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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19
    ...(1)
    평화의 별

...

아는 형님은 이혼을 했다.

 

나이 서른넷에 이제 아이들 재롱과 잘 살아야지 하는 희망으로

 

하루가 바빠야 될 사람은

 

저당잡힌 집과 자기 삶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 때문에

 

결국은 아내와 아이들을 떼어내 버리고

 

부모와 형제들을 외면해버리고

 

혼자서 다 감당하려 한다.

 

어디선가는 콩팥을 내놓으라고 달려들고

 

어디선가는 눈을 내어놓으라고 달려든다.

 

소처럼 일하고 소처럼 순하던 형님은

 

소처럼 하나도 남김없이 제 몸으로

 

사랑하는 것들의 불행을 지켜 주려고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다 .

 

포항 구룡포 가는 길 옆의 검은 바위처럼

 

길가에 주저앉아

 

너무도 외롭고 쓴 소주병처럼

 

숨을 뺏기고 있었다 .

 

그 형님은 서른 다섯의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사랑하는 아이의 햇살같이 밝고 이쁜 손도 못잡고

 

아내의 고운 이마에 입한번 맞추지 못하고

 

시립병원 영안실에서

 

북어처럼 입을 벌리고

 

주름살 하나하나에 남은 모든 힘까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빌어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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