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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니체

번역물. – 한 시대에 깔려있는 역사 감각의 정도는 그 시대가 어떻게 번역 작업을 하고 지나간 시대와 저서들을 자기것으로 만드려고 시도하는지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꼬르네이유부터 시작해서 혁명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로마 고전을 – 우리들은 이제 향상된 역사 감각 때문에 더 이상 엄두도 못낼 – 방법으로 취했다. 그리고 고대 로마 그들은 어떠했던가. 얼마나 폭력적이면서 동시에 천진난만하게 고대 그리스의 모든 우수한 것과 고귀한 것에 손찌검을 했던가! 고대 그리스를 로마의 현재로 번역한 것은 어떠했던가!  의도적으로 그리고 거침없이 나비 날개짓에 일어나는 한순간의 꽃가루를 뭉개버린 것은 어떠했던가!  그런 식으로 호라티우스가 여기 저기서 알카이오스를 혹은 아르키로호스를, 그런 식으로 프로페르티우스가 칼리마호스와 필레아타스(우리에게 평이 허용된다면, 테오크리트와 같은 등급인 시인)을 번역했다. 본래 창조자가 이것저것을 체험하고 그 표징을 자신의 시에 쏟아부었다는 것에 그들은 아랑곳했던가?  – 시인이었지만 그들은 역사 감각에 앞서가는 고서점 주인의 옛것을 찾아내려는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인이었지만 그들은 이런 온통 개인 특유의 사물과 이름, 그리고 한 도시의, 한 해변의, 한 세기의 고유한 차림새와 인상을 가볍게 생각하고, 서슴없이 현재적인 것과 로마적인 것으로 대체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옛것을 우리에게 맞춰 새롭게 만들어 우리가 그 안에 편안하면 안되나? 우리가 우리의 혼을 이런 죽은 몸에 불어넣어서는 안되나? 어쨌거나 죽은 것은 확실하고 죽은 것은 다 혐오스러운 것이 아닌가?“ – 그들은 역사 감각이 주는 맛과 즐거움이 뭔지 몰랐다. 지나간 것과 낯설은 것은 그들에게 단지 당황스러운 것이었고, 로마인인 그들에게 로마식 정복을 자극할 뿐이었다. 정말, 당시 번역은 정복이었다. 역사적인 것을 제거한 것 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현재적인 것을 암시하는 것을 첨부하고, 무엇보다도 본래 시인의 이름을 제거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대체했다. 도둑질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로마제국의 자아상과 딱 맞아 떨어지는 전혀 죄책감없는 양심으로.  

 

(니체, 즐거운 학문, 2부,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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