸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 혹은 머릿 속에 임의로 그려진 나를 만들어놓고 이래저래 살을 붙인다. 그래서 머릿 속에서 부풀려진 나를 현실에 나와 맞바꿔치기 한다. 그렇게 그들의 머릿 속에서 괴물이 된 나를 놔두고 공격하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딱 이거다.

 

게다가. 무엇보다 화가나고, 답답한 건.

 

내 평당원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제기는 어느 덧 사라지고, 모두에게 이 문제가 감정싸움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리키던 달은 사라지고 손가락만 남았다.

 

덧) 그건 그렇고, 적의는 알겠는데. 왜 내가 학생위원회를 못 만드게 하려고 혹은 딴지 (태클?)을 걸려고 게시물을 썼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들 이외에도 누군가는 그리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는 아니라고 받아들이므로 난감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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