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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미래를] 01년 1월

 

현장조직운동, 점검과 모색

  현장조직운동은 95년 자본의 신경영전략에 맞선 현장투쟁 속에서 재건된 대공장 현장조직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과 전국 단위의 회의체를 꾸리고 현장 일상투쟁과 주요 단위사업장·연맹 차원의 각종 선거에 현장조직과 그 연합체의 이름으로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하면서 발전해왔다. 현장조직운동은 금속 대공장 중심에서 점차 다른 산업과 공공부문, 중소사업장 현장활동가들의 지역단위 현장조직으로까지 확대·일반화되고 있으며 자신의 운동노선을 뚜렷이 하면서 '분화와 통합'의 현장조직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현장 안의 직영과 하청 사이 구분, 현장 안과 밖의 이른바 '출신' 구분, 단위사업장 현장조직들 사이의 구분을 없애는 시도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시기 현장조직운동을 점검해 보자.

  첫째, 대단위 사업장 노동조합 임원 선거에서 대우자동차 민노회, 대우조선 현민추, 전국사회보험노조 현장회 등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소속 현장조직 후보들이 속속 승리하고 있다. '현장파'들의 이러한 승리는 2001년 초에 있는 민주노총 3기와 초대 금속산별노조 임원 선거, 그리고 이후 이들 상급 조직의 집행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97년 '현장파'들의 대공장 노조 집행부 장악이 98년의 격렬한 대중투쟁과 지도부의 패배로 귀결되었다면 새롭게 등장한 '현장파' 노조 집행부들은 2001년 상반기 투쟁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중앙연락사무소와 권역별 서기, 대표자회의와 정책협의회 수준의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가 이들 신임 집행부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98년 '현장파' 노조 집행부들의 '몰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이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 집행부를 '사조직'을 뛰어넘는 '공조직'으로 이해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 노조 집행부는 현장조직의 '파견대'다. '조직적인 것'과 '대중적인 것'은 서로 긴밀하게 통일되어 있다. '현장파'든 '범좌파'든 이른바 '국민파'와 '중앙파'에 맞서는 노조 상급 조직의 집행부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단위사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파견'의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이 점에서 회의체를 뛰어넘는 의사결정-집행체계의 질적 발전과 조직의 획기적인 정치적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민주노동자전국회의는 이미 그 형식에서 이 단계에 들어와 있다.

  둘째, 현장조직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노회는 최근 6기 집행단위의 일부 활동가들이 조직을 탈퇴하고 노조 12대 집행부에 대한 7기 집행위의 공식 비판이 이루어지면서 정치적 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분화는 현장정치조직운동 수준에서 대중을 직접 만나는 현장조직운동의 새로운 단계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 현장추가 노해투로, 쌍용자동차 민실노와 현장추가 현장의힘으로, 기아자동차 소하리 평등회, 화성 희망연대, 광주 현장추가 기아자동차 현장조직통합준비위로 통합하는 등 현장조직의 통합이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지사, 미래회, 현노신 등이 조직을 해산하고 새로운 통합조직으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조직 분열과 분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10여개 가까운 현장조직들이 '난립'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최근 4개 정도의 큰 흐름으로 '재정립'되고 있다. 실리주의 노동운동을 주창하는 노연투, 민주노동자전국회의와 더불어 민족해방주의적 노동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실노회,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소속으로 사회변혁적 노동운동을 견지하는 민투위, '중앙파'와 함께 사회개량적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통합파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국민파, 현장파, 중앙파의 3분립은 현대자동차에서 이제 좀더 분명한 노선적 표현을 갖는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민족해방주의적 노동운동 진영 안에서는 과거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내부의 좌우분해가 이루어지면서 국민적 노동운동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통합파로 모여지는 각 세력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이탈파'들은 패권적 통합 방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통합파 내부에서도 좌우 분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민주세력 내부의 3정립과 실리주의 노동운동과의 2분립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예외가 있을 수 있다면 사회변혁적 노동운동 진영 내부의 일부가 이탈하여 독자 정립하는 경우일텐데 현재로서는 이탈은 일부 현실화되었지만 독자 정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셋째, 민주노동자전국회의처럼 현장조직운동의 전국 단일조직화 지향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동자전국회의는 중앙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를 두고 지역별 준비위원회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구성을 보면 현장이든 지역이든 개별 가입이 가능하다. 이들 진영 내부의 좌우분해가 완료되고 국민적 노동운동과 분명한 선을 긋는 자민통 지향의 노동운동론이 새롭게 정립된다면 민주노동자전국회의는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 가장 발전한 현장조직운동의 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현장 내부의 직영-하청간 차이, 현장 안팎의 노출-학출간 차이, 사업장별·규모별·산업별 차이를 뛰어넘어 자신의 이념과 정치노선으로 통일된 단일조직이다. 이 단계에서 민주노동자전국회의가 민주노동당이 아닌 독자적인 정치조직을 모색한다면 그 자체로 정치적 전화가 가능하다. 현장조직운동은 이제 그 가장 앞선 부분에서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일부로서의 활동가 일반(선진노동자)이 정치적으로 결사한 현장정치조직운동(노동자정치조직운동)으로 전화·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를 선진노동자대중의 풀(pool)로 보고 각 정치조직이 이 안에서 '공정(?)하게 각축'하는 '공적(?) 기제'로 그 위상을 잡는 것은 이른바 '수준'을 들먹이며 현장활동가 일반을 대상화시키고 현장조직을 거꾸로 '사적 기제화'하여 온갖 '문제'들을 일으켜왔을 뿐이다. 민주노조운동-(현장조직운동-)정치조직운동을 하나로 꿰는 3분립은 이제 좀더 분명한 표현을 얻어가고 있다. 현장조직운동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과도기적 한계'는 현실 운동의 진전에 의해 극복되고 있다. 노동자대중운동으로서의 현시기 노동조합운동과 정치조직운동 사이의 어정쩡한 중간지대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대중조직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라는 교란 요인이 있긴 하지만 이 조차도 현실 운동의 진전에 의해 바로 잡힐 것이다. '민주노총(경제적 대중조직)과 민주노동당(정치적 대중조직), 현장조직(선진적 대중조직)에 프락션하는 비대중적(?) 정치조직들'이라는 비상식적 구도는 '노동자대중운동과 정치운동'이라는 상식적 구도로 빨리 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민주노총 노동운동발전전략(안)을 둘러싼 논쟁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태도 속에서 우리 사회 변화의 민족해방주의적 길과 사회개량적 길, 사회변혁적 길의 갈래가 분명해지고 이로부터 현장조직운동 또한 자신의 과도기적 한계를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현시기 현장조직운동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자.

  첫째, 민주노총의 노동운동발전전략(안)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현장조직운동 차원의 노동운동론 정립과 논쟁에 대한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고 있다. 노동운동발전전략(안)에 대한 '대중적 논쟁의 장'으로 3기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자리잡고 있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개량적 노동운동론에 맞서는 민주노동자전국회의와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의 자기 노선이 체계적인 형태로 제출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자전국회의와 달리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3기 민주노총 위원장선거에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의 이름으로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전국조직으로서의 자기 책무를 방기했다. 이는 거꾸로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가 전국조직으로서 통일된 노선과 체계를 시급히 갖춰내야 한다는 점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경향에서 노선으로' 자신의 이념을 정비하기 위해 내부의 논쟁을 본격화하는 것이야말로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가 현재의 무기력과 내부 진통을 극복해나가는 관건이 될 것이다.

  둘째, 민주노조운동이 본격적인 산별시대로 접어들면서 현장조직운동의 역할과 임무가 새롭게 정리되어야 한다. 산별노조가 출범하게 되면 산업별 연맹 단계의 노동조합운동과 다르게 대중조직의 중앙집중성이 높아지고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서 계통성이 강화될 것이다. 현장조직운동이 단위 현장에서부터 노동조합운동의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것은 산별노조가 출범하게 되면 당연히 더욱 강조되어야 하겠지만, 그 투쟁이 고립·분산되지 않고 중앙집중화된 노동조합의 관료화를 저지할 수 있을만큼의 강력한 영향력을 갖도록 하려면 현장조직운동 스스로가 전국적으로 집중되고 지금보다 더 높은 조직의 계통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위사업장의 틀을 넘어서서 산별노조의 지부 단위에 대한 대응력을 갖게끔 현장조직의 지역-지구체계를 갖춰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대공장-직영 현장활동가들만의 조직에서 벗어나 '현장 내부의 직영-하청간 차이, 현장 안팎의 노출-학출간 차이, 사업장별·규모별 차이'를 뛰어넘어 '대중운동 안에서 대중운동을 넘어서는' 조직운동으로 전화·발전해나가는 것은 현시기 현장조직운동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셋째, 현장조직운동은 노동자 정치운동의 미래를 자기 손으로 개척해가야 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부적절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현장조직운동 수준에서 목숨을 걸만큼 치열하게 경쟁하고 대립하는 서로 다른 조직들이 민주노동'당'이라는 '고도'의 정치조직 수준에서는 같은 당원으로 한 지붕 아래 동거하는 이 이상한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점에서 민주노동자전국회의는 자기 입장을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현장활동은 이제 전국적·계급적·정치적 관점에 근거한 목적의식적 활동으로 정교하게 배치되고 집중되어야 한다. '단사만의 문제'와 '정치적이지 않은 경제적 문제'라는 것은 이미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현장활동은 현장정치활동으로 좀더 분명해져야 하고 우리의 관계도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경향대로서가 아니라 정치적 관계로 재조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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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10:45 2005/02/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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