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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번역: 흑대황 - 적대적 계급대립과 홍콩의 우산운동 - 7

태풍

 

첨사저(尖沙咀/침사추이)는 현재 점거된 상태지만 우익이 강세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바리케이드는 쇼핑몰 밖에 세워졌고,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우산 아래 웅크려 앉아 운동의 미래를 토론하고 있다. 어렴풋한 유람선의 형체가 이들을 뒤덮고 있다. 우파는 유람선이 단지 중국본토 자본가들로만 꽉 차 있다는 허구적인 주장을 일삼는데 좌파는 말할 능력을 상실한 듯 말이 없다. 광둥어로 사랑노래를 부르는 소녀와 어설픈 기타반주를 했던 남자친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어쩜 어딘가에서 관광 안내용 간이시설과 교통 표지판으로 바리케이드를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노래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그저 사라진 것 만은 아니다. 소녀의 노래는 이제 변형되어 도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의 형체가 되어 빈 버스들과 비에 젖은 정부 청사들을 도배하고 있다.  

 


태풍이 왔다. 물결이 격렬하게 출렁거린다. 저 물결에 유람선이 이제 얼마나 더 오랫동안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above the city) 꿈쩍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중국본토와 그 외 지역에서 온 유람선의 부유한 단골손님들은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아마 경찰의 저지선과 배의 흰 벽 뒤에서 조용히 안식하고 있을 것이다. 부두가 점거된다면 항구가 다음 차례가 될까? 예의라는 홍콩의 비참한 노예근성, 우산운동의 근시안적 요구, 그리고 씁쓸한 포퓰리즘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우산운동 이후의 홍콩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현재의 상황을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이 사실이야말로 운동이 비록 패배로 끝날지라도 거기에 잠재력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태풍은 속성상 혼돈의 존재다. 이 섬에 물이 범람하면 상황은 이전보다 더 악화된 거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혼란에는 또한 일정한 약속이 있다. 현 상태의 파괴는 온통 파멸만이 존재하는 [지평선 위에 한 가닥의 가능성의 불빛을 켤 것이다.] 지평선에 한 가닥의 가능성이란 칼집을 낼 것이다. 여기에 [꽉 막힌 공간의 탈출구처럼] 트임이 있다. 어쩜 사람들은 [폭]우에도 불구하고 항해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우기가 수년 간 계속될지라도 사람들에겐 우산이 있다.

 

- 한 미국극단주의자와 몇몇 익명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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