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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현상학 서설 §18

 

(§18)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은][1] 참으로 주체가 되는 존재, 달리 표현하면 참으로 실재적인[2] 존재가 되는 것은 생동하는 실체라는 것이다. 실체가 생동한다는 것은, [그리고 실체가 이렇게 생동함으로써 참으로 주체가 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단지 다음과 같은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데, 이것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정립하는[3] 운동, 달리 표현하면 자신이 알아볼 수 없는 타자가 되는 가운데 이런 자신을 자기의 본래 모습과[4] [다시] 매개하는[5] 운동을 하는 실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체로서의 실체는 [이렇게] 순수하고 단순한 [자기] 부정성으로[6] 존재하고[7]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단일한 것이 둘로 쪼개지는[8] [양상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단일한 것이 이렇게 둘로 쪼개지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9] 양자로 쪼개지는 프로세스는 아무런 관계 없이 서로 외면하고[10] 이런 식으로 그저 차이와 대립을 빗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런 대립을 다시 부정하는 이중화된 프로세스다[11]. 애당초의 통일, 달리 표현하면 직접적인 통일이 아니라, 위와 같이 자신을 회복하는 동일성, 달리 표현하면 [자기와 타자로 쪼개진 가운데] 타자의 반성이 곧 자기의 반성이 되는 이러한 동일성이 진리가 된다. 진리란 이런 것으로서 [실체가 주체가 되는 운동을 통해서] 자신의 완성된 모습을 갖춰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진리는 마치 원과 같은 것으로서, 원이 그 끝과 시초를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완성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것과 비교할 수가 있다. 원의 시점은 한낱 한 점에 불과한 것으로서 원이 되려면 그 끝을 목적으로 전제하고 바로 그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자신을 전개해 그려나가고 목적에[12] 종착할 때라야 비로소 실재하는[13] 것이 되는 것이다.



[1] 원문

[2] 원문

[3] 원문 . 은 독일관념론과 독일낭만주의가 사용한 핵심적인 개념인데, 헤겔은 여기서 이 개념을 더 설명하지 않는다. 어떻게 사용하는가 기다려 보자.

[4] 원문

[5] 원문 . 설명이 필요한 개념인데, 우선 <매개>라고 하고 헤겔이 나중에 어떻게 설명하는가 보자.

[6] 원문 tät>

[7] 원문 . 여기서 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다.

[8] 원문

[9] 정신현상학에 라는 식의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앞에 보통 콤마가 온다. 드물게 세미콜론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그렇다. 콤마대신 세밀콜론을 쓴 이유는 실체가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단순한 부정>을 통한 이중화라는 첫 단계가 일단 끝난다는 것을 암시하지 않나 싶다. 실체가 주체가 되려면 이 일차적인 부정을 넘어서야 하는데, 이것의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어디서 오는지/어떻게 발동하는지 헤겔은 설명하지 않는다. 이 일차적인 단순한 부정은 제킬이 하이드를 자기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자기와 자기의 부정된 모습인 타자와의 관계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저 차이와, 그리고 이런 차이로서의 대립을 빗는 관계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첫번째 실체가 두개의 실체가 되었을 뿐 주체로서 갖춰야 할 자기 자신을 정립하는 운동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주체로 나아가지 못한 상태에 머물어 있다. 실체가 이 상태를 뛰어넘어 주체가 되려면 타자를 자신의 외화로 알아봐야 하는데, 이런 <반성>의 운동을 실체가 어떻게 하는 것인지 헤겔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헤겔의 주장은 물론 [본디 주체인] 실체가 스스로 하는 운동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주인이 때리는 매가 없어도 될까? 주인이 때리는 매를 맞지 않고도 진정한 주체가 될 수가 있을까? 이 질문은 <정신현상학>이 없는 <논리학>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되는데, 역자는 불가능하다는 생각한다. 정신현상학에서 구체적인 경험을 하는 의식을 사상한 논리학이 어떻게 그 경험과 그 경험의 논리를 전개하겠다고 하는지 궁금하다. 이것은 단지 헤겔 철학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놓고 당파성을 견지하면서 <정신현상학>을 특정한 경향에서 뺏어오기 위해서 싸우는 문제다.

[10] 원문 ültig>

[11] 원문 부정과 부정을 다시 부정하는 이중화

[12] 원문 .

[13]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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