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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준비2호, 95.6.30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보고...

또 터졌다.

이번엔 사망자가 4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참사다.

대부분의 사망자는 백화점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이중 한명의 소지품이 TV에 방영되었다.

천원짜리 몇장이 전부인 지갑과 깨알같이 곱게 적어놓은 가계부, 그리고 주민등록증에 박힌 스물 셋 아리따운 얼굴이었다.

무너질 걸 알고 있던 삼풍백화점 경영진은 다급한 순간에 손해득실만 따지고 앉아있다가 죄다 도망쳤다.

경고 한마디 없었다.

지존파와 이들중 누가 더한 살인마냐?

7월 1일 0시 최병렬 전서울시장은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띠고 있었고, 조순 신임 서울시장은 시종 표정이 굳어 있었다.

이 '취임 선물'을 둘러싸고 '고소하다', '고약하다' 잔수 주고받는 느낌이었다면 심한 말일까?

시장을 바꿔놔도 별 통수가 뵈질 않는다.

이번에도 '다중이용시설 안전진단 일제실시'만 뒷북을 쳤다.

TV는 일제히 철야 생방송을 중단했다.

'범국민적 불감증'을 과신하며 은근히 이를 조장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제 더이상 '일상의 평화'로 복귀하기는 불가능하다.

설계-시공-감리 전과정에 걸쳐 구조화된 하도급 비리와 공무원 비리는 이번에도 또다시 '잔챙이' 몇명 날리는 것으로 끝날 게 뻔하다.

지존파보다 더한 이 살인마들은 너무나 당연한듯이 사형을 면할 것이다.

자본가를 사형시키는 자본주의 국가는 없었으므로.

하루 5억의 매출 손실을 아까워 하다가 400여명을 '떼죽음'으로 내몬 자본

정당한 우리들의 투쟁에 대해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본

양봉수를 죽이고 박삼훈을 죽인 자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노동강도를 강요함으로써 하루 평균 8-9명의 노동자가 죽어나자빠지는 산재왕국을 만들어낸 자본

자본은 여전히 노동자의 피를 먹고 운동한다.

죽음은 이미 한국 자본주의 속에서 내면화되고 구조화된 현실 삶의 일부다.

현재의 삶의 질서 전체가 아래로부터 근본적으로 변혁되지 않으면 미래 삶의 희망은 없다.

노동자의 단결이 쟁취해야 할 것은 임금만이 아니라 바로 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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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7:08 2005/02/1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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