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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의 퇴임과 독일 전통보수진영의 행보 1

2012.2.17 독일 연방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의 전격 사임에 관한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건경위를 요약하자면 보수진영의 언론이 앞장서서 지난 두달 동안 크리스티안 불프를 상대로 니더작센주 총리라는 권력을 남용해  자기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받았다는 것만 포착되었지 주었다는 반대급부의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반대급부제공 정황을 포착한 하노버 검찰청이 연방하원에 면책특권 철회를 요청함으로써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퇴임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 언론공세, 자기 이익을 챙기는 사회적 풍토, 정치계의 신뢰하락 등이 여론화되었지만 여기선 좀 다른 시각에서 이 사건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사건의 중심에는 자기정체성 위기에 빠진 독일의 [자유, 카톨릭 사회윤리에 기초한 사회시장경제,  그리고 가치보수주의로 요약되는] 전통보수진영(Bürgertum)이  지금까지 행사해온 정치적 헤게모니를 사수하려는 허우적거림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왜  깡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언론이 보수진영이 뽑은 대통령을 이토록 못살게 굴었을까?

전통보수진영이 자기 정체성 위기를 느낄만도 하다.  녹색당의 „다문화사회“정책을 방불케하는 „다채로운 사회“, „이슬람도 독일에 속한다“ 등 크리스티안 불프의 독일 전통보수진영이 주창하는 주도문화(Leitkultur)이데올로기에 정면 대립하는 발언, 에너지정책 전환 등 앙겔라 메르켈의 ‚기민당의 사민당/녹색당화’ 등 독일 전통보수진영의 불만은 팽배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위기의식은 지속되는 금융위기에 그 원인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도래 이후 신자유주의의 허구적 이상에서 점진적으로 깨어나고 있는 전통보수진영은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첨예한 비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비판의 전개 과정을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크리스티안 불프의 퇴임은 우선 흑황 연정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독일 대통령은 별 볼일 없는 직위지만,  (좌우)정권교체 전야에 항상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진영이 먼저 자기쪽 대통령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독일 정치세력의 현황을 읽게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 기민당/사민당의 합의하 차기 대통령이 추대될 것인바 순수 신자유주의를 주창해온 흑황연정의 쥬니어 파트너 자유민주당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안 그래도 자유민주당은 금융위기도래로 지지율이 2%선까지 하락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아직 5%를 밑도는 수준이라 차기선거에서의 의회진출이 희박해진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직접 칼 맞은 사람은 크리스티안 불프이지만 사실은 신자유주의가 만든 사민당 소속 전총리 슈뢰더류 정경유착의 정치인 타입이고,  또 그 칼은 메르켈을 겨냥하고 있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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